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진출 12년 됐지만 정당명부 지지율은 계속 하락

4.13총선 결과로 가장 주목 받는 게 국민들의 박근혜 정권 심판 의지인 건 두 말할 필요 없지만 그에 가려진 뼈아픈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진보정당들의 성적표다.

유일한 원내정당으로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2석과 비례 4석을 얻은 정의당은 “진보정당 최초로 3선 의원”을 두 명 배출했다며 성과적으로 자평한다. 질적 측면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좋게 봐줄 수 없는 결과다. 2012년 통합진보당 분열사태 당시 ‘셀프제명’ 등으로 탈당해 정의당에 몸담은 의원은 모두 7명이다. 백보양보해서 현상유지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최초 보유 의석수보다 줄어든 형국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한 이래 정당명부 지지율과 비례의석수가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은 13.0%의 정당 지지율을 얻어 8명의 비례의원을 배출했다. 그런 뒤 2008년 1차 분열사태 직후 치른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5.7%로 비례 3석을 확보했으나 탈당파들이 만든 진보신당은 2.9%를 얻는 데 그쳐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이어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다시 합친 통합진보당이 10.3%의 지지율로 비례의원 6명을 배출했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선 정의당이 7.2% 정당명부 지지로 비례 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표]2004년 원내진출 이후 진보정당 비례의석수
총선 2004년 17대 2008년 18대 2012년 19대 2016년 20대
정당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지지율 13.0% 5.7% 10.3% 7.2%
의석수 8석 3석 6석 4석

더욱이 정의당을 빼더라도 역대 최다인 4개의 진보성향 정당이 이번 총선에 비례후보를 냈는데 의석을 확보한 곳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정의당을 제외한 이들의 정당 지지율은 모두 1%조차 넘기지 못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진보정치도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2004년 이후 모두 4번에 걸친 총선에서 당명은 서로 다르다 해도 빠짐없이 의원을 배출해 온 만큼 진보정당이 지난 10여년의 활동 과정에서 정치적 시민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결과가 들쭉날쭉하고, 툭하면 분열을 일삼아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게 정당지지도의 전반적인 하향 추세로 귀결됐다고 평한다면 지나친 걸까? 진보정당이 원내진출을 시도한 지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이미 넘겼다. 3선 의원을 배출했다지만 아쉬움이 더 크다. 12년 전 처음 원내 진출할 때보다 4석이나 모자란 이번 선거결과는 분명 퇴보일 따름이다. 진보정치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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