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강민 민주노총 20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

올해로 20기를 맞는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통선대)가 오는 8일부터 15일까지 7박8일 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자주의 함성으로! 노동자의 힘으로! 민족자주, 평화통일, 친일분단적폐 청산”이라는 총슬로건을 내걸고 투쟁을 펼치는 통선대 총대장 엄강민 금속노조 통일위원장(부위원장)을 만나 20기 통선대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2018년부터 시작된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합의가 있었지만 한반도 평화·통일의 문제가 풀릴 듯 풀릴 듯 하면서도 풀리지 않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민족자주의 힘으로 평화통일을 앞당기겠다.” 엄 대장은 한미합동군사훈련(동맹19-2)으로 인해 재개되지 않는 북미협상, 아베 정권의 도발 등의 장애물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노동자 통선대의 결의가 총슬로건에 녹아있다고 했다.

“‘선봉대오’라는 이름답게 나서서 제기하고 돌파하겠다”며 통선대원들의 결심을 대신 전했다.

▲ 엄강민 민주노총 20기 중앙통일선봉대 대장

무엇보다 올해 통선대의 주요 활동 중 반일투쟁이 눈에 띈다.

엄 대장은 “아베 정권의 경제 침탈, 내정간섭 등으로 인한 대중들의 분노가 자발적인 반일투쟁, 반아베 투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이 분노를 받아안고 더 크게 투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일본은 자신들이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조선반도의 굴종을 요구한다.” 아베 정권을 향한 엄 대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베는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기 위해, 군국주의 부활을 위해 식민지배를 부정하고 있다. 강제징용에 대한 사죄와 배상도 요구하지 말라고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제침략, 군사와 관련된 1급 정보만 제외하고 일본에게 다 내어주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유지 등, 그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엄 대장은 “그간 노동자 통선대는 남북대결을 조장하는 미국을 반대하는 투쟁에 앞장서 왔다”면서 “올해 제기되는 ‘반미’와 ‘반일’ 투쟁, 그리고 ‘민족자주’가 다른 이름이 아니”라고 했다.

“1905년 체결된 가쓰라-태프트 밀약에서 보듯이 일본과 미국은 우리를 그들이 주고 받을 ‘거래의 대상’ 정도로 여겼다. 그것이 2019년 오늘날까지 미일동맹, 더 나아가 한미일 삼각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있다”면서 “동북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과 그 틈에서 군국주의 부활을 노리는 일본, 한미일 동맹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족자주’의 힘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된다”는 게 엄 대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통선대가 움직이는 곳곳에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사드 철회, 미군기지 투쟁, 그리고 일본규탄대회 등 반일투쟁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 지난해 민주노총 19기 중앙통일선봉대. 칠곡 캠프 캐롤 미군기지 앞 투쟁. [사진 : 이홍준 담쟁이기자]

엄 대장은 “분단을 조장하고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적폐세력”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해방 전 매국행위를 일삼던 자들이 이 땅의 지배계급으로 남아 있다. 언론을 장악한 조선일보, 국회를 농락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라고 엄 대장은 지칭했다.

“아직도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친일’을 이야기하며 대중을 농락하고 무시하고 있다. 그들이 통일이 두려운 이유, 통일이 됐을 때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소위 ‘빨갱이’라는 이념팔이를 하지 못할 것이고, 자한당은 국회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엄 대장은 이들의 이익과 일본의 의도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경제침략은 조선일보, 자한당과 같은 친일 세력과 손잡고 문재인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고 친일정치세력의 입지를 넓혀 주려는 의도”, “식민지배 인정은커녕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방해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통선대는 전국 곳곳에서 일본 정부는 물론 자한당에게 “혼쭐을 내주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엄 대장은 부산에서 진행되는 첫날과 둘째 날의 투쟁에 의미를 뒀다. “일본영사관 진입 투쟁과 ‘반일 감성팔이 하지마라’는 김무성 의원(자유한국당) 사무실 항의 투쟁 등 반일행동의 열기가 한층 달아올라 있는 부산에서 노동자 통선대의 첫 투쟁의 기세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면서 엄 대장은 “지금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반일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 정세를 주동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힘줘 말했다.

지금의 노동자 반일투쟁은 “일제 식민지 시절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희생당한 선배노동자의 한을 풀기 위한 투쟁”이라는 것.

엄 대장은 2016년 8월, 일제 식민지 강제징용 노동현장인 일본 단바망간 광산에 노동자상을 세우러 갔을 때의 기억이 선하다.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입국을 거부를 당했지만 한국 정부(박근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지금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식민지 역사를 바로잡고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엄 대장은 “경제침략에 대응한다며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행태”를 지적하며, “노동자들이 아닌 해방 후 한국경제를 기형적으로 만들어왔던 재벌자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또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 지난해 19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발대식 [사진 : 이홍준 담쟁이기자]

올해 역대 최대규모의 노동자 통선대가 구성된다. “‘500’이라는 숫자만큼, 20기 통선대를 앞두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설렘이 역대 최대”라고 말하는 엄 대장. “노동자들이 아베 정권을 향한 국민적 분노에 공감하고 대중과 함께 투쟁해 국민적 지지를 받는 통선대 활동을 만들고 싶다”는 게 엄 대장의 포부다.

민주노총 20기 중앙통일선봉대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전면 중단’, ‘강제징용 사죄·배상’, ‘한일군사협정 폐기’, ‘친일적폐 조중동 폐간, 자한당 해체’, ‘남북공동선언 이행’, ‘노동개악 중단’ 등의 요구를 내걸고 8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성주, 대전을 거쳐 11일 서울에 도착해,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활동을 펼친다.

엄강민 대장이 ‘5글자’로 대답했습니다!

∙ 왜 통선대장을 하셨나요?
“하고싶어서”

“통선대에서 평소에 상상했던 투쟁을 펼쳐보고 싶었는데, 올해 대장을 하게 됐네요? 기대가 됩니다.”

∙ 7박8일 동안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내몸이걱정”

“그 간 몸(체력) 관리를 하지 못해서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요가하고, 사무실에선 틈나는 대로 스쿼트도 하고….”(웃음)

∙ 대장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것?
“걱정이없네”

“통선대 집행부들에 대한 믿음, 함께 할 통선대원들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그래도 걱정되는 것 중 하나는 대원들의 건강, 식사, 잠자리 등 조금 덜 불편하게 해줄 방법이 뭔지 그게 고민입니다.”

∙ 7박 8일 외박, 집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노는줄알걸”

“전국을 다닌다고 하니까 ‘좋겠다’고 부러워하던데요?” (현대자동차 창원 정비센터에서 28년 차 근무 중인 엄강민 대장은 올해로 4년째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 대원들에게 ‘이거 하나 약속하겠다!’
“율동기대해”

“통선대 문예팀장이 무대 가운데 서라고 하셨거든요. 뻣뻣한 율동, 모두가 즐거우실 거예요.(웃음)”

∙ 8일에 만날 대원들을 기다리며 한마디
“재밌을거야”

“노동자 통일선봉대가 올해로 20기 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되는 거죠.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통선대로서 새로운 방점을 남기는 활동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책임감이 높아집니다. ‘아! 20기 통선대는 그랬지’라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활동을 대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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