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주노총 20기 중앙통일선봉대를 다녀와서

새 세기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통일선봉대)는 올해로 20기를 맞이했다. 스무 해 동안 수많은 질곡과 투쟁의 역사가 있었다. 중앙통일선봉대장을 하는 것이 구속을 결심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엄혹한 시절도 있었으며, 통일선봉대가 필요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

허나, 통일선봉대를 다녀온 노동자의 대부분은 ‘민주노총 00기 중앙통일선봉대 출신’이라는 것을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 이는 정세적 돌파력과 투쟁성, 집단주의에 기초한 조직생활, 하루를 함께 해도 10년을 안 것처럼 함께 울고 웃는 동지애, 함께여서 더 신나게 할 수 있는 율동과 선전·문예 창작,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과의 뜨거운 연대 등 오직 ‘통일선봉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 때문이다.

▲ 사진 : 선현희기자

민주노총 20기 중앙통일선봉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사상 최대 규모인 연인원 5백 명이 넘는 참가인원답게 모든 것이 ‘역대급’이었다고 자부한다(역대급으로 힘들었다는 얘기도 된다).

통일선봉대는 한반도의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투쟁으로 쟁취하기 위한 조직이다. 더불어 이를 방해하는 내외의 세력들을 규탄하여 제압하기 위한 투쟁을 하는 조직이다. 주로 미국의 한미합동전쟁연습 중단 투쟁과 대결정책으로 전쟁위기를 고조하여 정치적 이익을 누려온 한국 사회의 분단수구세력들을 대상으로 한 투쟁을 진행했다. 그런데 올해는 특징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방해하며 재무장과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 정권에 맞선 투쟁과 8.15 10만 범국민 촛불을 만들기 위한 대시민 선전활동이 주요하게 진행되었다.

▲ ‘강제징용 사죄배상’ ‘친일적폐 청산’ 부산시내 선전활동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시작된 아베 정권의 경제적 보복조치에 대해서 국민들은 자발적인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민주노총은 이에 더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1965년 졸속적인 한일협정으로 ‘미국-일본-한국’으로 서열화된 동북아시아의 지배체제를 바꾸는 범국민적 투쟁으로 만들자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선배 노동자들의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당사자는 물론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오랫동안 함께 투쟁해온 민주노총이 해야 하는 투쟁이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착과 한반도의 자주통일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투쟁이다.

그래서 민주노총 20기 중앙통일선봉대의 첫 일정은 부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옆에 인명판을 설치하는 투쟁이었고, 다음날 이것의 행정대집행을 요구한 일본 총영사에게 항의·면담을 촉구하는 투쟁으로 이어졌다. 부산 경찰의 혼을 쏙 뺀 첫날과 이튿날을 시작으로, 강제동원 노동자의 판결을 연기시킨 사법농단을 저지르고 졸속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여전히 옹호하는 친일과 분단의 적폐세력 ‘자유한국당 해체 투쟁’도 진행했다.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의 당 깃발을 내렸으며, 대구시당에서는 ‘토착왜구당’으로 현판을 바꿔 붙였고, 서울의 중앙당사에서는 스스로 해체하겠다는 현수막이 내려오기도 했다.

▲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앞 육교에 올라 ‘자유한국당 해체’ 외친 통일선봉대
▲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현판을 ‘토착왜구당’으로 바꾼 통일선봉대

이런 투쟁과 더불어 통일선봉대 대원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은 장기투쟁사업장에 방문해 함께 연대투쟁을 한 것이었다. 부산 벡스코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와 효림원의 요양서비스 노동자, 울산 레미콘 노동자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대구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노동자, 청와대 앞과 서울 톨게이트에서 이어지고 있는 수납원 노동자의 투쟁에 함께 하면서 자주적인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의 힘을 서로 주고 받았다.

13일 청와대 앞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방문했을 당시,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농성자들에게 올리는 식사를 경찰들이 과잉수색하는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을 전해 들은 통일선봉대가 모든 저녁 일정을 미루고 분당경찰서로 달려가는 도중에 경찰서장이 직접 서울톨게이트로 와서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민주노총 20기 중앙통일선봉대의 투쟁성이 얼마나 강고했는지 경찰이 확인시켜준 셈이었다.

▲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를 찾아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나눴다. [사진 : 통일선봉대]
▲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고공농성장을 찾은 통선대는 민주노총의 강고한 투쟁력을 확인했다.

8월15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10만의 촛불은 이제 한일관계는 물론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내자고 요구했다. 안타깝게도 한-미-일 동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는 새 시대를 열어낼 의지도, 능력도 부족하다. 박근혜 정부처럼 할 수는 없으니 내질러놓은 것은 있으나 당장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조차 미국의 눈치를 봐가면서 폐기하지 못하면서, 재벌의 청부를 받아들여 규제 완화에만 골몰하고 있다. 집권여당도 “한일관계 ‘1965년 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느니 하지만 말뿐이고, 주52시간제 유예를 위한 법안이나 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총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노동자 민중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아베 정권에 맞서 자주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투쟁도, 이때다 싶어서 규제완화에 골몰하는 재벌을 해체하는 투쟁도 모두 자주적인 노동자 민중의 조직된 힘으로 창조해나가야 한다.

자본의 자유만이 가득한 세상을 노동자의 자유가 가득한 노동해방의 세상을 위해서, 외세의 간섭 없이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다. 제국주의 수탈과 자본의 착취를 오로지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으로 끊어내겠다고 결심한 자주적인 사상의 부대,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의 삶과 함께 울고 웃으며 어깨걸고 싸우는 사랑의 부대, 바로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라는 조직 말이다.

올해 ‘역대급’이라는 연인원 5백 명이 함께 했으나 이것이 천 명이 되고, 만 명이 되어 한반도를 자주통일과 노동해방의 함성으로 뒤덮을 때, 진정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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