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교섭’ 약속 어긴 교육부·교육청… “교육재정 1%만 써도 공정임금제 가능하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6월17일 청와대 앞에서 100명이 집단삭발을 했고, 7월3일부터 사흘간 역대 최대규모·최장기 총파업을 했지만, 진정 이들의 분노를 들어줘야 할 교육당국의 태도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성실교섭 하겠다’던 교육부는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했고, 시·도교육감들은 어느누구도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삭발과 투쟁을 결의하고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7월 초 1차 총파업 이후 교섭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 지난 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3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대회에 참가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진 : 뉴시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는 교육부, 그리고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임금제 도입으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80%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라는 국정과제를 강조해왔던 문재인 정부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회의)는 올해 교섭에서 ▲전 직종 기본급 6.24% 이상 인상 ▲정규직 대비 근속급 차별해소 ▲명절휴가비, 정기상여금 등 복리후생 차별해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인 교육부와 교육청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률(기본급 1.8% 인상)을 제시하며 이 외엔 수용을 거부했다. 10만 명에 달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간 파업을 벌였고, 교육부의 ‘성실 교섭’ 약속을 받고나서 학교현장으로 복귀했다.

문제는 파업 이후 다시 마주앉은 본교섭 자리다.

파업 직전인 2일 실무교섭에 참가했던 교육부. 학비 노동자들의 총파업 마지막 날인 5일 “시·도교육청과 함께 향후 진행되는 임금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교육공무직’에 부합하는 합리적 임금체계와 임금수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교육부는 총파업 이후 진행된 9일 집단교섭에선 ‘실무교섭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사용자가 아니”라고, “교육청이 사용자”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학비노조는 “집단교섭 절차합의서를 전면 부정하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4일 교육부·교육청들과 체결한 집단교섭 절차합의서를 살펴보면 ‘사용자’ 지칭 첫머리에 ‘교육부장관’이 명시돼 있다. 교육부가 주된 사용자라는 것이다.

▲ 자료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학비노조는 “교육부가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거짓말을 넘어서 ‘조정역할’을 수행할 뿐이라며 ‘교섭위원으로 참여해 안을 내는 것은 부담’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총파업 직전 교섭에 직접 참여해 교섭을 주도한 교육부가 ‘성실교섭’이라는 대국민약속을 기만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교육부를 비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교육부는 국립학교의 사용자로 사용자 측 교섭위원으로 참여할 의무가 있으며, 교육인력 정책, 예산, 법제도 등 각종 제도개선의 역할과 책임이 있는 정부가 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학교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분야 비정규직의 공정임금제 실현을 위해선 정부의 예산반영과 예산편성지침이 필요하다. 교육당국은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6100억원이 소요된다”며, 마치 노동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학비노조는 비판했다. 그러나 사실 노동자들은 “올 한해에 실행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2021년까지 3개년간 실행계획을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3년간 증액된 교육재정은 2016년 55조에서 2019년 74조 원이다. 여기서 3년간 1%씩만 써도 ‘공정임금제 실현’ 즉 대통령의 공약과 국정과제를 이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6일 교섭에서 사용자 측은 파업 전 내놓은 안(기본급 1.8%인상)에서 한 발짝도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았고, 교육부 실무교섭 참여도 재차 거부했다. 실무교섭을 포함해 총 12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제자리걸음이었다. 대통령, 그리고 시·도교육감들의 공약이었던 ‘공정임금제’에 대해서도 ‘교육청의 힘만으로 할 수 없다’, ‘정부차원에서 해야 한다’ 등의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결국 학비연대회의는 16일 교섭에서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사용자의 불성실한 교섭태도와 공정임금제 실행에 대한 입장변화 시까지 실무교섭을 포함한 일체의 교섭을 중단하고 총파업 및 총력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학비연대회의 소속 노동조합들은 2차 총파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18일 시도교육청공동관리협의회 장소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같은 날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도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이후 청와대 앞에서 1박2일 대규모 농성에 들어간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18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차 총파업’을 선포하고 오는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결의대회’를 연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18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2차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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