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편지와 김계관 담화 모두 회담 개최 ‘의지’ 담겨

주고받은 두 번의 ‘감사’와 두 번의 ‘호평.’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돌연 취소 통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편지와 이에 대한 북한(조선)의 공식 입장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들다. 서로 으르렁 거려야 정상인데 칭찬을 한다? 

사실상 판을 깨겠다는 일방적 선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에 걸쳐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회담 준비과정에 보여준 성의와 이른바 ‘억류 미국인’을 석방한 데 대해서다. 

물론 “당신(김정은 위원장)은 당신들의 핵능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의 핵무기는, 신에게 이 무기들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정도로 엄청나고 강력하다”는 협박성 언급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정중하고 사려 깊은 편지라 할만하다.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도 비슷하다. 두 번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을 호평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못한 정상회담 ‘용단’과 현명하길 기대한 ‘트럼프 방식’이다. 

물론 “미국측의 일방적인 회담 취소 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회의론을 펴기는 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선행조치인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한 당일 밤 돌연 회담 취소를 통보 받은 입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분하고 정중하다. 

왜일까? 

결론을 말하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 회담 일정계획은 취소됐지만 북미정상회담 자체가 중도반단된 건 아닌 거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회담 취소를 알린 뒤에도 “언젠가 당신을 보게 되기를 정말로 고대한다”며 “이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당신이 마음을 바꾼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세요”라고 당부했다. 정상회담 자체가 취소된 건 아니란 뉘앙스다. 

북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도 비슷한 분위기다. 외려 김 부상은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력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 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정상회담 개최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도 했다. 불과 아흐레 전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경고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당사자인 북미 모두 상대에게 “먼저 연락하라”면서 회담 개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렇고 보면 북미정상회담은 ‘취소’가 아니라 ‘연기’됐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취소 통보 이전에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적이 있다. 

“핵 대결장에서 만나자는 거냐”고 목소릴 높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에서 보듯 ‘비핵화’란 세계사 초유의 의제를 다룰 역사적인 첫 적국간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북미 모두 상당히 예민하고 격앙돼 있는 게 사실이다. 

분위기를 식힐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북미 모두가 밝힌 “만족한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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