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 “오바마도 대북 선제타격 검토”

미국 정가를 통상 ‘비둘기파’와 ‘매파’로 구분한다. 공화당은 주로 매파, 민주당은 흔히 비둘기파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통화정책을 두고 통화를 거둬들이고 물가를 안정시키자는 ‘긴축파’를 매파로,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에 돈을 풀자는 ‘완화파’를 비둘기파로 분류한다.

비둘기파와 매파로 미국 정가를 구분하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전쟁 때부터다. 전쟁 당시 확전을 주장하는 강경파를 매에, 한정된 범위로 전쟁을 치르자는 온건파를 비둘기에 비유한 것. 이런 구분이 세월이 흐르면서 선제공격과 군사행동을 주로 언급하는 부류를 매파로, 외교적 해결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쪽을 비둘기파로 부른다.

이라크를 침공한 공화당 부시는 대표적인 매파,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한 민주당 오바마는 비둘기파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러나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에서 묘사된 오바마는 비둘기의 탈을 쓴 매였다. 

▲ 2017년 제8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막식에서 버럭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리더와의 대화'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책은 북한(조선)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6년 9월9일,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의 핵실험 소식을 전해 듣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위협이 정확한(외과수술 방식의) 군사적 선제타격으로 제거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 달간의 조사 끝에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이 식별할 수 있는 북한(조선)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의 85% 가량을 타격해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북의 핵무기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북한(조선)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단 한 발의 핵무기만 날아와도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이는 대북 군사옵션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공론화됐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미국 행정부 내에서 대북 선제타격 방안이 깊숙이 검토돼 왔음을 시사한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과 이 문제를 협의했다는 소식은 전해진 바 없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중인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으로 대화와 협상이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더욱 선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한 현실은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조선)과 대화를 추진하고, 대북 선제공격을 기획했던 오바마와 민주당은 지금도 트럼프의 대화전략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가는 매파와 비둘기파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매파와 비둘기의 탈을 쓴 매파로 분류해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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