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100명 출연하는 대형 야외뮤지컬 무료공연… 제작비는 자발적 모금·후원으로

▲ ‘화순1946’  장면 [사진 : 뮤지컬 화순 제작팀]

해방이 된 지 1년이 지난 ‘1946년 전라남도 화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사람들이 해방조국에서 죽임을 당했다. ‘왜?’ 뮤지컬 ‘화순1946’은 이런 질문과 답이 동시에 나오는 이야기다.

1946년 전남 화순탄광의 광부 3천명이 해방을 맞아 1주년 기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로 가던 중 22번 국도 경계의 너릿재고개에서 군대와 경찰을 앞세운 미군정의 발포로 학살당한 사건을 담은 뮤지컬이 ‘화순1946’이다.

지난해 9월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초연돼 많은 갈채와 관심을 받았던 ‘화순1946’은 ‘한국판 레미제라블’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앙코르 요청에 따라 공연을 거듭해 온 작품이다.

70년 동안 잊혀져왔던 화순탄광 사건을 재조명한 ‘화순1946’은 화순탄광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담은 내용이었기에 올해 1월에는 민주노총 광주본부 초청으로 3천명의 노동자들이 집단 관람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화순1946’이 묻혔던 역사를 수면 위에 올린 뮤지컬이기도 했지만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간 건 지금껏 공공 지원이나 기업의 후원 없이 배우들과 스텝들이 자비를 털어가며 기적처럼 공연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을에 접어드는 다음달 8일 ‘화순1946’이 또 하나의 이력을 추가한다. 광화문광장에서 출연 배우만 100명에 이르는 대형 야외공연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도 무료공연으로. 

▲ <화순1946> 장면 (사진 뮤지컬 화순 제작팀)

이들이 무모하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을 저지르게 된 배경은 뭘까? 그것도 극장이 아닌 광장, 그리고 무료공연이라는 당혹스러운 기쁨을 관객들에게 주려는 저의는 뭘까?

돌아온 답은 이랬다. 1년을 이어온 뮤지컬 ‘화순1946’은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고 그렇다면 그 마지막을 느낌표로 장식하고 싶었다는 것. 소극장에서 시작해 광장으로 마무리하자는 것인데 광장 중에서 가장 광장다운 광화문광장을 선택했다. 북쪽으로는 청와대가, 동쪽에는 미·일 대사관이, 남쪽에는 세월호 농성장이 있어 ‘화순1946’의 느낌과도 잘 어울린다고 본 것이다.

어쨌든 뮤지컬 ‘화순1946’은 작열하던 태양과 열대야 속에서, 그리고 여름 더위보다도 더 국민들의 속을 덥게 만드는 정치 상황 속에서 가을의 바람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것이다.

100명의 배우가 펼치는 100분의 무료공연을 위해 제작비는

텀블벅 모금(http://tumblbug.com/hwasoon)과 후원(국민은행 406202-01-349324 김지호)으로 충당한다. 

아래는 그야말로 무모하지만 가슴 후련한, 광화문광장 무료공연을 결단한 총연출을 맡은 류 성씨와 인터뷰다.

- 극장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1년을 이어온 뮤지컬 화순은 이제 마지막입니다.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된 거죠. 가능하다면 느낌표로 마치고 싶었습니다. 소극장에서 시작해 광장으로 마무리. 어울리지 않나요? 그런데 서울에 가장 광장다운 광장이 어디일까? 광화문 광장인 것 같아요. 북쪽으로는 청와대가, 동쪽에는 미·일 대사관이, 남쪽에는 세월호 농성장이 있어요. 뮤지컬 화순이 가진 느낌과도 잘 어울리는 곳이죠.”

- 그런데 왜 화순탄광 사건인가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화순탄광 사건 자체를 알리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건 역사분야에서 할 일이에요. 화순탄광 사건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거예요. 지난 공연을 관람했던 분이 이렇게 평을 했습니다. ‘’절망의 끝에서도 일어서고자 했던, 내일은 오리라 믿었던 사람들. 인간의 고결함과 존엄에 대한 이야기.’ 이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대형공연인데, 홍보가 그리 잘 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만.

“그러게요. 날짜는 다가오는데 앞으로도 딱히 잘 될 것 같지 않아요. 우린 다들 공연 만드는 사람들이지 홍보마케팅하는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자기 페이스북에 포스팅하고, 리플렛 뿌리고, 보도자료 보내고. 그게 전부죠. 그 외엔 잘 몰라요. 어영부영하는 중입니다.”

- 무료공연이라 들었어요. 제작비가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지금껏 지원금을 받아본 적이 없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빈손이에요. 지금까지는 티켓을 팔아서 충당했지만 이번 광화문광장 공연은 티켓도 팔지 않습니다. 무료공연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광장의 정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대신 후원모금은 합니다. 공연보러 오신 분들이 얼마씩이라도 내주시면 좋죠. 적자는 뻔한데, 규모를 줄이려고 노력할 뿐 입니다. 텀블벅 모금도 개설했습니다.

-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면서 공연을 올리는 이유가 있나요?

“사람이 합리성이나 이해타산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연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의미 있는 작품, 보람 있는 일에 헌신하는 그런 성향이 있어요. 연극인들은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세월호, 검열, 언론, 통일, 노동, 소수자 등에 대해 계속 연극을 통해 말해왔고, 행동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연극하는 사람들에겐 뭐랄까 시대정신이라고 하는 그런 정신적 힘 같은 게 있지요. 뮤지컬 화순이 가능한 것도 그런 힘 때문이고, 수많은 행동 중 하나지요.”

▲ <화순1946> 장면 (사진 뮤지컬 화순 제작팀)

- 어떤 도움이 필요하세요?

“어떤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라, 어떤 도움이든 필요한 상황이죠. ㅎㅎ 이게 무슨 돈이 있어서 하는 일도 아니고, 광장이라 진행 스텝들도 많이 필요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래도 가장 필요한 도움은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주변에 많이 알려주시고, 여럿이 함께 보러 오시는 것. 그게 가장 큰 도움이지요.”

-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라 산만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게 걱정입니다. 산만함은 필연적이지만, 얼마나 산만할 것인가, 얼마나 산만함을 줄일 것인가 그게 문제겠죠. 배우들과 스텝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연기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과 같을 순 없잖아요.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광장이니까 산만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극장 같은 정숙함을 억지로 만들거나 강요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공연자들도 관객들도 그런 점은 함께 안고 가야죠 뭐.”

- 관객은 얼마나 올 것 같으세요?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예상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노력해야죠. 몇 명쯤 왔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은 있어요. 처음엔 최대 3천명쯤 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광화문 북광장이 가득 찰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1만 명쯤 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공연을 보셨던 분들이 서울에서만 3천명쯤 돼요. 이 분들이 2~3명씩 데리고 오면 1만 명. 예, 허황된 생각이죠. 그런데 사람이 좀 허황된 바람을 가지고 사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요.”

▲ <화순1946> 장면 (사진 뮤지컬 화순 제작팀)

- 그래도 공연이면 공연다워야 하지 않나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그런데 우리는 정말 많이 왔으면 해요. 중간에 와도 좋고, 잠깐을 보고 가더라도 좋아요. 공연 보러 올 사람들, 세월호 농성장을 거쳐 오겠죠. 우리 공연 보는 내내 세월호를 떠올릴 거예요. 어떤 분은 성주를 떠올릴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농성 중인 노동자를 떠올릴 거고. 광화문광장이라는 장소적 상징성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만들어주는 거죠. 그리고 그곳에 가득 들어찬 사람들. 그 자체가 주는 힘과 용기, 위로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연 자체로 다 만들지 못하는 뭔가….”

- 끝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합니다.

“음… 여럿이 함께 오세요. 그리고 광장에 잔디가 있는데, 잔디보호 때문에 의자를 못놓습니다. 그러니 각자 깔개나 돗자리 준비해오시면 좋겠어요. 저희도 준비는 좀 해둘 텐데 모자랄까봐서요. 공연 보시는 동안 사진 찍으셔도 돼요. 다른 분들에게 방해 안 되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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