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범위 놓고 싸우는 여야... 자유한국당은 이참에 ‘노조혐오’까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놓고,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자’는 더불어민주당과 ‘탄력근로제는 1년으로 확대, 그리고 선택근로·재량근로제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팽팽한 줄다리기.

그 줄다리기에 경영계의 요구는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말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법 개악 시 총파업까지 상정하며 국회 앞에서 투쟁을 벌였다. 여야의 의견충돌로 10월 노동법 개악안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11월에도 10월에 이은 긴장은 마찬가지다. 오는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 지난 10월31일 서울 여의도, ‘노동개악 분쇄!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 [사진 : 뉴시스]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무색하게 만드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불러온다는 노동계의 반발. 그러나 이런 노동계의 목소리는 여야 할 것 없이 지나친 지 오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국무회의에서 50인 이상 기업의 주 최대 52시간제 적용에 대한 경제계 우려를 전하며, 국회에서의 조속한 탄력근로제 통과와 더불어 정부의 선행조치 모색을 재차 지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좁혀지지 않은 여야 의견, 이에 대한 여야의 합의만 남아있는 형국이다.

환노위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국회에 탄력근로제 보완입법(확대법안) 마련과 정부엔 보완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대통령께서 늦게나마 우리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하며 개악에 앞장서고 있음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참에 탄력근로제에 선택근로·재량근로제 확대까지 밀어붙일 공산이다. 총체적인 ‘노동유연화’를 시도하겠다는 것.

며칠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여야는 탄력근로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겨냥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대표연설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지만, 국회는 아직도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탄력근로제 확대법안 처리의 시급함을 주장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법안 처리가 시급하다”, “확대에 플러스알파(+α)까지 처리해야 한다”며 각각 공세를 펼치는 여야의 모습 안에 도드라지는 것은 또 있다. 자유한국당의 ‘노조 혐오’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대표연설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에 ‘노조 혐오’발언까지 한술 더 떴다. “10%에 불과한 기득권의 이해관계에만 함몰돼 절대 다수의 근로자의 권익을 외면하고 있다”고 하면서 민주노총을 ‘헌법 파괴세력’으로 낙인까지 찍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뿐만 아니라,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ILO핵심협약 비준’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나 원내대표는 7월 대표연설에 담았던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연동시켰다. “노조법 개정 등을 통해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도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노조 혐오’ 여론 조성 안에 깔린 의도는, 노동조합이 마치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고, 나아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것은 복수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말대로 “기업을 옥죄는 것”, “기업 할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을 기업과 경제성장을 옥죄는 존재로, 혐오스러운 존재로 만들고 있다.

노조 조직율이 10% 밖에 안되는 한국사회를 깎아내리고 노동조합을 깎아내리고 그러면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위한 ILO핵심협약 비준을 반대하는 심보는 무슨 심보란 말인가.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투쟁에 나선 노동자와 민주노총을 ‘혐오’하며, 반대로 자유한국당이 하고 싶었던 말은 곧 “기업을 자유를 풀어주는 것”,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 이것이 아닌지 짐작케 한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사진 : 뉴시스]

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대표연설을 하는 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당이 개최한 ‘특권·귀족노조 불법행위 및 법 경시 대책 마련 세미나’에서 같은 말 잔치를 했다.

“기반이 든든해야 투자도 이뤄진다.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강성 귀족노조”라느니, “특권 귀족노조는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느니 노동조합에 혐오를 씌우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기업이 활기차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위해 “특권·귀족 노조의 불법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활기찰 수 있는 기반이 든든해야 한다면서 나 원내대표의 연설과 같은 뜻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대체근로 허용과 불법 직장점거 금지 등 ILO 핵심협약 비준에 반대했던 경영계의 요구를 그대로 읊으며 제도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탄력근로제 확대와 노동법 개악에 나선 민주당과 이참에 탄력근로제 대폭 확대는 물론 “혐오스러운 노조 하기 좋은 나라 말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환노위에 포진해 있다.

11월에도 노동자들의 투쟁 시계는 바삐 돌아간다. 환노위가 예정된 7일까지 국회 앞 농성을 벌이고, 9일 전국노동자대회엔 10만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노동법 개악 저지’,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에 나선다. 이를 위해 총파업까지 결심한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가 여의도 국회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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