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않고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한 법무부·검찰 비판 외면

▲ KBS뉴스9 인터넷 화면 캡처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징계가 해임 정도면 적당하다고 본 걸까?

법무부가 지난 8일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진 검사장을 해임 의결한 데 대해 언론은 별 다른 평이 없다. ‘드라이’하게 그에 대한 법무부의 해임 의결 사실을 보도자료에 근거해 전달하는 모습이다. 물론 현직 검사장이 비리에 연루돼 해임된 게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이라는 법무부쪽 의미부여는 곁들였다. 법무부와 검찰 입장에선 할 수 있는 ‘최고 징계’임을 알아달라는 뜻이었겠다.

현직 검사장이 비리에 연루돼 해임된 게 68년 만에 처음이란 법무부쪽 표현은 맞다. 그만큼 중징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최고 징계’인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조선일보 오늘자 기사의 일부다. “해임은 현직 검사에게 내려질 수 있는 최고 중징계다. 검찰청법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검사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임되면 3년간 변호사 등록이 제한되며, 연금도 25% 줄어든다.”

무슨 얘기일까. 얼핏 보면 ‘해임’이 최고 징계인 거 같은데 꼼꼼히 보면 더 중한 징계, 즉 ‘파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기사를 뒤집어 읽으면 (국회)탄핵이나 (법원에서)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 검사는 파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법무부와 검찰이 파면을 피하려고 서둘러 해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을 만하다. 이런 의심이 설득력을 얻는 건 진 검사장이 이미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혐의가 명백해 금고 이상이 실형이 예상된다.

진 검사장의 형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국민적 비판여론이 높은 점, 그리고 비리 문제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자정 결의가 확고함을 보여주기 위해 해임 의결을 서두른 것일까? 그런데 국민은 ‘사필귀정’과 ‘일벌백계’를 원한 것이라면?

검사가 해임되면 3년에서 최대 5년(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까지 변호사 개업이 금지되고 연금도 25% 삭감된다고 한다. 그런데 파면이 되면 퇴직연금 등에서 해임보다 더 큰 불이익을 받는다. 그래서 법무부와 검찰이 아무리 뭐라 포장해도 진 검사장에 대한 해임 의결을 두고 결국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브리핑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결정에 대해 “결국 검찰이 서둘러 진 검사장을 해임함으로써 파면의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이라며 “이로써 진 검사장은 공직자에게 최고 수준의 징계인 파면을 피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수석대변인은 “그런 점에서 진 검사장의 해임을 두고 현행 검찰청법상 최고 수준의 징계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진 검사장의 해임은 파면회피용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면서 “진 검사장에 대한 온정주의적 징계 결정으로 다시 한 번 부패 척결과 쇄신에 대한 검찰의 의지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국회가 나서야 할 명분을 더욱 강화시켜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검사장 해임 의결과 이를 다룬 언론의 태도를 보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법무부와 검찰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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