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제집 드나들듯 했던 대북사업 전문가가 들려주는 남북교류 이야기

북관련 책중에 간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설 연휴 때 쭉 보기 딱 좋다. 아이들에게 권해도 손색이 없는 좋은 책이다.

1. 재미있다.

특히 북과 교류협력사업에서 어떤 문구에 신경을 써야 하고, 당연히 될 것 같은 일들이 왜 느닷없이 뒤집어지는지 등등에 관해 잘 보여준다. 단순한 정세나 상황 맥락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사회시스템과 관계된 부분들을 적절하게 결합시켜 이해도를 높여주는 고컬러티 북맹탈출 가이드 북이라고나 할까.‘좌충우돌 남북교류’ 장면이 그림 그리듯 잘 들어온다. 저자의 실제 교류 경험담을 재치있게 그려냈다. ‘착시’에서 시작하여, ‘복병’을 만나고, ‘충격’으로 이어지던 교류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남북교류와 협력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2. 좋은 질문과 따뜻한 궁금증이 많다

대북관련 서적들이 좋은 질문을 하기가 쉽지 않다. 친북과 반북을 오락가락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평양을 제집 드나들듯 했던 경험 덕인지 저자는 이 문제를 거의 완벽한 수준에서 해결한 것 같다. ‘굶주림과 강제노동’에 가득찬 사회라는 북 사회에 대한 이미지를 놓고도 저자는 악의적인 반북선전과 시민들의 상식적이고 당연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정확히 구별해 낼 줄 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질문과 궁금증에서 시작하여 북맹탈출을 시도한다. 독자들이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을 한다면 책 곳곳에 일관되게 배여있는 좋은 질문, 따뜻한 궁금증들을 잘 펼쳐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을 위해서 배운다고?”라는 질문은 압권이다. 요즘 SKY캐슬이 유명했던 만큼, 북을 이해하는 데서 가장 어려운 대목의 하나가 교육문제인데, 참으로 쉽고 상식적인 궁금증에 가득 찬 질문을 뽑아내어 이야기를 잘 풀어나간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만 이해해도 북맹탈출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보는 것이 저자의 뜻인 것 같다.

3. 저자의 모습이 투영된 공감력 높은 북맹탈출기

저자 김이경은 지난 6.15시대에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를 창립하고 사무총장을 맡아 오랫동안 북한을 드나들며 대북 지원과 교류 사업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를 창립하여 상임이사로 활동하며, 민족문제를 역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평생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경험한 통일운동가임에도 불구하고, 책에는 전혀 다듬어지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거친 심장의 소유자로 느껴진다. 북의 처사를 이해하기보다는 명확한 자기 신념과 자기계획의 잣대로 북을 평가하는 당당한 태도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저자 스스로가 던진 북의 집단주의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끝까지 진지하게 끌고 나간다. 이 책은 북에 대한 단순해설식 소개서가 아니라 저자 자신의 진행 중에 있는 좌충우돌 북맹탈출기이다. 이 책이 정서적 공감력이 높은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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