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에 대한 그 정치적 함의

한반도 비핵화시계가 다시 굴러가려한다.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DMZ‘깜짝’회동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최종적 확인은 3차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1차(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정신에 의거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북미간의 DMZ‘깜짝’회동이 이를 분명히 확인해줘서 그렇다(이와 관련된 기사는 필자의 “북핵 시간이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북미 새로운 관계’ 수립 시간이 빨라진다”, <통일뉴스>, 2019.07.01. 참조). 해서 이후 북미정상회담은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호상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프로세스(process)적으로는 리비아식의 빅딜 안의 완전폐기와 대북적대 정책 철회, 단계적 동시적 이행을 통한 북의 핵동결 상응대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 기준을 북은 ‘공정성’이라 재확인 해내었다.(<조선신보>, 2019.07.12.)

두 전략국가가 다시 이렇게  세기의 움직임을 시작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해서 모르긴 몰라도 곧 재개될; 7월 중순경에 있을 북미 실무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아야 될 그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내놓을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실무회담이 순항하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현상과 본질을 잘 헤아려 보는 것이다. 그러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미국이 아니라 북임도 보일 것이고 (칼자루는 북이, 칼날은 미국이 쥐고 있음), 같은 관점으로 시간이 미국편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식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런가? 그것은 본질이 현상에 의해 드러나기도 하지만, 반드시 현상이 본질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철학적 원리 때문이다. 다시말해 현상적으로는 미국이 원래 강대국으로서 강한 척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지만, DMZ‘깜짝’회동 성사과정이나 이후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는 폼페이오, 비건, 미국 내 대북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발언들로 볼 때는 미국이 그렇게 여유를 부릴 상황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핵동결’언급, 사실상의 ‘단계적 동시적 이행방식’수용, ‘핵군축’ 등의 용어등장이 이를 충분히 증명해주고도 남는다. 

전제가 그렇게 되고나면 이후 쟁점도 비교적 좀 명확해진다. 

미국은 북의 단계적 동시적 이행 로드맵은 수용하되, 동결 입구론과 FFVD출구론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북은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와 신뢰관계에 의한 비핵화프로세스(=‘공정성’)진행 및 핵군축으로의 회담성격전환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쟁점은 미국이 이미 사실상의 단계적 동시적 이행 로드맵은 수용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별문제가 되지 않고, 문제는 그 정신에 의거해 진행될 신뢰관계에 의한 비핵화프로세스(=‘공정성’)문제가 쟁점이다.(또한 4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부터는 핵동결 이후의 문제라 할 수 있는 핵군축회담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2차(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으로 합의 보려 했던 ‘실질적 합의안(영변시설 완전폐기 ↔  종전선언 + 연락사무소 개설 + 경제제재 해제)’승인여부가 핵심문제일 것이고, 여기에 미국이 좀 더 욕심을 부려 +@를 고집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미국의 담보는 ‘불가역성’문제가 될 것이다. 

이유는 핵동결(nuclear freeze)범주와 북이 왜 미리  ‘공정성’문제를 들고 나왔는지를 유추하면 그 이유가 보다 분명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즉, 일반적인 의미에서 핵동결을 핵시설을 폐기하고(1단계), 핵무기를 생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는 행동(2단계)까지 얘기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면 핵동결은 2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핵무기가 ‘생산-시험-사용-전파’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사전단계, 즉 핵시설에 대한 완전폐기가 선행되어야만 그 다음 공정으로 나갈 수 있다는 그런 논리적 측면과 함께, 북이 왜 일관되게 그렇게 영변시설 완전폐기1)를 중요시하게 제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등가도 위에서 언급했던 ‘실질적 합의안( 영변시설 완전폐기 ↔  종전선언 + 연락사무소 개설 + 경제제재 해제)’으로 분명히 하고 있어서 그렇다.

주1) 2018년 9월 19일에 발표된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발동기시험장과 로케트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으며,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이렇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거론한 핵동결대상은 동창리 위성발사시설과 영변시설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도 이에 화답을 했다.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고, 핵동결을 하겠다고 ‘동의하는’ 경우, 미국은 그에 걸 맞는 상응조치로 ‘사실상의 종전선언인 평화선언’을 발표하는 방안,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상호 설치하는 방안, 그리고 조선의 석탄수출 및 섬유수출에 대한 제재를 12~18개월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이다.(<연합뉴스>, 2019.07.11.)

그렇게 자주 국가만이 할 수 있는 배짱과 능수능란한 북 외교를 마치 한 폭의 그림 보듯 와 닿는다. 미국도 이제야 정신 차리고, 북의 의도에 감을 잡은듯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은 북이 왜 ‘공정성’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는지를 잘 이해해야 한다. 

다시말해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위 등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합의를 보고자한다면, 즉 사전단계로서의 핵동결이 아닌, ‘생산-시험-사용-전파’되지 않는 핵동결(이른바 +@)까지를 한꺼번에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에 대한 상응대가가 공정해야 함을 미국 자신에게 미리 보내는 북의 의도된 경고임을 정확하게 읽어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해서 미국은 이번 3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미국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으로 합의 보려했던 예의 그 안‘실질적 합의안’으로 무난히 갈 것인지, 아니면 2단계 핵동결에 해당되는 ‘생산-시험-사용-전파’되지 않는 핵동결까지를 갈 것인지를 미국이 판단해서 실무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과 2단계 핵동결까지를 생각한다면 미국은 다음을 철저히 고민해내어야 한다. 다름아닌, 그에 걸맞는 공정한 등가가 산출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합리성이 북의 영변시설 완전폐기는 불가역적 조치에 해당되는 것이고, 미국이 내놓게 될 상응조치; 평화선언(종전선언) 발표,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제재 유예는 가역적 조치이다. 공정한 등가가 될 수 없음이다. 비례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질적 합의안’은 북이 많이 양보한 것이 된다. 그런데도 또다시 2단계 핵동결을 요구하면서 그에 대한 상응대가를 2차의 ‘실질적 합의안’과 같이 가역적이라고 한다면 북은 더 이상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말해 미국이 2단계 핵동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북에게 FFVD단계에서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한미합동군사훈련 완전폐기 문서합의 등을 내올 것이 아니라 2단계 핵동결에서 완성시켜 내어야 한다는 말이다.2) 

주2) 왜냐하면 미국은 북의 영변시설 완전폐기에 내놓을 자신들의 상응대가(=공정한 대가)가 원래는 자신들의 핵시설에 대한 폐기임을 재확인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그럴 수 없는 현실적 조건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상응조치는 가역적 조치를 불가역적 조치로 담보해줘야 하는 그런 문제일 텐데, 이름하여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조약이나 협정 등의 체결을 통해 그 담보를 확실히 해야만 해서 그렇다. 

그러고 나면 이후 핵군축 문제는 미국과 북이 그렇게 신뢰를 쌓고, 그렇게 적대성이 없어져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된다.  

그러니 일각에서 보도되고 있는 ‘스냅백 방식(북의 비핵화 합의 미이행 시 제재복원)’이 절대 검토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은 자신들의 불가역적 조치에 대해 미국의 가역적 조치도 수용할 만큼 양보를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지 않다.(사실 이 징벌적 조치가 유엔의 대북제재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제재해제도 응당 이뤄졌어야 했다.) 그런데도 왜 북만 이행하지 않는다고 하는 선험적 ‘양치기 소년’을 만들어야 하는가. 미국에게는 왜 똑같이 적용대상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않는가. 미국에게는 또 어떤 징벌적 제재조치를 담아내게 할 것인가. 분명 회담과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는 발생되어져서는 안 될 불필요한 논쟁이다.  

해서 미국은 괜한 욕심 대신, ‘공정성’을 제대로 이해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는 문제는 문재인 정부이다. 

왜냐하면 비핵화문제와 관련하여 항상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비핵화회담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을 주문해왔었다. 이름하여 비핵화 상응대가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카드를 항상 활용하라는 주문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를 7월 12일 <조선신보>가 보도한 “미국이 내놓을 계산법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공정성”이라는데 대입해 풀어보면 개성공단 재가동 등이 동결에 대한 등가일 수 없음이 정치적으로 확인된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개성공단 재가동 등은 미국이 내놓을 ‘새로운 계산법’ 항목이 아니어서 그렇다. 또 다른 하나는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 등은 북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듯이 민족내부의 문제, 즉 남북 간에 풀어야 할 문제라는 사실 때문이다. 

해서 지금부터라도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등 문제는 남북 간에 풀어갈 문제로 인식하고, 그 관점에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서 풀어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발상의 전환을 가져가면 오히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미국에게 대북제재 해제의 정치적 부담을 들어주게 되고(출구를 열어주게 되고),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미국 눈치 보지 않고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 입각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 남북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와 연동시키려면 그렇게 연동시켜야 하고, 그렇게 남북미관계를 선순환 시켜내어야 하는 것이다. 선순환 구조를 또 그렇게 만들어야만 현 정부가 그렇게 오매불망하고 있는 신한반도경제의 입구가 될 남북경협도 시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대통령 말씀을 제3자에게로 향하는 것이 아닌(관찰자의 입장이 아닌), 정부 자신을 향해야 한다. 

“기존의 외교문법 속에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강조, 필자)”이라며, “그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 냈다.”(DMZ에서의 남북미 만남에 대해 7월 2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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