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승우 저 (2018년. 유북스)

한반도 정세에 지각 변동이 진행되는 때에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의 하나인 국가보안법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고승우 상임대표가 최근 펴낸 <인문사회과학적 시각으로 본 국보법>(2018년. 유북스)이 그것이다. 

이 책은 모두 6개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첫장의 제목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국보법’에서 알 수 있듯 올해 70년을 맞은 국가보안법의 제정 배경과 그 동안 이 법으로 초래된 온갖 적폐들, 그리고 개폐를 둘러싼 법리 논쟁을 살핀 다음 인문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본 문제들을 짚고 있다. 

고 대표는 책에서 국가보안법이 학문의 자유를 가로막아 민족공동체를 망치는 것은 물론 인문사회과학의 기본을 부정하는 괴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고 대표는 “국보법은 79년 동안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학문의 자유를 가로막으면서 민족 공동체의 구심점을 파괴하는 역기능이 심각하다”면서 “국보법은 이 사회에 진보의 황무지 상태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다. 국보법은 북한(조선)이 포함된 미래학이 이 사회에서 존재치 못하게 만들었다. 국제사회의 국보법에 대한 비판, 철폐 요구가 높아 그 공론화는 더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에 의해 심각하게 왜곡된 국내의 보수와 진보 개념과 종북몰이의 배경 등을 살피곤 자기 출신분야인 언론 영역에서 해방 이후 최장, 최강 ‘보도지침’으로 기능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고 있는 문제를 다뤘다. 특히 언론들이 ‘국보법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온 실상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보법이 일상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모든 공식 언론매체는 국보법을 철저히 의식하고 그에 저촉되지 않는 기사를 쓰고 제작 작업을 해왔으며 실질적으로 ‘국보법 통치’의 하위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보수신문이 특히 앞장선 ‘국보법 보도’는, 언론의 기본적인 취재 보도 원칙을 외면한 것으로 대북 공세 차원에서 반복되는 말 폭탄, 말 흉기의 성격을 지녔다. ‘카더라’식의 근거 없는 보도가 춤을 추고 나중에 오보로 밝혀져도 정정, 사과 보도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저자는 또 국가보안법이 국제사회의 비판 대상이 된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강대국들이 국가보안법의 그늘 아래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에 부당하게 개입하려는 속셈을 감추지 않는 실태도 밝혔다. 정전협정과 NLL 논란과 사드 문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과 국가보안법의 관계를 고찰했다. 

더불어 국가보안법에 세뇌된 현실을 고발하면서 공안기구의 밥줄이 국가보안법이란 점, 그리고 한국적 비정상을 청산하기 위해선 국가보안법 개폐가 시급하다는 점, 특히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성격 규명을 통해 국가보안법 청산의 당위성 등도 분석했다.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남과 북의 평화번영과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개폐해야 할 이유는 이렇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촛불이 고발하고 있는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촛불이 제시한 정치, 경제 민주화와 평화통일의 청사진을 실천하는 과정에 촛불과 항상 소통할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적폐청산 반대세력들을 왜소화시키면서 밝고 투명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역사적 과제를 실현하면서 국보법이라는 해방이후 최대의 악법을 없애야 한다는 점이다. 이 법이 온존되는 한 정상적인 민주주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촛불혁명은 결국 미완에 그칠 수밖에 없단 얘기다. 

저자인 고 대표는 연합뉴스의 전신 합동통신사에서 근무하다 80년 전두환 신군부에게 ‘국시 부정’으로 찍혀 강제 해직됐다. 그 뒤 월간 ‘말’지 편집장, 87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합류해 부국장까지 지냈으며 현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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