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민족주의인가(1)

4.27시대연구원 박기민 연구위원의 "왜 다시 민족주주의인가"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필자가 직접 쓴 '연재기획취지'에 대한 글을 첫순서로 올립니다.[편집자]

 

한국에서 민족, 민족주의 개념은 196,7,80년대에는 국가통치수단으로 관변 민족주의로 왜곡되어왔으며 1990년대 초 소련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는 압도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주의라는 이념의 파고 속에서 다른 형태로 왜곡되어왔습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주의에 의한 민족, 민족주의 왜곡은 학문, 문학예술,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민족, 민족주의 담론을 꺼내는 시도는 ‘우파 민족주의, 파시즘, 쇼비니즘, 국수주의, 배외주의, 국수주의, 우생학적 인종주의 개념을 내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아 왔습니다. 

1990년 소련,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 지구 차원에서 미영서구달러체제를 필두로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제3세계 나라들의 민족 정체성 찾기, 자주해방 의미로서의 민족, 민족주의 문제는 사갈시되었던 것이 세계사적 현실입니다.

한국은 강대국 민족주의인 일제 식민지 경험과 외세에 의한 민족분단 상황이라는 ‘민족모순의 극렬지점’에 서 있습니다. 이런 한국에서 ‘민족, 민족주의 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과연 온당할까?’ 하는 문제를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차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할 ‘왜 다시 민족주의인가’ 에 대한 글은 우리의 민족분단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민족1), 민족주의2) 문제를 다시 톺아보고 성찰하자는 의미와 우리식의 민족주의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 왜 노동계급 국제주의 연대로 나아가는 세계주의와 일맥상통하는지, 하는 점을 고찰할 것입니다. 

주1) 민족(民族)이란 말은 서구에서 nation, nazione, nacion 으로 표기되는데 이 말들은 라틴어 natio, natus, nascor 등에서 유래했다. 민족은 일반적으로 공통된 조상, 일정 지역에서 언어와 풍습, 종교와 정치 경제 문화를 공유하며 소속 의식을 갖는 유전적, 역사적으로 형성된 문화공동체로 정의된다. 민족은 국민, 부족, 종족 등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마르크스주의와 민족문제』,<민족이란 무엇인가?> 배동문 엮음, 한울 ,1986, 37쪽 참조 『21세기 민족주의』,  <종족국가에서 민족국가로의 연속성>, 정수일 외, 통일뉴스, 2010,164-6쪽 참조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앤서니 스미스, 강철구역, 용의숲,2012, 24-28쪽

 

주2) 민족주의(Nationalism)는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동체 집단이 그 공동체에 대해 가지는 소속감이나 애착심, 그런 것을 강조하려는 사상 감정이나 정치적 운동을 말한다. 민족주의(Nationalism)를 국민주의로 이해는 논자들도 있으며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m)는 국민을 ethnicity로 생각하는 내셔널리즘으로 이해는 논자들도 있다. ethnicity는 북미에서는 국가경계 내에 존재하는 상이한 하위집단들을 말한다. 즉 subculture, subgroup, 집단의 사회 심리학적 준거로서 인종, 종교, 민족을 상정하며 peoplehood 감정을 중시한다. 『민족과 민족주의』,<민족주의 개념 정의>, 어네스트 겔너, 한반도 국제대학원 대학교, 15-25 참조, 『민족주의 연구』,「민족과 민족주의 개념」, 정경환, 이경, 2009,63-85 쪽 참조.

2018년 10월10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강경화 외교장관이 북한에 대해 `5·24 제재조치`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한국정부는 우리의 승인(approval)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연합뉴스 2019년 3월14일자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생화학 실험을 한다는 사실은 2015년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살아 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가 발생하면서 처음 실체가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3)

주3) 연합뉴스 2019.3.14 부산항서 아직도 생화학 실험?…미군 주피터 프로그램 논란 재연.
연합뉴스는 “이듬해인 2016년 미군이 부산항 8부두에서 생화학 대처 능력을 기르기 위한 연구과제 '주피터 프로그램'을 실시, 지역사회에 큰 논란이 일었다. 최근 미 국방성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프로그램 예산 평가서'에 주한미군이 부산항에서 350만 달러(40억원)를 들여 '주피터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고, 이 프로그램에는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Live Agent Test)이 포함된 사실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지며 주피터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정부는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으로 한 해 5조 원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2015년 한 해 정부의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5조4563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15년 국방예산 37조4560억 원의 15% 규모에 해당하는 비용을 주한미군에 쓴다.”고 합니다.4) 

주4) 중앙일보 2018.05.24. 기사, 「주한미군 주둔비용 5조 원 넘어…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아」

그리고 한국 사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미군 범죄만 하더라도 1992년부터만 보더라도 윤금이씨 살해사건,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2000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신효순‧심미선 여중생 압사 사건(2002년), 탄저균 불법반입사건(2015년) 등 미군의 범죄행위는5) 해마다 평균 450여 건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군의 범죄행위는 한국 사법부의 힘이 실질적으로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5) 2014년 대검찰청 정보공개 청구 결과 보고서

그것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인 SOFA에 의하면 한국 사법부는 미군 범죄를 기술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처벌이 거의 불가능한 21세기의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러 지표를 보면 한국이 과연 주권국가일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한국에서 민족모순을 이야기하거나 민족분단 문제를 제기하면 계급주의자들에게는 부르주아 우파로 비판받거나 자유주의 진영으로부터는 매우 불편한 것, 시대에 뒤떨어지는 폐쇄주의 견해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늘 존재해 왔지만 각종 매체와 제도교육, 국가의 왜곡선전으로 가려져 있었던 미 제국주의 문제와 우리 민족과 미국 간의 민족모순 문제가 등장한 계기는 1980년 5월 광주항쟁입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이후, 광주 시민 학살에 미국의 방조가 있었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에서는 반미반제주의라는 민족주의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앞에 서술하였듯이, 1990년 소련,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 전지구차원에서 미영, 서구달러체제를 필두로 신자유주의 광풍에 압도당하여 한국에서는 청년과 지식인들 사이에 반미반제주의라는 민족주의 열풍과 감정은 일시에 소멸하고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마르크시즘, 제3의 길이라는 여러 담론이 유행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나 현재 시점은 2019년이나 민족분단이라는 객관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으나, 현재 지식 담론 세계에서 1980년대 지배적 담론이었던 제국주의 저항논리로서의 해방민족주의 논의는 철 지난 뻐꾸기 소리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자기 민족문제 뿌리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한국에는 서유럽에서 나온 근대 민족주의 개념이 제도학문과 지식인 사회에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과는 지리적 배경도 다르고 자연환경적 배경도 다르고 역사와 문화도 다르고, 그래서 사유구조도 다르고 민족 형성 과정도 다르고 생산력 발전 단계도 달랐던 한국 등 제 3세계가 서구의 근대 민족주의를 그대로 수용하여 자기나라 문제를 진단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처사일까?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생산력 발전 단계가 달랐던 한국 등 제3세계 민족은 서유럽이 민족을 형성하는 과정과 역사적 배경과 추이가 달랐습니다. 
유럽민족주의는 봉건체제 해체, 부르주아 계급에 의한 큰 시장에 대한 요구, 산업혁명과 더불어 근대에 들어와 1871년 독일, 이탈리아 등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부르주아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독일 나찌즘, 스페인, 이탈리아 파시즘이란 극우 민족주의 후과를 겪으면서 서구에서는 민족주의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구에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었던 민족, 민족주의가 한국이나 제3세계에서도 동일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어야 할 이유는 당연히 없다 하겠습니다.
1990년, 동구와 소련 사회주의 붕괴 이후, 서구의 민족주의 이론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담론과 더불어 우리에게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서 우리는 서구의 민족주의 담론을 우리의 것으로 오해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은 서구 민족주의 이론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민족은 상상된 공동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고려시대 항몽 시기 이후 1000년 이상을 같은 겨레라는 동질감 속에서 살아왔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의 정체성을 더 깊이 인식하였고 1948년 이후 70여 년을 분단체제 하에서 분단 민족으로 살고 있지만 1000년 이상 이어온 우리 민족의 동질감과 정체성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민족분단체제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정의, 경제 불평등, 사회 모든 적폐의 원인이 낳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에게 당위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분단체제 극복이며 민족통일이며 민족통일의 가장 큰 추진력은 민족주의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민족주의 담론에 있어서 유럽의 선행 민족주의 이론의 갈래는 어떠하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본 연재 글을 통하여 전개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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