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 “CJ대한통운 처벌, 노조인정 투쟁 계속”

국제노동기구(ILO) 설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특수고용노동자(특고)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ILO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볼 수 있을까?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특고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었던 상황 때문이었을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위한 투쟁은 끊임이 없다.

그 가운데 지난 한해 언론의 관심과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노동조합을 인정하라”고 싸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을 만나 투쟁의 소회와 계획을 들어봤다.

“투쟁!, 2018년 내내 투쟁한 기억밖에 없어요.” 김 위원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는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2017년 11월3일 노동부로부터 설립필증을 교부받은 후 ‘노동조합 인정하라, 진짜사장 CJ대한통운이 교섭에 나오라’며 파업에, 농성에, 삭발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말 그대로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1년 내내 응하지 않았고, 노조는 1년 내내 싸워야 했다.

시종일관 ‘노동조합 인정’ 투쟁… 조합원이 늘었다

“지난해 2월엔 분당의 한 대리점에서 ‘대리점 폐점’ 카드를 꺼내 35명의 택배기사를 통째로 해고하려 했어요. 노조가 투쟁해서 막았죠. 5~6월엔 택배 분류작업이 ‘7시간 공짜노동’이라는 걸 이슈화해 싸우면서 6월30일엔 하루 총파업을 했어요. 11월 대전허브터미널 사망사고 이후에도 대책을 요구하며 교섭에 나오라고 투쟁했습니다. 설립필증을 받은 이후 ‘시종일관’ 노조를 인정하라는 싸움이었죠.”

그러나 CJ대한통운은 노동부가 보장한 설립필증을 인정하지 않고 행정소송 절차를 밟았다. ‘단체교섭 요구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해 행정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고, 법원의 최종 판단나오면 그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교섭에 응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지방노동위원회의 판결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노조 인정’은커녕 노조활동을 탄압했다. 이미 잘 알려진 CJ대한통운의 별표 두 개(★★) 사건. 이 표식을 조합원들의 택배물량에만 표시해 분류했다. 6월 하루 총파업 이후 있었던 일이다.

“CJ대한통운이 다 기획한 거예요. 노조를 죽이려고. 대리점까지 폐점하면서 조합원들 해고하고, 설립필증을 받은 후에 조합원이 계속 늘어나니까 의도적으로 노조 확장을 막기 위해 물량을 빼돌려서 불법 대체배송하고….” 노조의 투쟁이 시종일관 ‘노조인정’을 위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다.

CJ대한통운의 노조탄압 방식도 다양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기본, 각종 부당노동행위에, 파업 때마다 별의 별것을 다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개별조합원에게 책임을 물었어요.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650명 중에 거의 20%에 해당하는 150명이 고소를 당했어요. 노골적인 노조탄압이죠. 11월 파업 땐 아예 물량을 ‘집하금지(택배접수 중단 조치)’하는 방식으로 직장폐쇄를 했습니다.”

▲ 지난해 11월27일 CJ대한통운의 불법행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 [사진 : 전국택배연대노조]

‘투쟁’으로 더 단단해진 노동조합

“총파업 투쟁을 거치면서 조합원들이 노조가 건재하다는 걸 확인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말이다.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은 ‘노예’라고 느껴요. 사용자의 지시가 아무리 부당해도 거부할 수가 없죠. ‘너 내일부터 나오지마’라고 하면 방법이 없어요. 모든 권리를 다 빼앗긴 채 일하는 거죠. 그래도 생계를 유지해야하니까 버티고 일하면서, 권리를 찾으려면 노동조합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다들 인식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이기에 노조조차 할 수 없다는 게 현장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런데 투쟁을 하면 할수록 조합원이 늘었고 노조와 조합원들은 더 단단해졌다. “설립필증으로 합법노조를 인정받으면서 조합원들이 더 묶이기 시작했지만 노조가 잘 될 것인지, CJ대한통운과의 싸움에서 잘 버티고 성장할 수 있겠는지 반신반의했던 물음이 2월과 6월 투쟁을 거치면서 확인됐어요. 총파업 투쟁을 하고 탄압을 받아도 노조가 건재하고, CJ대한통운이라는 재벌의 악랄함에 맞서 더 간고하게 투쟁을 해야 하는구나 라는 인식도 높아졌습니다.” 조합원들이 믿을 곳은 노조였고, 노조가 믿는 구석(?)도 당연히 조합원이었다.

국민들의 지지여론도 한몫했다. 한여름 폭염 속에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에게 현관 앞에 얼음물은 준비해 두는 훈훈함도 잘 알려져 있다. ‘응원한다’는 말도 많이 듣고 있다고 했다.

“국민 대다수가 택배를 이용하고 있잖아요.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실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같이 안타까워하고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는 고객들이 많아요.” 김 위원장은 오늘날 ‘노동존중 사회’를 바라는 전 국민적 인식이 모아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함께 지난해 11월19일 “노동조합 인정,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택배 총파업을 선언했다. 대표단은 삭발까지 했다. [사진 : 전국택배연대노조]

“CJ대한통운 처벌 촉구”… 새해 투쟁 준비

대전허브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11월엔 책임자 처벌과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교섭에 나오라고 투쟁했지만 CJ대한통운의 대답은 ‘집하금지’였다. “6월엔 조합원들에게 물량을 주지 않고 불법 대체배송을 했지만, 11월엔 조합원수가 늘어 조합원이 배송하던 물량을 대체배송하기 위한 해답이 없자 아예 택배를 접수하지 않았어요. 택배를 의뢰하는 고객사가 떨어져 나가는 것까지 감수하고서라도 교섭엔 나오지 않으려고 했던 거죠.”

지난해 10월 우체국물류지원단과의 교섭대표로 택배노조가 결정되고, 특고 노동자 최초로 택배노동자의 단체교섭 체결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우체국은 하는데 왜 너흰 교섭에 나오지 않느냐”고 따져 물어도 듣고만 있던 CJ대한통운이었다.

택배노조는 ‘교섭은 없다’는 CJ대한통운의 답변을 들었으니 다른 형태의 투쟁을 준비하자는 의지를 모으고 11월29일 업무에 복귀했다. 고객들에게 피해가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노조는 오는 7일 전국동시다발 집회를 시작으로 2019년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한다. 이날 투쟁은 합법적인 노동조합과는 교섭을 않고, 불법행위와 노조탄압을 일삼은 CJ대한통운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투쟁이다. 11월 파업에 이어 조합원들의 의지를 모아 노동부에 목소리를 높일 생각이다. “CJ대한통운이 이야기하는 법원의 최종판단인 ‘행정소송’ 1심이 끝나도 CJ대한통운은 재심을 요청할 것이고,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질질 끌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노동부가 설립필증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뜻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도 연동돼 있어요. 노조법 2조가 개정이 되면 택배노동자만이 아닌 특수고용직 노동자 여러 직군들이 노조를 하게 될 텐데, 그렇다면 지금처럼 교섭문제가 발생할거예요. 그 교섭의 하나의 모델이 택배노조 교섭이 될 텐데, CJ대한통운처럼 겉으로는 대화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탄압하고 소송이나 걸고 피해다니는 양상이 계속되면 노조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겠냐는 겁니다.” 설립필증을 내준 노동부가 엄정한 법 집행으로 CJ대한통운을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0월 서울지방노동청은 CJ대한통운의 교섭해태 행위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와 교섭회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검찰이 CJ대한통운을 기소하고 범죄행위에 대해 재판을 진행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노조법에 명시된 ‘단체교섭청구권’의 보전을 청구하는 ‘단체교섭응낙가처분’을 서울지방법원에 신청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 안에서 더 단단해진 조합원들에 믿음을 표하며, 새해에도 ‘노조인정’을 두고 CJ대한통운과의 끈질긴 싸움을 준하겠다고 밝혔다.

“교섭의 중요성을 조합원들도 잘 인식하고 있어요. 노조가 인정되면,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택배분류를 하고, 한파·폭염에도 장시간 야외에서 일하고, 수수료도 제때에 받지 못하고 떼이고, 7시간이 넘게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는 택배노동자들의 환경이 노동조합의 힘으로 개선될 것이란 걸…. 사용자와 대등하게 만나서 노동조건 개선을 합의하고, 이것이 법으로 보장된 ‘단체협약’으로 체결될 수 있도록 노조인정·교섭쟁취 투쟁에 힘차게 나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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