문재인 정부는 번지수를 ‘잘못 잡지’ 않아야 한다.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기대가 정말 부푼다. 당연하다. 개헌만 빼고 다할 수 있는 슈퍼 여당정부가 이번 4.15총선을 통해 만들어졌으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말 그런가? 180석을 얻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과연 우린 이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확고히 가져도 좋단 말인가? 정녕 그렇단 말인가? 

믿을 수만은, 그렇게밖에 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결론도 전혀 ‘그렇지 않다’여서 더더욱 안타깝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남북관계 진전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가로막고 있는 이념·제도적 굴레,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6.15를 비롯한 각급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해 이 정부가 과연 입법비준 등으로 이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가 그 중요한 잣대의 하나이다. 

둘째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경쟁하듯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것저것 내놓고 있지만, 진작 이것보다 먼저 선행되어져야 할 것은 과연 이 정부가 아래에 제시된 것들을 할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5·24조치 해제 ▶‘조건 없는’ 금강산·개성공단 재개선언 ▶남북문제는 반드시 민족공조우선의 원칙에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 천명

이름하여 남북관계 신뢰회복 조치를 내 놓을 수 있는가, 없는가하는 그런 문제이다.

셋째는, 평화를 넘어 통일정책 지향을 분명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이는 이 정부의 다음과 같은 자세(태도)가 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평화도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금 통일을 얘기할 수 있냐’고. ‘그랬다간 반통일·수구세력들로부터 오히려 반격만 받는다’고. 그러면서 ‘일단 평화부터 정착시켜 놓고 그 다음 통일을 논의하던지, 말던지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늘 그렇게 변명해 왔던 것이다. 

언뜻 보면 매우 현실적이고도 이치적으로 맞는 말 같지만, 실상은 전혀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거짓이다. 

즉, 어긋난다는 말이고, 그건 남북관계 문제의 본질이 ‘평화’가 아니라, ‘통일’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필자가 다른 뉴스매체에 기고된  한반도 문제란 무엇인가?”, <통일뉴스>, 2017.10.26.) 참조하길 바란다.)
한반도 문제란 무엇인가?(통일뉴스)

참고로 짧게만 언급하면, 남북문제의 본질이 왜 ‘평화’가 아니고, ‘통일’이어야 하는지는 다음과 같다. 평화의 기본문제는 한반도 문제이다. 하지만, 통일의 기본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남북관계 개선’을 그 주목적으로 하는 남북문제는 통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그렇지 않고, 평화의 문제로 접근하면 오류가 발생하게 되어있다. 

하여 진정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고 싶다면 위 문제(위 첫째는, 둘째는, 셋째는)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가져야만 한다. 

어떻게? 

우선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문제를 전혀 다른, 180°전환된 접근방식으로 남북관계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뉴-비전된 인식이 반드시 선행되어져야만 한다.   

왜 그런 것인가는 위에서 분명하게 확인받듯이 이제까지 남북관계 개선이 되지 않는 이유가 이제까지 정부가 내놓은 남북사업의 해당 매뉴얼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 아니라, 남북 사이에 벌어진 신뢰관계 틈을 메꾸지 않고서는 남북관계가 한 발짝도 전진되지 않는다는 그 사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이 정부 들어와 얼마나 많은 사업제안들이 있었던가? 가까이로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필두삼아 삼일절 기념사, <독자적 협력구상(4.27), 최근에는 취임 3주년 기자회견(5/10)>까지. 또한 김연철 장관도 이에 뒤질세라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5/7)를 한다, 또 그전에는 DMZ를 방문(5/6)한다는 등 두 분이 경쟁적으로 이런저런 사업구상들을 피력했다. 

비무장지대를 평화공원으로 만드는 문제, 국제평화기구 유치문제, 생태평화 관광문제, 순례길 조성문제, 코로나 방역협력사업, 철도 연결사업 문제 등등 예들은 수많다.  

그런데도 진작 북은 왜 단 한 번도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 것일까? 그것이 정녕 코로나정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로서는 그렇게 기억하고, 변명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그것과, 북이 한 번도 답을 주지 않는 것과는 하등 상관없다는 것이다. 

번지수가 잘 못 짚어져도 한 참 잘못 짚어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도 있다. 북이 왜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못 알아주느냐고?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았지, 둘은 모르는 억지이다. 역지사지만 하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인데도, 전혀 그렇게 하지 않은 인식이다. 

즉, 문제의 본질이 북과는 전혀 협의도 없고, 나아가 북이 사업제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덜커덩 우리가 하고 싶은 사업들만 발표를 해대고 있으니, 북이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다음으로는, 그 연장선상에서 북에게 다음과 같은 시그널을 분명하게 줘야 한다. 

하나, 신뢰 회복문제를 기능주의적 접근방식에서 철저하게 탈피해야 한다. 

이 방식은 적대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개선할 때 쓰는 방식이다. 적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서로 믿지 못하니, 서로 하나씩 주고받으면서 그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남북 사이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이는 늘 필자가 얘기하듯 남북기본합의서에 충실해야 함이다.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점을 인정”하는 토대에서 남북관계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또 6.15 공동선언 1항에 있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한 정신으로 철저하게 되돌아가야만 한다. 

이름 하여 ‘민족공조’정신으로의 회복이다. 

둘, 그 (증명의) 잣대는 다음과 같다. 

①미국의 입장만을 전달하려하는지, 아닌지 여부문제이다. 

②남북문제를 전 민족적 대단합과 단결의 문제로 귀속시켜내는 관점이 있는지, 없는지를 본다. 

③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벽을 넘어서려는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본다. 

이렇듯 북은 늘 위 ‘하나’, ‘둘’을 그 기준점으로 하여 대한민국 정부가 과연 이 민족공조의 관점에서 남북관계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신뢰회복의 척도로 삼고 있다. 

결과, 남의 정부가 충분히 신뢰할만하다고 판단될 때(확신이 서야만) 문재인 정부와 손잡고 남북문제를 본격적으로 풀어가려 할 것이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해법문제를 자꾸만 새로운 사업구상을 발표하는 것으로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보다 문제를 본질적으로 천착해 문제가 남과 북의 신뢰관계를 어떻게 하면 회복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나가야 함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에 달려있음을 먼저 자각하는데 있다. 

정녕 그렇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촛불민심이 있고, 거기다가 180석의 거대 슈퍼 여당정부가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남북관계 진전은 천정에 매달려 있는 ‘굴비’인지 모른다. 

하루빨리 그 헛된 망상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평화교육)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사)한반도 평ㅇ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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