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의 중간선거가 11월6일 치러질 예정이다. 6년 임기인 상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1, 2년 임기인 하원 전체 의석수인 435석, 4년 임기인 주지사 50개 중 36개 등 그 규모에서나 대통령 임기가 딱 중반을 지날 때라는 시점 때문에,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 보통은 대통령을 당선시킨 여당이 의석을 빼앗기는 것으로 끝나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서 국내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큰 관심사는 물론 민주당과 공화당 둘 중에 누가 상원 또는 하원을 장악할 것인가이다. 이런저런 신문방송에서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을 하지만, 쉽게 말해서 다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놓고 있으니 그리 신뢰할만한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논조가 ‘과거에는 이랬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럴 수도 있다’는 하나마나한 말들을 한다. 그 과거 얘기란 이를테면, 1910년 이후 100여 년 동안 21차례의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평균 30개의 하원의석, 평균 4개의 상원의석을 빼앗겼다는 것, 단 두 차례의 중간선거에서만 여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의석수를 늘렸다는 것이다. 즉 전통적으로 중간선거에서는 여당 의석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선거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예측은 상원 때문이다. 

미 주류언론들 하원 민주당 승리 점치지만… 

하원에선 전체 의석 100%를 다시 뽑는데 반해 상원에서는 일단 3분의 1만 선거를 치르는데다가 선거를 치르는 지역들 대부분이 현재 민주당 의석인 것이다. 즉, 선거대상인 35개 의석 가운데 26개가 현재 민주당 것인데, 26개 모두를 지켜내고도 2석을 추가 획득해야만 다수당이 되는 셈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 중간선거는 과거와 달리 적어도 상원은 공화당이 계속 장악할 것이라는 예측이 그리 어렵지 않으며, 실제 대부분의 신문방송이 그렇게 내다보고 있다.

하원에선 사정이 사뭇 다르다.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려면 23석이 추가로 필요한데 현재 29석 정도가 박빙이고, 그들 가운데 단 2석이 민주당, 나머지 27석은 공화당 의석인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유야 각양각색이지만, 미국 언론의 압도적 다수는 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본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매우 안전한 예측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상기하면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선거결과 예측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 변수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다. 즉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을수록 중간선거에서 여당의 성적이 좋게 나오는 것이다. 당선 이후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는 35~45% 사이에서 평균 39%, 최근 조사에선 44%를 나타내고 있다. 역대 다른 대통령에 비하면 턱없이 저조한 지지도라는 것이 공화당에 불리한 점이라면, 당선 이후 최근까지 정치권은 물론 언론으로부터 전방위 공격을 받아온 대통령 지지도치고는 놀라울 만큼 탄탄한 모습이라는 것이 선거에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미국 중간선거가 국제적 관심사인 것은 당연하다.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 막대한 비중과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행정부 또는 의회 권력을 누가 장악하는가는 누가 보더라도 뉴스거리다. 유럽 등 동맹국들과 외교관계에서 이전 정권과는 다른 파격적 행보를 보여 온 트럼프는, 전통적 대립관계인 러시아와 관련해,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지난 대선처럼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공격을 민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최근 무역분쟁의 당사자인 중국에게도 이번 선거는 중요할 것이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인 이란, 시리아 등의 중동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북의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판문점선언,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전개된 한반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정치상황이 중요 변수가 됐다. 

더구나 미국과의 연관성을 제쳐두고는 국내 자본의 움직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국제분업화되고 종속화된 한국경제라는 것, 미국의 대외정책이 중국, 북한(조선), 일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내에 영향을 준다는 것, 그리고 한미동맹과 국가보안법에 기반한 보수반동세력의 영구불변한 권력 유지의 최대 후원자가 미국이란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중간선거가 가져올 국내에서의 영향을 걱정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트럼프의 여당인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 결정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가 혼동하지 말고 지켜봐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양당제 아래서의 미국에서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어느 쪽이 행정부나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세계최고 자본주의국인 미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로 인한 의석 분포의 변화와 그로 인한 미국내 정치지형의 변화가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예컨대 1862년 11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대통령이던 링컨은 1861년 노예해방 선언을 거쳐 첫 번째 임기의 중간을 지나고 있었다. 내전이 신속하게 끝나지 않는데다가 여러 경제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여당이던 공화당은 22개의 의석을 빼앗기고 야당이던 민주당은 28개의 의석을 늘린다. 이런 상황을 두고 독일의 한 신문(Die Presse)에서 칼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것(세부적 선거결과)들은 전혀 중요치 않다. 링컨이 당선됐던 당시(1860년)엔 내전도 없었고 노예해방의 문제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링컨이 당시에 노예해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면 (대통령)선거에서 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사정이 달랐다. 공화당은 노예폐지론자들과 합세했고 즉각적인 노예해방을 요구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미시간, 일리노이즈, 매사추세츠, 아이오와, 델라웨어 등에서 여당표가 많이 나온 것, 그리고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에서 상당한 표가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다. 내전 이전 같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화당과 노예폐지론자들이 도덕적으로도 숫적으로도 모든 곳에서 승리하도록 힘을 내는 것이다.…”

남북전쟁 당시 다른 글들에서도 엿보이듯 마르크스의 일관된 관심사는, 남북전쟁으로 충돌하던 미국 자본주의의 발전, 그리고 그로 인해 미국과 유럽에서 노동운동의 전개가 초래할 역사적 진보였다. 당시 영국의 주류 언론들은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지에서 민주당의 선전이 대단한 것인 양 보도했지만, 노예제에 기반한 미국의 산업구조가 전쟁의 배경이자 주요 원인임을 꿰뚫어보던 마르크스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노예제 폐지가 기정사실화되고 전쟁에서 자본주의적 노예소유주들의 패배가 확실시되고 있음을 간파한 마르크스에게 당시 중간선거 결과는 미국내 정치경제 상황의 근본적 변화가 아닌 그때까지 전반적 추세의 계속을 의미했던 것이다.

양당제이나 북미관계는 근본적인 독립변수 

이런 사례를 염두에 둔다면,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중간선거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미국 내외의 주류 언론들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미국의 정권이 양당제 속에서 수없이 자리바꿈을 했지만 북한(조선)과 미국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독립적인 변수였음을 우리는 봐왔다. 1년 전 북의 마지막 핵실험 이후 엄청난 변화들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 미국내 정치상황 변화 때문이라기보다는, 거꾸로 북한(조선)의 핵무력 완성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미국내 정치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올 수 있는 근거다.

고를 수 있는 후보가 공화당, 민주당 둘밖에 없는 양당제 의회민주주의 테두리 안에서 온갖 보수언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있는 미국 유권자들이 가진 선택의 폭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미국의 선거는 숱한 드라마를 연출해왔다. 평범한 시골 촌부이던 링컨이 대통령에 오른 것이나 아무도 당선을 예상치 않던 트럼프가 당선된 것도 그렇고, 그런 예는 무수하다. 이번 중간선거도 끝나기가 무섭게 이런저런 얘기가 많을 것이다. 선거결과를 둘러싼 해석도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해석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미 전개되기 시작한 정세변화의 기운은 이미 완연해졌다. 그 정세변화의 기운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내는 목소리와 행동에 따라 달라질지언정, 미국의 선거나 정치동향이 우리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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