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시대연구원의 <북 바로알기 100문100답(1)> 맛보기④

4.27시대연구원이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성큼 다가온 북한(조선)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돕고자 <북 바로알기 100문100답> 1권을 출간했습니다. 민플러스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몇 차례 소개합니다.[편집자]

 

▲ ‘의사의 정성이 명약’이란 표어가 적힌 명찰을 단 류경치과 의료일꾼들. [사진 : 조선의 오늘]

[문] 북의 의료진은 어떤 자세로 환자들을 대하나요? 북 의료진만의 전통이나 특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환자를 위해 자기 살을 떼고 피를 뽑으려 수술실 앞에 줄지어 선 의료진의 모습, 이는 결코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북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랍니다.

지난 2017년 3월 양강도에 사는 5세 박예령 어린이가 전신 65% 3도 화상을 입고 수술을 받기 위해 평양 옥류아동병원으로 이송돼 왔습니다. 병원에 소식이 전해지자 수술실 앞에는 자기 살과 피로 어린 환자를 살리려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여들었고, 줄이 너무 길어 수술 집도에 외려 방해될 정도였답니다. 그 동안 색안경을 끼고 북을 적대시 해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요, ‘정성운동’이라 이름 붙여진 북 의료진의 이런 행동은 북의 의료체계에 관심 가진 남쪽 의료연구자들 사이에선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런 의료문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며, 오랜 역사와 노력으로 가능했다고 합니다. 전후복구와 사회주의 개조가 완료된 1959년 북의 모든 보건의료인들은 국가 소속이 되었으나 인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해 이전처럼 관성적으로 환자를 대했다고 합니다. 이를 고치기 위해 보건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사상투쟁이 전개되었답니다. 그 일환으로 1959년 4월 열린 전국보건일꾼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은 “일부 의사들은 환자를 몇 사람 죽이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인민들의 아픔에 대하여 아주 냉담하고 무관심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를 위하여 일하는가를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의료일꾼들의 자세를 비판하고 의식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의료보건부문 개혁이 진행되는 가운데, 1960년 11월 흥남비료공장병원에 화상으로 속살까지 드러난 한 소년이 구급차에 실려 왔습니다. 전신 48% 3도 화상으로 당시 의학이론이나 경험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이 소년을 살리기 위해 당시 병원 의료진과 병원에 실습 나온 함흥의과대학 학생 17명이 자기들 피부를 이식해 생명을 구했답니다.

이런 사실은 이듬해 청년동맹 기관지 《민주청년》(1961년 2월)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김일성 주석은 흥남비료공장병원과 함흥의과대학에 감사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해 5월 함흥에서 열린 2.8비날론공장 조업식에 참석한 김 주석이 군중 앞에서 완치된 소년을 소개해 참된 의료일꾼상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주석은 사회주의에서만 가능한 공산주의적 소행이라고 평가하였고, 내각 전원회의를 소집해 이런 모범을 모든 보건의료일꾼들에게 일반화할 것을 교시하면서 의료부문의 대중적 혁신운동으로 전개되었답니다.

▲ 왼쪽 : 북의 어느 병원에나 게시돼 있는 “의사의 정성이 명약이다”라는 표어(예술영화 《사랑의 대지》(1999)의 한 장면), 오른쪽 : ‘정성’이란 표어 아래 소속과 이름을 적은 북측 의사들의 명찰(2018년 11월 촬영)

흥남비료공장병원과 함흥의과대학의 모범은 이후 경험토론회 등을 통해 ‘정성운동’이란 이름으로 보건의료부문의 대표적 대중혁신운동으로 추진됐습니다. 1980년 제정된 인민보건법 제40조에는 아예 ‘보건일꾼들은 정성운동을 힘 있게 벌려 환자들을 자기의 육친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온갖 지혜와 정성을 다 바쳐 치료하여야 한다’고 규정할 정도였습니다. 1990년에는 정성운동의 발원지인 함흥의과대학을 ‘정성대학’이라 개칭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역사 속에서 “의사의 정성이 명약이다”라는 구호가 생겨났고, 현재 북녘땅 어느 병원에나 걸려있을 뿐 아니라 모든 의료진의 명찰 맨 위엔 붉은색으로 ‘정성’이란 두 글자가 크게 쓰여 있습니다. 이밖에도 아래와 같은 여러 구호들이 있는데 북녘 의료진이 환자를 어떤 자세로 대하는지 가늠케 해줍니다.

‘환자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백번 물음에 백번 웃음으로 대답하자’
‘중환자는 나에게로’
‘정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도 꽃이 핀다’
‘정성이 진짜 불사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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