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당선자 “현장서 답 찾고, 대중운동으로 승부”

“현대중공업이 19년 만에 무쟁의를 끝내고 파업에 나섰을 때 (승리의)가능성을 보았다. 민주노조를 재건하고 하청노동자와 손을 잡았다. 단연코 노동자의 승리다.”

울산 동구의 김종훈 당선자(무소속)는 지난 13일 개표 직후 자신의 승리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아래는 김종훈 당선자와 일문일답.

- 당선 소감을 말해달라.

“일자리에 대한 간절함과 변화의 열망이 투표로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이 19년 만에 무쟁의를 끝내고 파업에 나섰을 때 가능성을 보았다. 민주노조를 재건하고 하청노동자와 손을 잡았다. 오늘은 노동자 정치에 꽃을 피웠다. 단연코 노동자의 승리다.”

- 승리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동구에 국회의원 선거구가 생긴 지 28년 동안 자본가 권력이 지배해 왔다. 그 기간 늘어난 것은 비정규직이고, 줄어든 것은 일자리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노동자들은 현장에 민주노조를 건설했다. 그리고 정치권력의 변화가 근본적인 해법임을 자각한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을 부추기던 자본의 논리는 설자리를 잃었다.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은 원청, 하청 할 것 없이 모든 노동자들의 목줄을 조였다. 그들이 말하는 ‘종북’이 생사의 기로에 선 노동자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 2년 전처럼 상대 후보의 ‘종북 공세’가 심했는데.

“심한 정도가 아니라 오로지 ‘종북 공세’ 외엔 다른 전략이 없어 보였다. ‘종북’ 프레임에 갇혔다면 선거는 졌을 것이다. 이미 1500명이 정리해고 됐고, 노란봉투(희망퇴직 통보)가 확인된 조건에서 일자리는 노동자들의 생존 문제였다. 노동후보 대 자본가후보의 대결이자 ‘일자리 프레임’ 대 ‘종북 프레임’의 대결이었다. 이념 대립이 생존권을 넘지 못했다.”

- 현대중공업 노조의 지원이 있었다.

“1만4천 조합원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로 단일후보가 됐다. 현중노조는 14년 만에 민주노조를 세웠지만 정치권력은 여전히 자본가에게 있었고, 1만8천 하청노동자를 포괄하지는 못했다. 현중노조는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연대에 나섰고, 노동자후보 당선에 전력을 다했다.”

- 후보 단일화가 선거 판세의 분수령이 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후보의 단일화는 지상명령이었다. 유·불리를 따지거나 정치적 타산이 개입될 수 없었다. 이갑용 후보는 현중노조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다. 조합원 여론조사를 하면 당연히 불리하지만 주저할 수 없었다. 노동후보 단일화는 득표력이 높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을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단일화 이후 노동자가 선거의 완전한 주인이 됐다.”

- 선거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현대중공업 노동자에게 설 인사를 드리고 있는데 차를 타고 퇴근하시던 한 고령의 노동자가 창문을 내리고 세뱃돈을 주셨다. ‘큰 복이 올 거야’를 외치시면서…. 선거기간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더니 이렇게 당선되고 나니 진짜로 큰 복을 주신 것 같다.

또 선거운동 기간 동안 3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임했다. 하루는 성내 삼거리에서 6시간30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고 인사를 했다. 집에 돌아와서 눕는 데만 30분이 걸렸다.(웃음)”

- 진보정치의 앞길을 열어가야 할 텐데.

“어깨가 무겁다. 이번 선거에서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들이 보여준 놀라운 정치의식이 진보정치의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한다. ‘사람이 우선이고 노동자가 먼저다’를 신념으로 삼고, 현장에서 답을 찾고, 대중운동으로 승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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