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문재인 정부 재벌정책 평가 및 ‘을’들의 재벌투쟁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문 정부 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토론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을들의연대(추) 등은 김종훈(민중당)·추혜선(정의당) 의원과 함께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권 2년, 재벌개혁은 어디에?’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 나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갑질, 황제경영, 정경유착 등 켜켜이 쌓인 재벌문제 속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경제활성화’라는 미명하에 규제를 완화하고 재벌특혜동맹을 형성했다”는 지적처럼, 문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대한 기대와 실망만큼 이날 토론회 또한 참가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토론회는 ▲1부 문재인 정권 2년, ‘재벌개혁’의 현주소 ▲2부 한국경제 상황과 재벌체제의 현실 ▲3부 재벌체제에 맞서는 대중투쟁 등으로 나눠 진행됐으며, 사회는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이 맡았다.

“문재인 정부, 사실상 재벌개혁 포기했다”

1부 기조발제에 나선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는 문 정부의 재벌정책을 두고 “개혁의 실종, 의존의 심화”로 평가했다.

박 교수는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엔 “▲황제경영 방지를 위한 법적 기반 구축 ▲재벌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방지 및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및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등이 담겨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정부 1년차 정책을 두고는 “갑을문제에 집중해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불공정행위를 적극 조사하고, 위장 계열사를 이용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행정력을 동원한 감시에 한계가 있으며, 시행령과 법규 개정으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2년차 정책에 대해선 “2년차에 들어서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입법을 통한 개혁’을 주창했으나 이마저도 국회가 입법을 안 하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사실상 재벌개혁은 포기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 교수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대통령 권한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개혁도 방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 예로 “비지배주주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 규칙을 거래소 상장규칙에 도입하면,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관련된 일감몰아주기 등을 비지배주주의 다수결로 정할 수 있어 상법 개정안보다 더 효과적이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철저히 적용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개선을 유도할 수 있으나 여전히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에는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 “문재인 정권 2년, 재벌개혁의 현주소” 1부 발제를 하고 있는 박상인 교수

박 교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로 현 정부는 은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이나, 최근에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개인정보보호법 개악과 의료민영화 및 국민건강보험 단일 체계 훼손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등 오히려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끝으로 재벌개혁을 위해 ▲기업집단(재벌) 출자규제, 구조적 금산분리 등 경제력 집중 해소 ▲비지배주주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 규칙 도입 등 지배주주 이해상충 방지 ▲대리점·가맹사업자 문제 및 대규모 유통업·하도급 문제 등 갑을문제 해소를 강조해 제안했다.

“을들의 연대로 추진되는 경제민주화 운동”

2부 발제에 나선 김남근 변호사(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는 “을들의 연대로 경제민주화운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재벌들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영위하던 골목상권과 영역까지 진출하는 경제력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대기업과 거래하는 하도급이나 유통납품업체, 가맹·대리점주, 노동자 등의 거래조건이나 고용조건이 악화되면서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개혁하려는 ‘을’들이 주체가 되는 경제민주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한 한편, 경제민주화 운동의 영역도 “재벌개혁의 요구로부터 시작돼 불공정행위 근절 등 갑을개혁, 중소상공인의 생존영역 지키기 운동으로 점차 대중화돼 확산되는 과정을 거쳐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선 “촛불혁명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정치적·경제적 개혁요구를 실현할 책임자로 등장한 문재인 정권은 재벌개혁, 갑을개혁, 노동개혁, 민생개혁 등 각종 경제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평가하며 “우리사회 각계각층 을들의 경제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맹·대리점·유통분야의 불공정관계 개혁 ▲대·중소기업 사이 수직계열화 된 전속적 거래구조 타개 등 하도급 불공정행위 근절 ▲골목상권 지키기, 대형마트 규제조례 지키기,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 제정 ▲재벌 일감몰아주기 및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의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노종화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공정거래법 23조2항)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은 점, 재벌 편법 상속에 대한 상속세 완화 움직임”에 대해 지적했으며,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은 재벌체제”이며 서비스업에 집중된 비정규직의 실태를 고발하는 한편, 경제민주화를 위해선 “재벌체제의 희생자이며 당사자인 노동자의 참여와, 특수고용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춘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정책위원장은 유통시장을 잠식한 대기업 현황과, 대기업의 시장잠식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중소상인의 매출 하락 등을 진단하고 “유통업을 비롯한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각 업태의 실태파악과 규제가 필요하며, 자본의 시장잠식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중소유통업 분야 전반을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을들의 연대’로 재벌체제청산 투쟁 나선다

3부 ‘재벌체제에 맞선 대중투쟁’ 주제에선 민주노총의 재벌투쟁 계획이 발표됐다. 발제에 나선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재벌개혁 투쟁의 중심 동력은 노동자”라며 “민주노총이 임단협에 종속된 재벌개혁 투쟁이 아닌, 다른 계급·계층과의 조직적 연대와 공동투쟁을 확대하고 재벌에 맞선 ‘을들의 투쟁’ 전선을 만들어, 2020년 정치적 격변기를 앞두고 재벌특혜동맹을 해체하고 재벌체제청산을 위한 국민적 흐름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 투쟁을 “전면적인 재벌체제청산 투쟁으로, 재벌특혜동맹 세력과의 투쟁으로 진행한다”면서 “재벌특혜 줄이고 최저임금 올리자”, “재벌 곳간을 열어 최저임금 올리자” 등과 같은 구호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 민주노총이 을들의 연대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부위원장은 “각계각층의 재벌체제청산 흐름을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으로 모아내고, 이 총의를 국민적 3대 요구(재벌특혜 중단·재벌 불법이익 환수·재벌불법경영승계 처벌)로 모아 하반기 국민운동과 투쟁을 발의하고, 재벌체제청산을 위한 하반기 민중총궐기를 준비할 계획”임을 알렸다.

민주노총은 오는 다음달 11일 서울시청광장에서 노동자·농민·빈민·청년·중소상인 등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재벌체제개혁을 위해 만민공동회’와 재벌개혁 박람회를 열며, 대중적인 재벌체제청산 투쟁의 일환으로 ‘이재용 재구속 실천단’과 같은 실천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민주노총 투쟁계획에 대해 “재벌개혁 투쟁은 산업정책과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요구와 결부돼야 하며, 재벌총수의 지배력을 견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일터, 현장에서 견제하는 것으로 일터에서 민주주의를 확보하는 투쟁이 전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주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지난 시기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둘러싼 을과 을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겨 온 것은 재벌대기업과 보수언론, 관료들이었다”고 비판하곤, 민주노총 계획에서 밝힌 을과 을의 연대와 협력에 동의하며 “민주노총 제안처럼 ‘을들의 연대(추)’ 안에서 노동자와 중소상인들이 모여 실천방안을 마련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중공동행동 재벌체제청산특위에서 활동하는 백종성 사회변혁노동자당 조직위원장은 민중공동행동의 올해 투쟁계획을 소개했다. 백 조직위원장은 “▲삼성, 대한항공 등 범죄 총수일가 구속처벌·경영권 박탈 투쟁 ▲상법, 증여세법, 상속세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등 재벌체제청산을 위한 입법(개정) 쟁취 운동 ▲대우조선 매각 등 재벌을 위한 기간산업 재벌매각·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투쟁을 펼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성 노동자민중당 대표는 ‘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저지운동’을 시작한 민중당 계획을 소개했다. 정 대표는 “이재용 재구속은 재벌개혁의지의 시험대이고 불법승계 저지는 재벌개혁의 핵심 과녁”이라고 강조하곤 민중당은 “재구속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활동, 상고심 개시 이후 법원 앞 집중 투쟁 등 재구속 촉구 투쟁을 벌이겠다”고 전했다.

토론회 자료집 전체보기 : https://drive.google.com/file/d/1Dmy584pyEb60BUI3NCQh0bf3Cw__5qpA/view?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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