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세상’ 고발하는 유랑운동 9년째 이어가는 박성수씨

▲ 9년간 전국을 다니며 유랑투쟁을 벌여온 둥글이 박성수씨

세상엔 별별 사람들이 많다. 인구 70억 시대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지구촌인가. 각양각색 사람들이 둥근 지구에서 때론 ‘알콩달콩’, 때론 ‘아웅다웅’ 살아가는 게 세상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 다양성은 통치의 편리함 때문이든 관계의 질서 때문이든 제도를 만들고 획일적인 시스템에 갇혀버렸다. 그래서 구속을 못 견디고 자유를 쟁취하려는 투쟁사가 바로 지구촌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역사를 이끌어온 사람들은 혁명가나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역사의 뒤안길을 살펴보면 혁명 이전 디딤돌처럼 자신을 온전하게 희생한 사람들이 있다. ‘한 보 빨리 가면 ’반역자‘가 되고 반 보 빨리 가면 영웅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암울한 시대, 한 보 아니 열 보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9년 간 전국을 다니며 부조리한 세상사에 반기를 들고 1인 유랑투쟁을 벌여온 사람, 박성수씨(42). 대외적으로 ‘둥글이’라 불린다.

지난해 9년간의 유랑운동을 하며 카페에 올린 글을 정리해 <둥글이의 유랑투쟁기>(도서출판 한티재)라는 책을 내고 ‘김어준의 파파이스’ 출연으로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졌다.

그가 뉴스에까지 출현(?)하며 유명세를 타게 된 건 ‘박근혜 규탄’ 전단지를 돌리고 경찰청에 개사료를 뿌린 죄 때문이다. 그걸로 8개월을 감옥에서 살았다.

하지만 죄목은 국가보안법이 아닌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그가 자존심 상해하는 이유다.

그를 만나보면 안다. 그가 얼마나 맑은 눈과 착한 심성을 가졌는지. 그의 생각이 얼마나 ‘바른생활’인지. 그가 유랑운동을 하게 된 이유가 바른 심성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그와 얘기하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고향이 군산인 둥글이 박성수씨는 다소 늦은 나이에 목포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다. 학교 다닐 때 그는 도서관에서 시끄럽게 구는 학생들, 버스정류장에서 새치기 하는 학생들, 아무데나 휴지를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났다고 한다. 그런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만든 대학 동아리가 ‘사색과 실천’이다. 친구 5명과 바른생활 실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는 학교 앞에 있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문구가 세겨진 바윗돌 앞에서 개줄을 목에 걸고 있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자유가 얽매인 현실을 풍자하는 이 퍼포먼스로 담당교수는 불호령을 내렸고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찍혔다.

‘과연 자유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지고 종교 사이트 등에서 댓글논의를 해봤지만 대부분이 “네 마음의 평화만 찾으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 그렇게 찾지도 못하고 돌아다니면서 오히려 시끄러워진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보다 주체적인 활동을 고민하며 자기 성찰의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 참여를 함께 풀어보기로 하고 2003년 자신의 고향인 군산 구시청 사거리에서 첫 1인 시위를 시작했다.

1인 시위의 주제는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한 자신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자성의 목소리를 담았는데, 그 구호는 “대구 지하철사태의 주범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 구속의 원인이 된 문제의(?) 전단지

당시 사고가 나자 정부는 지하철공사에게 잘못을 돌렸고 지하철공사는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였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런 책임공방을 뉴스를 통해 보던 국민들이 그들을 손가락질하는 모습에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할 때 대구지하철 참사는 결국 자기 성찰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가 소통하지 못한 데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인 시위는 매주 토요일마다 계속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는 자신을 포함한 만인들에게 1인 시위로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이라크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매주 일요일마다 군산 미군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이 있는(그는 주산부기 4급까지 언급했다.^^) 그가 ‘사람다움’에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착한 심성을 가진 그였기에 세상은 말 그대로 ‘고모라와 소돔’으로 보였을 것이다.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1년, 군산환경운동연합 1년, 지역 언론사에서 8개월 정도 일한 게 조직생활의 전부였던 그는 지역에서의 1인 시위를 접고 2006년 전국 유랑투쟁길에 오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어떤 조직의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기 성찰의 문제에서 비롯된 세상의 문제를 환기시키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 그가 전국을 유랑한 발자취를 그린 지도

그가 전국을 돌며 나눠주는 전단은 의외로 당혹스럽다. 어릴 적 교육의 중요성 때문에 주로 초등학교 앞에서 전단을 돌린다는 그는 ‘인간사랑, 자연사랑, 환경 문제’ 등 주로 모범적인(?) 내용을 전단지에 담았다.

하지만 유랑하면서 거쳤던 용산사태 현장, 강정 등에서는 국가의 폭력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인식하게 됐고 그 현장에서 몇 개월씩 머물며 함께 싸웠다. 군산 핵폐기장 건립반대, 새만금사업 등등 지역에서도 다양한 사회문제를 고민했지만 이슈가 있는 현장에서 그의 모습은 어김없이 보였다.

그러던 중 그가 대외적으로 이슈메이커가 된 사건이 터진다. 현 정부와 대통령의 무능과 독선을 지적한 전단을 뿌리다 명예훼손으로 걸린 것. 그러자 그는 국민이 주권행사를 하는데도 명예훼손 운운하는 경찰청과 검찰청에 개사료를 뿌리는 등 과감한 대응으로 결국 구속된다. 구속되면서 그가 한 어록들은 참으로 난감하지만 짜릿하다.(페이스북 둥글이 박성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1인 시위 문구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시위 문구의 새로운 신화를 쓰듯 이 시대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해학과 풍자를 가득 담는다.

올해로 10년이지만 8개월의 구속기간을 빼면 9년 정도 유랑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돈이 떨어지면 막노동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노숙과 걸식을 주로 하며 정의로운 애국청년의 길을 열심히 걷고 있다.

자기 성찰이 중심이 되는 유랑투쟁길이기에 대중교통을 마다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순례자처럼 무조건 걷는다는 그는 개미 같은 미물들이 성찰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며 전국 지자체를 다닐 때까지 유랑을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 자신의 북콘서트 포스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둥글이 박성수씨. 책이 발간된지 1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진 북콘서트다

지인들로부터 만인을 내치지 않고 받아주는 화장실에서의 노숙을 즐기며 화장신을 모시는 둥글교 교주로 추앙(?)받는 그는 어쩌면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 세상 사람들을 교화시킨 이 시대의 돈키호테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변화를 위한 하나의 디딤돌이 되는 돈키호테.

사람이라는 자존감 하나로 바른 생활을 염원하는 바른생활 애국청년의 유랑운동이 권력과 탐욕에 물든 위정자들에게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시켜주는, 말 그대로 생활운동이 됐으면 한다. 그의 정의로운 유랑투쟁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한편 오는 7월 8일 신촌 인디톡에서는 지인들이 마련해준 ‘둥글이의 유랑투쟁기’ 북콘서트가 열린다. 가수 이지상씨가 사회를 보고 19대 국회의원인 장하나씨와 사회평론가 황진미씨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북콘서트는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그의 출소를 기념하기 위해 늦게나마 마련한 지인들의 선물이다.

※ 문의 :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02-336-5642

북콘서트 후원계촤 : 농협 504-02-214131(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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