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작정하고 반노동 발언을 쏟아냈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법을 만들겠다”, “‘근로기준’의 시대에서 ‘계약자유’의 시대로 가야 한다”, “국민들에게는 마음껏 일할 자유를, 우리 산업에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보장해야 한다.”

나 원내대표 연설 이후 자한당은 반노동 공세를 더욱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원내대표 연설에 담겨있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시장 유연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자한당은 이것을 ‘노동개혁’이라고 말한다.

지난 9일, 자한당은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날 특위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한국이 총체적 위기”라며 “수많은 위기와 붕괴 속에서 시급히 대응할 부분에 대해 특위를 구성하고 진상규명과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특위 설치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도 여지없이 “민주노총이 헌법과 권력 위에 군림하고 있다”면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특위장에 임명된 자한당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도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 “활기찬 시장경제를 위한 노동유연성 추구 등을 위해 힘쓰겠다”는 걸 각오라고 밝혔다.

18일에 열린 자한당 노동개혁특위 첫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쉴새 없이 쏟아졌다.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과 이장우 특위장, 임이자 의원(특위 간사), 김종석 의원(특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정용기 의장은 “노동시장 유연성 없이는 경제 침체를 벗어날 수 없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국회에서 제도화하기 위해 특위를 설립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장우 특위장은 한술 더 떠 “귀족적이면서 강성인 노조가 전횡하고 그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대놓고 민주노총을 겨냥했다.

▲ 사진 : 뉴시스

지난 6월 한 시사주간지는 자한당 황교안 대표가 ‘민주노총 저지 특별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자한당이 이달 초부터 열을 올리고 있는 노동(노조) 대응 기조에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고 하면 과언일까?

이장우 특위장이 숨기지 않은 대로 자한당은 민주노총을 겨냥해 ‘강성노조’, ‘귀족노조’와 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100만 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민주노총의 대표성 문제에 시비를 걸고,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특위 이름 앞에 ‘노동개혁’이라는 명칭을 달았지만 ‘민주노총 저지’라고 읽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면, 자한당은 노동개혁특위 회의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사협력본부장 등을 불러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고 전해진다. 경총은 이날 ‘파업 시 대체근로 전면 허용’과 ‘노조의 직장 내 점거 금지’ 등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주장을 늘어놓고 갔다.

자한당 노동개혁특위 위원장과 간사는 모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위원들이다.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노조의 사회적 책임법과 노동을 유연화시킬 법을 자당 노동개혁특위에서 구상하고 국회에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법안 마련을 위한 자한당의 담금질도 본격화되고 있다. 환노위 간사이자 자한당 특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 12일 ‘노동정책 대전환’ 토론회를 개최했다. 임 의원은 지난달 4일 자한당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을 바로잡겠다며 출범시킨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의 ‘자유로운 노동시장 분과위원장’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회엔 “고용계약의 유연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고용형태의 다양성”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염두에 둔 발언들이 쏟아졌다.

신한국당 시절인 1996년 정리해고법 도입에 앞장서고, 한나라당 시절인 2008년 비정규직법을 확대하고, 2010년엔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등 민주노조 무력화 법안에 공을 들여왔던 정당. 그와 맥을 같이 하는 자한당이 밀어붙일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법의 내용 역시 ‘반노동 친재벌’ 법안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 지난달 4일 자한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을 바로잡겠다며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엔 ‘자유로운 노동시장 분과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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