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 ‘1만시간 단식’ 5일차에 경찰 농성장 강제철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요구하며 닷새째 단식 중인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은 20일 “알바에게 굶는 것은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알바들의 사연을 듣다보면 유통기간 지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 손님들이 먹다 두고 간 음식으로 연명하는 알바들도 있다”고 착잡해 했다.

그는 지난 16일부터 국회 앞에서 ‘1만 시간 단식’을 실천 중이다.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박 위원장 외에 취지에 동의하는 누구나 자기 현장에서 한 끼 단식을 하면 8시간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1만 시간을 채워간다. 

박 위원장이 단식을 시작한 이튿날부터 조합원 2명이 국회 앞 단식농성에 가세했으며 곳곳에서 SNS를 통해 단식인증을 보내와 현재 2500시간 정도가 채워진 상황이다.

그런데 경찰이 이날 오전에 갑자기 단식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다. 경찰은 돗자리와 피켓 등 농성물품을 빼앗고 농성 참가자들에게 퇴거를 종용했다. 경찰은 “이들이 미신고 집회를 진행 중이라 해산명령 3회 실시한 이후 합법적으로 철거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 등 알바 노조원들은 “단식농성이 무슨 집회냐. 그리고 해산명령이 떨어지자 1명만 남고 농성장을 떠났다. 그러면 합법적 1인시위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경찰은 “어쨌든 앞서 3명이 (함께)있지 않았느냐”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경찰은 조합원들이 농성장 철거 이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자 강제로 끌어내려 했으며 조합원들이 저항하자 아예 조합원들을 국회 담벼락으로 몰아붙인 뒤 수십 명의 병력으로 포위한 채 계속 퇴거를 종용했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현장을 카메라로 채증하기도 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밀짚모자를 쓰고 더위를 견디기 힘들면 얼굴에 분무기를 뿌려가며 버티던 조합원들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맨바닥에 그대로 앉은 채 단식을 계속하며 경찰에 강하게 항의하거나 휴대전화로 주변에 상황을 알렸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엔 국회 정문 앞에서 구교현 노동당 대표가 최저임금 1만원 요구 단식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하겠다고 포위를 풀어달라고 하자 경찰은 길을 터 줄 테니 대신 국회 담벼락을 따라 반대 방향으로 빙 돌아서 기자회견장으로 가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고 분을 삭였다.

박 위원장은 “경찰이 방해해도 어떻게든 단식은 계속할 것이다. 1만 시간이 채워지더라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17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6월말이나 7월초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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