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픈 M. 왈트, 포린 폴리시에 기고 “미국 정책 반대하면 정신장애 취급”

“다시는 김정은을 미치광이라 부르지 마라.”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본 미국 하버드대학의 국제정치학 교수가 “김 위원장을 비이성적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그릇된 견해일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면서 이렇게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스티픈 M. 왈트(Stephen M. Walt) 교수는 14일(현지시각) 미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김 위원장 가족은 미치거나 비이성적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7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 왔다”면서 자국의 외교정책상 편견을 비판했다. 

왈트 교수는 “미국은 자신들만이 유일하게 고결하고, 현명하고, 사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고 미국 정책의 동기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은 정신장애를 지닌 사람 취급을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련한 미국의 관리들이나 학식 높은 학자들조차도 다른 나라와의 외교적 갈등을 이해관계 혹은 정치적 가치의 충돌로 보지 않고 인격의 결함, 과대망상, 혹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견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편견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러곤 “미국인들은 스스로 좀 더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자성을 주문하곤 “우리는 적들을 비이성적이고 무모한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자신들 역시 미친 행동을 적지 않게 해 왔다”고 그 이유를 털어놨다. 

아래는 뉴시스가 번역한 왈트 교수의 FP 기고문 요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진전은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의 변신이었다. 이제까지 김 위원장은 은둔 왕국의 지도자였다. 그는 비밀스럽고, 다소 우스꽝스럽고, 다분히 살기등등하고, 비이성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은 이런 느낌의 김 위원장을 업무에 몰두하는 진지한 지도자로 바꾸어 놓았다.

미국은 적들을 비이성적이고, 제정신이 아니고, 기만적이고, 위험한 일을 도모하거나, 단순한 얼간이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경험 많은 노련한 미국의 관리들이나 학식 높은 학자들조차도 다른 나라와의 외교적 갈등을 이해관계 혹은 정치적 가치의 충돌로 보지 않고 인격의 결함, 과대망상, 혹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견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의 가족은 미치거나 비이성적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7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 왔다.

적을 미치광이 취급하는 미국의 이런 경향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미국인들은 러시아 볼셰비키 지도자들을 비이성적인 광신자로 여겼다. 에드워드 랜싱 전 미 국무장관은 볼셰비키 지도자들을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표현했다.

1960년대 딘 러스크 국무장관은 중국을 “공격적인 오만함과 스스로에 대한 집착의 결합체”라고 규정한 뒤 “중국의 행동은 난폭하고, 화를 잘 내고, 고집 세고, 적대적”이라고 주장했다.

1970~1980년대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소련 지도자들이 인간 생명의 가치에는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련의 주요 도시를 모두 파괴하고, 소련 사람 수천 만 명을 죽이더라도 그들은 핵전쟁을 일으켜 승리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최근 사례를 들자면 미국 전문가들은 사담 후세인이 비이성적이고, 저지하기 어려운 연쇄 침입자라면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했다. 이들은 지금 유사한 논리로 이란과의 전쟁을 옹호하고 있다.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한 때 이란 지도자들을 “대량학살 미치광이”들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견문이 넓은 미국인들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만이 유일하게 고결하고, 예외적이고, 현명하고, 사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고 미국 정책의 동기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은 정신장애를 지닌 사람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미국인들이 적들은 원래 비이성적으로 타고 났다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첫째, 만일 적들이 정말로 비이성적인 미치광이라면 그들은 미국의 우월한 군사력에 겁을 집어먹지 않을 것이다.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억제력 전략은 그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고, 선제적 공격이 보다 매력적인 옵션으로 부상할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바로 정확하게 이런 사례였다. 이는 또한 미국의 매파들이 최근 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으로 내놓는 것이기도 하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선제타격을 선호하는 이들 역시 최근까지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펴왔다.

둘째, 적들의 행동을 비이성적인 행태로 간주하게 되면 그들의 행동 이면에 있는 진짜 이유를 보지 못하게 된다. 미국인들은 종종 북한과 이란, 리비아 등이 추구하는 대량살상무기가 일종의 야만적 일탈이거나 혹은 악의적인 의도 때문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도 모두 합당한 이유를 지니고 있다. 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의지할 수 있는 억지력을 원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김 위원장의 경우 핵무기 보유는 미국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었음을 입증했다.

셋째, 만일 어떤 적이 미쳤거나, 비이성적이거나, 혹은 잘못된 정보를 지니고 있거나 한다면 그들이 당근이나 채찍, 혹은 합리적인 논쟁에 대응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대방이 비이성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정상적인 외교는 시간 낭비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미국인들은 스스로 좀 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적들을 비이성적이고 무모한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 우리 자신들 역시 미친 행동을 적지 않게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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