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야 할 소식이, 아니 그냥 반갑기에는 너무나도 가슴 벅찬 그런 소식이 왜 환영받지 못할까?

다른 데 있지 않다. <한겨레>, <TV 조선>, <부산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 진보·보수 예외 없이 보도하지 않는 매체가 없을 정도로 어느 날 갑자기, 그것도 아주 뜬금없이 “김정은, ‘11월 부산 방문’ 가능성 있다”라는 기사가 회자 돼 그렇다.

다시 말하면 기사가 나올 이유가 전혀 없는데, 그렇다 보니 나와서(보도돼서) ‘반갑다’라는 뇌 인식보다 먼저 반응하는 것이 ‘뜬금없이 왜?’ 이다.

그렇지 않고 오직,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지금의 정세국면에서는 북미관계의 정세변화 정도가 그 이유일 텐데(현재까지는 불확실하지만, 여러 이유로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반드시 연내에 열릴 것이라는 기대 정도), 이 가능성의 변화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대한민국 방문이 가능하다? 참으로 ‘헛다리 집기’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시다시피 제3차 북미정상회담은 그냥 여느 정상회담과 같은 정도의 1/N 의미가 있는 뭐 그렇고 그런 정상회담이 아니다. 그것도 70여 년간(더 거슬려 올라가면 제너럴셔먼호사건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적대했던, 적대도 그냥 적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처럼 적대했던 그런 두 나라에게 지금 상황에서는 ‘유일한(유일하다 함은 ‘연내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리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과 재선을 위해 꼭 필요한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생각할 때)’ 기회가 주어진 그런 제3차 북미정상회담인데, 그런 회담의 정치·외교적 결속을 부산에서 한다? 상상력인가? 아니면 망상인가?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또 불가능한 이유로는 이 글 맨 아래에서 밝혀내고 있듯이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은 반드시 철로(강조, 필자)를 이용하게 되어 있는데, 지금은 남북철로 복원사업이 중단되어 있어 그럴 가능성이 거의 제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가설은... 상상력은... 생각하기도 싫은 (여권발) 음모설이다. 이른바 지금의 국면-조국국면을 물타기 하기 위해 국정원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그 사실이고, 그 사실로부터 드는 생각은 되려 역설적으로 국정원이 여전히 정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상징하고, 더 최악은 이를 만약 여권에서 기획했다면 이는 촛불정부 하에서는 도저히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그런 구태가 벌여진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적폐정권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말인데,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란다).

해서, 위 기사를 접하면서 단박에 든 생각은 언론들이 위 기사정도를 적으려면 제아무리 특종경쟁도 좋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비판적인 문제의식-김정은 위원장이 부산 올 이유가 없는데, 왜 이런 고급정보를 국정원이 흘리지... 그런 합리적 의문을 갖고 정보에 접근해야 한다는 말-을 갖고 언론들이 분석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냥 국정원이 흘린 정보를, 그것도 정보적 가치보다는 ‘찌라시’ 수준의 첩보를 받아 적는 그런 앵무새 수준의 언론수준이라면 대한민국 언론의 미래는 참으로 밝지 않다.

이 정도 해놓고-잠정 결론 내놓고, 그럼 이 모든 것을 다 떠나 과연 김정은 위원장의 부산방문이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말 그대로 넌-센스이고, 실현 가능성은 거의 제로(zero)에 가깝다.

이유는 위에서 잠시 언급하고 있듯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갖는 의미가 가장 큰 이유이고, 다음으로는 북미관계가 진전된다고 하여 부산을 방문해야 하는 그런 인과관계는 성립되지 않아서 그렇다. 또 언론에서 유일하게 거론되는 근거 중의 하나, 부산에서 아셈회의가 열리니 이 국제무대를 활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 데뷔한다는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것도 지나가는 개가 웃을 만큼의 대단한 상상력의 빈곤이든지, 아니면 북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김정은 위원장을 몰라도 너무나 몰라서 나타나는 일이다.

아셈에 오면 국제무대 등장이고, 안 오면 등장하지 못하는 것인가?

▲ 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

하여, 현 정부가 정말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문을 원한다면 지금의 정세국면에서 그냥 ‘부산 올 수도 있다’로 여론을 호도하고 몰이할 것이 아니라, 올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만들어 내어야만 한다.

즉, 지금의 상황에서는 연내 답방 가능성이 거의 제로이지만, 그 제로의 가능성을 답방할 수 있는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이름하여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민족자주’와 ‘자결’의 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고, 이때 합의된 내용을 이행·담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부산방문도 소설만은 아닐 수 있고, 또 그렇게 가능한 정치적 가설도 민족공조 차원에서, 혹은 원래 합의했던 대로 답방차원에서도 충분히 연내 방문이 가능한 것이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부산(강조, 필자)가능성이 현실성으로 전환될 수 있다.

두 가지 근거가 있는데, 먼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한다면, 그 방문수단은 반드시 철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개인적으로 필자는 그 가능성을 99%가 아닌, 100% 생각한다. 이유는 북의 민족관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고, 철로는 그런 민족관에 100% 부합하는 정치적 의미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지금은 비록 중단되어 있지만) 남북철도 복원사업이 단순한 교통적 수단의 복원의미를 넘어 민족의 혈맥을 잇는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 이를 북의 유기체적 논리로 본다면, 피가 몸속을 돌지 않으면 죽듯이 이를 민족적 개념에 적용하여 대입한다면 그 피에 해당되는 것이 ‘철로’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은 100% 철로를 이용해서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답방이 이뤄진다.

다음으로는 그렇게 철로로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한다면 그 답방 장소가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제끼고, 부산일 수도 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왜냐하면 유라시아 철도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정치적 상징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 그런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부산방문은 그렇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노력 없이 그냥 가만히 앉아 ‘떨어지는 홍시’를 받아먹겠다는 심산으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소망적 기대에 불과하다.

끝으로 필자가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政治)가 민의를 수용하여 바를 정(正)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옳은’ 정치집단이라고 한다면 반드시 정도를 걷게 되어 있다. 남북관계도 예외 없이 ‘꼼수’와 ‘우연’은 절대 없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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