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에 멈춰진 남북관계, 어떻게 출발시킬까?

▲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우선, 제2차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는 보다 분명해졌다. 

여러 가설과 희망적 사고는 난무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은 ‘선비핵화·후제재해제(빅딜)’가 명확해졌고, 북은 미국에게 ‘지금의 계산법 접고 새로운 계산법 들고 와야'만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 계산법의 최소 필요충분조건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질적’ 합의안이다. 영변플러스 알파와 북미연락사무소 설치, 민생부분의 대북제재 해제, 평화선언(혹은, 종전선언) 채택이 그 최소한의 등가라는 말이다. 

만약, 미국이 위 조건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려고 한다면 미국은 다음과 같은 목록이 필요하다. <조선신보>의 보도가 그 힌트이다. "조선이 제재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다른 행동조치로 저들의 적대시정책 철회·관계개선·비핵화 의지를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이렇듯 향후 북미정상회담(제3차 북미정상회담부터)의 성격은 ‘핵군축’회담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이상 제재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테니, 그러면 그에 대한 등가로 미국은 ‘적대정책 철회, 관계개선,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 보이라고 한 것에서 향후 북미정상회담의 성격을 기존 <비핵화 대 제재해제>에서 <비핵화 대 비핵화>의 프레임으로. 이른바 ‘핵군축회담의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는 그런 말이다.  

또한 곰곰이 생각해보면 위 의도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최선희 부상이 새벽 긴급 소집한 기자회견이 끝난 뒤 "(우리의)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했고, 이후 또 다른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만간 중대결심 임박’ 발언에서 충분히 예견되었다. 

바로 그 날이 4월 11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시정연설 '현 단계에서의 사회주의 건설과 공화국 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대하여'를 발표하면서 ‘나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지만, ‘미국은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와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는다.

다음으로는, 포괄적 합의 단계별 이행(안)으로 불리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충분히 괜찮은 거래)’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다.(빨리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언뜻 보기에는 빅딜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과 단계별 이행을 바라는 북의 요구를 둘 다 수용해 중재자로서 멋진(폼 나는) 그런 중재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냥’ 절충했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과 북이 이 안을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그런 문제가 남는다. 

결론적으로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1박 3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이 안을 수용했다하더라도 실제 그 프로세스(a process)가 실행될 수 있을까 하는 데는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이유 첫째, 북이 그 안을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 관건은 2차 정상회담 때 합의되었던 ‘실질적’ 합의안을 미국이 다시 내 놀 수 있느냐와, 둘째는 향후 전개될 북미정상회담이 핵군축 회담이 될 텐데, 그 성격상 북이 미국의 빅딜(안)을 수용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핵군축(=빅딜)의 내용물을 내놓아야 하는데 미국이 과연 이것을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그런 문제가 남아서 그렇다.

해서 언뜻 보면 그럴 듯 해보이지만, 실상은 양쪽(미국과 북) 다 못 받는 그런 무용지물(안)이다. 

또 백번 양보하여 미국이 정략적으로 그런 안을 수용해줘서 그것으로 문재인 정부가 시간을 벌고, 중재 선답시고 북을 설득하려 해도 북은 설득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 그렇게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그러면서도 현 문재인 정부는 대국민 메시지를 북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할 것이다.), 흘러가는 것만큼 임기도 끝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생각을 달리 해야 하는 것이다.

‘모세의 기적’과 같이 마지막 남은 타이밍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다면 인정하기 싫겠지만, 처음부터 다시 첫 단추를 끼우는 수밖에 없다. 다른 방도는 절대 없다. 

학문적으로는 정책적 ‘오류’이고, 정책수립과정에서는 정책적 ‘실수’이겠지만, 이를 빨리 궤도 수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죽기보다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러는 편이 훨씬 더 구렁텅이이 깊게 빠지지 않는 것이고, 남은 마지막 타이밍을 잡는 희망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생각해야 할 한 가지 측면과 정책전환과 관련된 한 가지이다. 

[생각해 보아야 할 한 가지 측면]
다들 아시다시피 금강산관광 재개문제와 개성공단 재가동문제는 현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 관점과는 하등 상관없이 행정명령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문제였다. 한반도 비핵화와 연계할 필요도, 미국의 승인문제로 바라볼 이유가 하등 없었다는 문제였다는 말이다. 
  
금강산 관광문제는 박왕자씨와 관련된 사건으로서, 이는 유엔(혹은, 미국)제재의 원인이 되는 핵실험이나 미사일발사와는 하등 상관없는 사건이고, 개성공단 중단도 유엔과 미국의 제재논의가 있기 전 먼저 박근혜정부가 사전적으로 자행된 행정조처였다. 
그렇다면 이 둘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 눈치 볼 필요 없이 과거 정부의 적폐청산 차원에서 접근되고, 주권국가가 자국의 국정과제와 국가이익을 위해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그런 행정조치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지다 보니 한미워킹그룹에서 확인받고 있는 것이 하나 생겨버렸다. 개성공단 기업인의 단순 방문도, 특히나 결핵약품지원사업인 타미플루 지원사업은 인도적 지원(유엔에서도 엄연히 허용하고 있는데도)사업이자 미국의 허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그 반출을 허용 받아야 할 만큼의 현대판 ‘미군정(=현대판 조선총독부)’의 섭정을 허용하고 만다.

과연 그런데도 방법이 없단 말인가? 

[정책전환과 관련된 한 가지 제언]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는 다들 아시다시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이다. 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한다.

하지만, 위 경로는 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결론적으로 가능하지 않거나 매우 어렵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정책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여야만 한다. 놓쳐서는 안 될 타이밍의 순간이 왔다는 말이고, 첫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평화를 통한 비핵화’로 말이다. 충분한 설득력도 있다. 2가지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 

그 첫째에, 이 정부의 국정목표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번영이라면 그 국정목표에 부합하는 것은 교류협력 및 통일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는 것일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있지 않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이유가 금방 나온다. 분단 이후 한반도에 평화정착과 번영이 불가능했던 것은 ‘비핵화’가 안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분단극복과 교류협력정책을 통한 통일을 ‘지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북이 핵을 가지지 않았을 때도 남과 북은 항시적으로 군사적 긴장과 대립, 갈등이 있어왔다. 다시 말해 비핵화 문제는 남북의 문제라기보다는 북미 간의 문제라는 것이고, 그렇게 미국의 국익과 상충한다. 그런 문제에 우리 대한민국이 올인할 이유도, 북미 간의 문제에 너무 깊게 수렁 빠져야 할 이유도 없다.(이 표현을 오해는 하시지 마라. 비핵화문제에 무관심 하라는 말이 아니라, 비핵화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달리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해서 그 다음 나서는 두 번째는, 그렇게 동맹의 이익과 국익, 구체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이럴 때 문재인 정부는 그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첫째와 같이 답은 있다. 동맹은 동맹이고, 국익은 국익이다. 미국도 동맹보다 자기들의 국익을 앞세우지 않는가. 그렇게 난리를 쳤던 상주 사드(THAAD)배치나, 한미FTA,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문제 등은 이를 충분히 증명해주고 남음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스탠스도 분명하다. 미국이 자국의 국익에 따라 움직이듯 우리도 우리 국익에 따라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너무 그렇게 한미동맹을 신주단지 모시듯 할 필요가 없다. 

해서 되지도 않을 ‘굿 이너프 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렇게 북으로부터는 ‘오지랖’ 소리 듣지 않고, 즉 그렇게 어설픈 중재자 역할을 할 바에야 판문점선언에서 담아내어 듯이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에 입각해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하게 해 미국과는, 한미동맹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교류협력사업, 인도적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그렇게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과 대립, 갈등을 해소해가면서 이 정부의 국정과제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그 힘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하는 그런 정책 전환. 그것이 지금 적기이고, 그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는 ‘모세의 기적’이 오지 않는다. 

해서 문 대통령의 시간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있지 않고, 역설적이게도 그 목표구현이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재개 등 광범위한 남북교류협력사업과 인도적 지원사업, 통일을 ‘지향’하는 그런 사업을 적극 해 나갈 때 보장된다.

촛불정부답게 창의적 정책전환을 생각하시라. 시간이 많지는 않다.

▲ 필자 김광수

필자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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