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열릴 듯하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모양새다. 9월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자 다급하게 움직이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다시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다음달 6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아직 여지는 남아 있지만, 올해 안에 열릴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의)만남은 아마도 새해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도 VOA에 2차 북미정상회담은 내년 1월1일 이후 열릴 것이라고 확인했다. 

미국의 이런 속도 조절은 1차 회담 때도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 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계속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것. 특히 6.12싱가포르 회담 20여일을 앞두고 돌연 취소한다는 공개서한을 날려 국제사회를 발칵 뒤집기도 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2차 회담을 준비하면서도 미국이 여전히 대화에 소극적인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남북미 3자간의 역학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4.27판문점선언 이전까지는 한미관계가 남북관계 발전을 조정했다면, 이제는 남북관계가 북미대화를 견인하는 양상으로 변한 것. 특히 9월 평양선언과 군사부속합의서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제도화하고 이행 시간표까지 마련함에 따라 미국이 지금까지 유지해 오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형국에서 미국은 북미 대화 전에 한국을 다시 예전처럼 말 잘 듣는 첨병으로 길들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한미관계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조선)을 침공할 수도 없고, 대화를 한다 해도 명분과 실익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미 대화의 시간을 벌기 위해 사전 협의 대상도 아니던 핵리스트라는 카드를 들고 회담을 지연하는 한편, 미 국무부는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 추진 등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과 관련해 대북제재를 또다시 언급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또 남북철도 연결에 제동을 걸면서 미 의회의 입을 빌려 북 인권문제를 거론,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말한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여기에다 국내 친미 수구세력을 발동해 판문점선언 국회비준을 막고 ‘9월 평양공동선언’ 흠집내기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북미정상회담을 내년으로 미룬 틈을 타 한미관계를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로 되돌리려는 책략이 과연 문재인 정부에게 통할 수 있을까? 최소한 평양 방문에 이은 유럽 순방길에서 보여준 문 대통령의 모습에선 흔들림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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