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에서 나온 진실의 말들

말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진실과 거짓이 담겨있다. 세상을 투영하는 힘이 있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답이 있다.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선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세월호 희생자 중 단원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원고 약전> 북콘서트에서도 그랬다. 북콘서트 참석자들의 말 속에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어떻게 규명할지 그 해법이 들어 있었다. 

팔목에 노란밴드를 끼었거나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단 관객들이, 세월호 희생자 중 17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단원고 학생 231명과 교사 11명, 아르바이트 청년 3명 등 희생자 245명의 기억저장소가 된 <단원고 약전>의 발간을 기념하고, 세월호 진실규명과 온전한 선체 인양에 대한 염원을 안고 북콘서트장에 모였다. '416 단원고 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북콘서트는 총 77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행사였다.

소설가, 동시인, 동화작가, 시인, 극작가, 르포작가·기자 등으로 구성된 139명의 약전 작가단이 1년간 희생자의 유가족, 친구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글로 옮긴 약전(略傳·간략한 전기)은 열두 권의 책으로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반드시 진실을 규명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책이다.

그래서 북콘서트는 416단원고 약전발간위원회(위원장 유시춘)와 책을 펴낸 굿플러스북(대표 이재교) 주관으로 열렸으며,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세월호연장전, 비주류사진관이 후원했다.

고은령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 공동주최 대표로 인사를 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7세의 짧은 생을 살아갔지만 영원히 별이 된 아이들을 위한 자리라며 “국민들이 여소야대 만들어줬고 금방이라도 뭔가 할 거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 없이 조사위가 그냥 문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험난한 조건이 있더라도 끝내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세월호 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4.16단원고 약전발간위원회 유시춘 위원장은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로 시작되는 도종환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삼국유사가 역사의 뼈대가 아닌 역사의 살이었듯이 ‘단원고 약전’이 뼈대만 있는 역사에 살을 붙여서 후세들에게 오늘의 비극 속에서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오래도록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 등이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인 권지혜양과 장준형군, 이영만군 그리고 체육교사인 고창석 교사의 약전을 각각 낭독했다.

의원들의 낭독에 이어 약전에서 지혜와 윤희 이야기를 쓴 임정자 동화작가와 이영만군의 어머니인 이미경씨, 편찬발간위원인 오현주씨가 토크를 이어갔다.

제천의 촛불집회와 팽목항 문화제에서 약전 한 편씩을 읽고 있다는 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1주기는 관념 속의 사람이 희생됐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2주기 때는 눈물부터 났다. 약전을 쓰고 나니 지혜와 윤희가 가슴에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정치의 대상, 통치의 대상, 유권자로만 본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이런 약전을 쓰는 세상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항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고 이것이 두렵다.”

착하고 낙천적인 아이로 기억되는 이영만군의 어머니 이미경씨는 “작가님이 오셨을 때 반가웠다. 가장 슬프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과거에 존재했던 사랑하는 아들이 말 속에서 존재했다. 영만이 이야기를 하고 돌아설 때는 허전하고 절망을 느꼈지만 책이 나오니 영만이를 누군가에게 얘기해주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책 속에서 아이가 살아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편찬 발간위원인 오현주씨는 “약전을 사고도 못 읽거나 외면하기도 한다. 그만큼 아픈 책이지만 아이들의 잃어버린 시간들이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했고 단원고 약전이 나왔다”며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까지의 이야기다. 한편 씩만 읽어본다면 우리가 어떤 짓을 저지른 것인지, 우리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어떤 일을 저지를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단원고 약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17년의 생을 40쪽에 담기에는 많이 짧았다. 19분의 희생자가 빠졌다. 선체인양으로 아직 수습되지 못한 분들이 돌아오면 12권 뒤에 13권째 약전을 펴내겠다.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등 전국 도서관에 <단원고 약전>이 배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기억하는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다.

‘416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2부에서 김혜진 4.16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시민들이 연행됐다. 2013년 4월26일부터 연행자가 548명이고 소환장 발부된 사람도 352명이나 된다. 세월호 집회가 388번 정도 했는데 177회가 금지 통보를 받았다. 사실상 집회를 할 수 없을 정도다. 2015년 4월과 5월 한 달간 많이 연행됐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을 때 가장 가혹하게 막았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막으려는 정부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4.16 이후도 많은 참사가 발생했다.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에서도 사고가 났는데 그중 한 분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모부였다, 구의선, 에어콘 기사 등등 많은 참사들이 반복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된다고 했지만 많은 노동자 시민들이 이런 참사에 노출돼 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책임자들이 처벌받지 않으면 이런 일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이 사회는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 특별법 개정과 특검 문제가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애타게 시민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고 진실을 밝히는 게 꼭 조사위만의 일이 아니다. 국회는 특검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특조위를 최대한 가동하면 좋겠다. 시민들도 원하고 있다. 세월호와 관련한 정보를 통제하고 방송을 통제하는 등 언론을 탄압하고 희생자가족을 울리는 많은 일들을 국회가 가지고 있는 권한으로 풀어줘야 한다. 국회도 시민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위해 노력하겠다. 특조위 활동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끝까지 할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여러분)너무 외로워하지 마라. 국민들 마음 속에 다 세월호가 있다”고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손혜원 의원(더민주)은 세월호 특조위 업무를 세금도둑이라고 말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을 비난하며 국가 예비비로 사용하는 목록을 일일이 공개했다. 손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특조위 2015년 89억 원, 2016년 62억 원’인 반면 2009년 신종플루 184억, 2010년 천안함 395억 원‘이었으며 “아프카니스탄 재건 활동을 위해 1394억 원을 썼는데 우리나라 재난에 쓰는, 예측 불가능하고 시급하고 불가피할 때 쓰는 예비비를 아프카니스탄에 썼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2015년 9월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뉴욕에 갔을 때, 개도국 소녀들의 보건과 교육을 위해 2016년부터 5년간 2400억 원을 쓰겠다고 약속했다”며 대상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15개국의 개도국으로 기초교육 강화와 소녀 학습 제고, 재난 분쟁지역 소녀교육제도 확대, 교육권 보장 등을 위한 것이라며, 진짜 세금도둑에 대해서는 자료를 통해 밝혀야 된다고 했다.

세월호진실규명분과장인 장훈씨(단원고 희생자 장준형 학생의 아버지)는 “19대 때 특별법 만들 때는 수가 모자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총선에 승리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도 된 것이 별로 없다. 진실규명은 10%로도 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인 사안으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적인 논리를 떠나서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라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염원을 전했다.

이날 북콘서트는 <단원고 약전>이란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세월호 참사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 사회가 과제를 풀어가야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 속에는 분명 풀 수 있는 해답이 있었다.

어느 누군가 나지막히 얘기했다. “세월호, 분노로 인양하라.” 때론 분노가 힘이 된다는 걸, 저항이 끝끝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전해주는 짧은 말이었다. 마지막 순서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의 노래가 그 마음을 간절하게 전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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