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청년민중당, 한국청년연대 회원들이 트럼프 '5.24조치 해제 관련발언'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승인 필요없다' 고 주장했다.[사진 : 청년민중당 페이스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가 ‘5.24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그들(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대북제재 해제를)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They won't do that without our approval.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같은 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5.24조치 해제를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발언한 직후에 나왔다.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승인’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강력하게 제동을 건 것이다. 
‘approval(승인)’이란 표현은 주권국가 사이 외교에서는 결코 쓸 수 없는 일방적 표현이다. 더욱이 5.24조치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관계없는 한국의 독자적 제재로 그 해제를 결정하는데 누구의 승인 따위는 필요 없다. 트럼프의 ‘승인’ 운운하는 발언은 한국을 미국의 속국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망발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트럼프의 이 발언이 단순한 외교적 망발을 넘어 우리 민족의 평화와 공동번영, 자주통일을 위한 노력에 제동을 거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는 데 있다.  잘 아는 것처럼 9월 평양선언은 군사적 적대관계의 근본적 해소, 올해 안 철도와 도로 건설 착수,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정상화,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등을 담고 있다. 
5.24조치 해제는 9월 평양선언 이행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차적인 조치이다. 따라서 5.24조치 해제에 승인 운운하는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상 평양선언 이행을 하지마라는 노골적인 내정간섭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평양선언 부속합의서인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고 하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이다. 남북 사이에 군사적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평화를 이루겠다는 것조차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단 말인가? 
 
미국이 해야 할 일은 5.24조치 해제에 제동을 거는 게 아니라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말한 것처럼 오바마 등 미국의 지난 정권은 대북정책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그 이유는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조선)으로 하여금 핵무장의 필요성만을 절감하게 만든 대북제재와 군사적 위협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 완성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핵무장을 막지도 못한 대북제재를 가지고 이미 무장한 핵을 없앨 수 있겠는가? 적대와 압박, 봉쇄 속에 열리는 협상에서 그 무슨 신뢰를 기대할 수 있으며, 신뢰에 기반하지 않고 어찌 평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 한반도의 비핵화는 오직 북미 적대관계의 해소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대북제재와 압박은 이를 지체시키거나 어렵게 할 뿐이라는 것은 6.12정상회담 이후 정세가 잘 말해주고 있다. 

북한(조선)은 이미 핵시험장 폐쇄, 미사일 시험발사장 해체, 미군 유해 송환 등 적대적 위협을 중단하고 신뢰를 조성하기 위한 선행조치를 취했다. 영변핵시설 폐쇄와 핵시험장과 미사일발사장에 대한 사찰수용 용의도 표명했다. 

또 남과 북은 이미 평양선언을 통해 종전을 선언하고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평화의 장정에 나섰다. 그리고 그동안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남북의 철도를 연결해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을 향해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민족과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제재와 압박을 통한 비핵화와 아니라 적대의 해소, 신뢰와 평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길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미국이 화답할 차례이다. 트럼프 정권은 더 늦기 전에 선택해야 한다. 제제와 압박, 대결의 길이냐, 아니면 평화적 대전환의 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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