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노동의 확산과 위험성

1. ‘도시의 유령’ 플랫폼노동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 기사들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는다. 기존 철가방 배달원은 음식점에 고용돼 업주의 지시를 받았지만, 배달대행업체 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취급된다. 임금 대신 ‘건당 수수료’를 받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다. 고객이 음식점에 음식배달을 주문하면, 음식점은 대행업체에게 배달을 맡긴다. 대행업체는 배달 기사들에게 콜을 띄우고 기사들은 콜을 받아 배달 업무를 실행한다. 자영업자로 취급받지만 업무시간과 장소, 업무 내용을 스스로 선택하기는 어렵다. 금·토·일 근무와 야간 노동은 필수다.

배달대행업체들은 ‘입사 전 교육’, ‘로고 복장 착용’, ‘근태 관리’, ‘배달 시작시간과 마침시간 관리’, ‘앱 사용 중단 및 퇴출’ 등으로 기사들을 실질적으로 관리한다. 

음식점 사장들은 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음으로써 배달원을 고용했을 때 생기는 일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4대 보험, 퇴직금, 산재 처리 등의 의무가 없어진다. 

결국 위험은 외주화되고, 노동자로서 어떤 권리도 부여받지 못하는 플랫폼노동자들은 유령처럼 도시를 떠돌고 있다. 이들에 대해선 행정·법률적 정의도 돼있지 않고, 숫자 통계도 없고,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 수준의 권리조차도 없다. 

폭염, 한파, 폭우, 미세먼지 등의 조건에서도 플랫폼노동자들은 빈약한 장비를 착용하고 밤을 새워 새벽까지 일을 한다. 최저시급도 안 되는 수수료에 가족을 부양하려면 장시간 노동은 필수적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약 1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야간 취객을 많이 상대하므로 업무과정에서 폭언·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 해 대리 기사들의 86%가 폭언·폭행을 경험했는데 47.4%가 3~5회, 30.8%가 1~2회, 15.8%가 10회 이상 경험했다. 그러나 해결책은 ‘참고 넘기는’ 경우가 가장 많고(39.4%), 경찰 신고(33.3%), 자력으로 해결(24.7%) 등이었다. 

대리기사들은 장시간 야간노동으로 불면증, 시력 저하, 위장 장애에 시달리며, 손님 차로 이동하거나 일이 끝나고 정류장까지 걷는(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등 하루 평균 10km 이상 도보 이동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의 월 평균 총수입은 186만원인데, 콜비 20%, 앱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통신료 등을 제하면 순수입은 152만에 불과하다. 

퀵서비스 기사는 약 17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월 평균 총수입은 212만 원이나 콜 수수료, 기름값,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통신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순수입은 155만 원 정도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퀵서비스 기사들은 93%가 고용보험 미가입 상태이며 86%가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다. 

2. 플랫폼기업의 수익구조

플랫폼기업들은 높은 수익구조를 가지고 독과점을 형성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던 기업들은 20세기 제조업, 21세기 금융업, 최근 ‘플랫폼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 등 플랫폼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배달앱 시장의 경우 2018년 매출규모가 3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검색, 음성인식, 앱마켓, 온디맨드 경제, 온라인쇼핑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과 업종에서 플랫폼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는데, 인수합병 등으로 합종연횡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초기 성장 가능성을 보인 토종기업들의 상당수가 외국기업들에게 인수되고 있다. 사실 플랫폼기업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초기에는 많은 출자금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광고, 기술개발, 사업 확장 등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외국자본이나 외국펀드 등이 투자해 토종기업의 경영권(최대주주)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O2O 배달앱 빅3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은 모두 외국자본이 최대주주다.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국제조세체제는 고정시설(고정사업장)의 순이익에 대해 과세한다. 그러나 고정시설이 없이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기업들의 무역에 대해서는 과세가 어렵다. 실제 ICT(정보통신기술) 다국적기업은 자회사를 통해 순이익을 줄여 조세를 회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국세청에 수익의 20% 이상을 납세하는 토종기업들과 조세를 회피하는 외국 디지털기업들과는 경쟁조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유럽에서는 구글세, 디지털세 등을 도입해 이런 탈세를 방지하고 있다. 

지난달 1일 국회에서 열린 <배달앱 문제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프랜차이즈협회는 ‘배달 앱 문제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가맹점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배달앱에 가입하고 있으며 ▲높은 중개수수료와 광고료가 가맹점에 큰 부담이 되고 ▲배달앱 3개 업체가 점유율 100%를 차지하는 과점 시장임에도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피해가 이어지며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이 각종 신규 전략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토론자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 건 높은 광고 수수료다.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가 0원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월 8만 원 기본 광고료에 외부결제 수수료 3.3%를 부과한다. 게다가 눈에 더 잘 띄는 ‘슈퍼리스트’에 오르려면 비공개 입찰을 거쳐야 한다. 

‘요기요’는 주문 1건당 중개수수료 12.5%에 외부결제수수료 3%를 더해 15.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여기에 부가세까지 더하면 수수료는 17.05%나 된다. 

‘배달통’도 외부결제수수료를 포함해 총 수수료 5.5%에 광고비 월 3만·5만·7만 원을 요구한다.

보고서는 “배달앱 수수료는 유통과정 증가로 발생한 사실상의 추가 비용”이며, “배달앱 광고료는 일종의 ‘온라인 상가 임대료”라고 분석하면서 “최근 최저임금 인상, 물가상승, 경기침체 등으로 경영 어려움을 겪는 가맹사업자에게 배달앱 광고료와 수수료는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 배달앱 3사의 수익구조 비교표

특히 보고서는 배달앱 3사가 모두 외국계 자본이 최대주주인 점을 주목하며 “두 외국계 회사의 담합과 과점 시장 형성으로 사회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가치 1조원인 ‘배달의민족’의 최대주주는 중국계 벤처투자자 ‘힐하우스 캐피탈 그룹’ 계열의 ‘힐하우스 BDMG 홀딩스’이며, ‘요기요’와 ‘배달통’의 최대주주는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다. 두 서비스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와 ‘배달통’의 대표이사도 강신봉씨로 동일하다. 

숙박앱, 직방, 송금앱, 클라우드, 메신저 등 플랫폼기업들도 펀드 규모가 작아 대형투자를 못하는 국내 여건에서 외국자본들이 최대 투자자가 됐다. 이후 기업공개를 할 경우 유니콘 후보 스타트업들의 이익은 고스란히 외국 투자자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 최근 4년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한 주요 외국자본 (자료 : 각 언론사(2018))

3. 플랫폼기업과 플랫폼노동 대응 방안

플랫폼기업은 공급자(노동자)와 수요자(기업)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중개업자인데, 중개의 대가로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한편으로 기업들에게 높은 중개 수수료와 광고료 등을 요구하며, 다른 한편으론 노동자들에게 고율의 중개 수수료를 물리며, 각종 패널티를 통해 지배권을 행사한다. 그 결과 기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노동자들도 최저시급 수준의 처우를 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O2O서비스 등 플랫폼경제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빠르게 연결시키는 등 새로운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신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도 한다. 동시에 독과점으로 공정거래를 해치고, 과도한 수수료로 새로운 착취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플랫폼 경제에 대한 공공성의 관점에서 국가적 개입이 필요하다. 

대응방안으로 먼저 국내 산업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 플랫폼기업들의 외국자본 진출 상황, 독과점 불공정거래 여부, 조세회피 현황 등을 파악해 대응 정책과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독과점 행위에 대해서는 적정 수수료를 제시해 공정거래를 보장하고, 조세회피에 대해 디지털세를 도입(순이익이 아니라 매출액에 대해 과세)하며, 혁신성장 정책에 따른 지원으로 성장한 토종 스타트업들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플랫폼노동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 플랫폼중개업체가 노동자들에게 과다한 수수료와 패널티 부과 등을 표준요금 등으로 제어하고, 장시간 노동 제한, 산업재해 적용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퀵서비스, 배달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은 실태 파악이 돼있고, 지자체에서 개설한 이동노동자쉼터와 상담지원시스템 등이 있으며 노동조합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플랫폼노동은 훨씬 열악하며 실태 파악도 제대로 돼있지 않다. 최근 플랫폼노동이 화물, 전세버스, 홈서비스, 심부름, 간병, 미용, 세탁, 이사, 강사 매칭, 쿠팡 등 택배와 물류창고 알바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플랫폼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기존 공장 노동자를 모델로 1953년에 만들어진 낡은 노동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기존 노동법은 법인모델 사업장을 위주로 사용자성을 판단했다. 이에 의하면 하청, 계열사, 특수고용, 프랜차이즈 등은 별도 법인이므로 원청의 사용자적 책임이 없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 박제성 연구위원에 의하면, 계열사 등 복수의 사업으로 네트워크를 조직해 사업을 경영할 때 이 네트워크를 하나의 사업으로 규정할 수 있다. 본사(하나의 사업)가 다른 사업(자회사, 하청, 특고, 가맹점)을 기획, 관리, 감독하는 등 둘 이상의 사업이 하나의 사업 목적을 위해 유기적으로 결합돼 경제활동의 동질성이 인정될 경우, 하나의 사업을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네트워크에 사용자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난 5월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 결의대회’에서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사실 플랫폼노동자는 플랫폼기업의 지배·종속 아래에 있다. 늘 호출을 대기하고 있고, 플랫폼이 주는 일감을 받아, 플랫폼의 규정 아래 작업을 하며, 플랫폼의 평가에 따라 보상을 차등해 받는다.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플랫폼노동자와 접촉할 공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당사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플랫폼노동 주체들을 모아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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