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노동정책 ‘친노동자적 관점’으로 바뀔 때 가능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열린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 ‘2016~2030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력수요전망’을 보고하고, 그 내용을 발표했다. 

전망 결과를 보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내·외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제와 산업구조를 혁신할 경우 경제성장은 물론 일자리도 더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다만 기술 혁신에 따른 고용 변화는 더욱 가속화돼, 2030년 직업별로 증가하는 일자리는 92만 명이고, 감소하는 일자리는 80만 명으로 총 172만 명의 고용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망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 모습을 ‘기준전망’과 ‘혁신전망’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진행했다.

‘기준전망’은 4차 산업혁명을 포함한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해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최근의 성장 추이가 그대로 지속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며, ‘혁신전망’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 경제·산업구조 혁신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상황을 가정해 전망한 것이다. 

노동부는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할 경우’를 가정한 혁신전망에선 기준전망(’17∼’30년 연평균 2.5%)에 비해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연평균 2.9%)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별 실질성장률 증가 전망(%), 노동부(2018.3)

노동부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기술혁신 등 촉진)할 경우, 자동화·무인화 등으로 초기엔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되나, 이후 소득증가와 신산업에서의 고용창출 등으로 2030년까지는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산업·업종에 따라 취업자 수 증감은 매우 다르다. 

‘기준전망’은 저출산·고령화 가속, 생산성 둔화 등 공급여건 악화와 국가 간 경쟁 심화로 수출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혁신전망’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로 수출 경쟁력이 향상되고,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 등으로 성장률 둔화 속도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기준전망’에 의하면 아래 파란색 그래프처럼 취업자 수가 증가하나,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할 경우(혁신전망) 빨간색 그래프처럼 취업자 수는 더 증가한다. 특히 정보통신방송, 전문과학 분야에서 큰 폭의 증가를 예측했다. 

▲산업별 취업자 수 증가(천명), 노동부(2018.3)

 

▲산업별 기준전망 대비 혁신전망 차이(천명), 노동부(2018.3)

반면 도소매, 음식숙박업, 공공행정, 건설, 금융보험, 운수 등은 큰 폭의 취업자 감소가 예측됐다.

▲산업별 취업자 수 증가(천명), 노동부(2018.3)

 

▲산업별 기준전망 대비 혁신전망 차이(천명), 노동부(2018.3)

 

직업별 취업자 수 증감으로 보면, 보건·사회복지, 문화예술스포츠, 정보통신전문가, 공학전문가, 경영회계 부문에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 취업자 수 증가(천명), 노동부(2018.3)

 

▲직업별 기준전망 대비 혁신전망 차이(천명), 노동부(2018.3)

 

반면 매장 판매직, 운전운송 관련직, 청소경비 단순노무, 판매관련 단순노무, 기계제조 기계조작, 조리음식 서비스직, 제조관련 단순노무, 농림어업 단순노무, 금융보험 사무직, 영업직 등의 취업자 수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화, 무인화가 추진되어 고용이 더 감소한다는 것이다.

▲직업별 취업자 수 증가(천명), 노동부(2018.3)

 

▲직업별 기준전망 대비 혁신전망 차이(천명), 노동부(2018.3)

 

세부적으로 기준전망과 혁신전망에 따른 취업자 수의 변화를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기준전망과 혁신전망에 따른 직업별 취업자 변화(천명), 노동부(2018.3)

노동부 보고서에 대한 평가

노동부 보고서의 ‘고용전망’ 전제는 2017~2030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이 전 산업에서 지속 상승(기준전망 2.5%, 혁신전망 2.9%)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구학적 변화와 제조산업의 재편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먼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초고령사회 진입(2017년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4.21%로 고령사회가 되었고, 8년 후 20% 초과 예정)’ 등으로 일본의 장기침체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고령사회는 인구의 다수인 노인들이 생산과 소비를 하지 못하므로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0~1%대의 성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제조업이 중심인 한국은 산업재편을 시작하고 있는데, ‘장치산업에 기반한 전통제조업의 몰락’, ‘수직계열화로 혁신이 성공하기 어려운 산업생태계’ 등이 재벌개혁 및 경제민주화와 연동되지 않고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노동배제 경영 및 비정규직을 일반화하는 기업경영과 정부의 방치’ 등의 조건에서 기업 수익률은 높아질 수 있지만 ‘성장에 기반한 고용증대’ 및 ‘질 좋은 고용의 증대’는 어려운 상태다. 즉 선진국형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취업자 증가가 플랫폼 노동 등 불안정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한 숫자의 증감만으로 국민의 삶이 좋아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것이 어떤 고용인지 실체가 분명해야 한다.

정부의 ‘전면적인 노동기본권 보장’, ‘질 좋은 고용정책’이 없이는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는 이윤과 성장 우선 정책에 밀려 수사적인 말잔치에 그칠 것이다.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정치 변화가 중요한 변수다.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평가하면, 먼저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와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와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증가를 예상하는 것은 타당하다.

다음으로 제조업은 완만한 고용 증가를 예측했는데 이는 근거가 취약하다. 제조업에서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자동차 등으로 확산된다면 이는 기존 기업의 노동자에게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신산업은 현대모비스의 미래자동차 비정규직 공장처럼 외주화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혁신으로 지식서비스 부문에서는 취업자가 훨씬 늘고,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운송 등에서 감소할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큰 그림으로는 타당하다. 

하지만 한국은 노동배제 기술혁신, 완전무인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보다 고용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지식서비스 부문에서 선진국보다 고용 증가가 더 낮을 가능성이 크고, 반면에 단순반복, 정형화된 노동에서는 고용 감소가 추정한 것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지금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지연’,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배제’ 등으로 진행된다면 용두사미로 끝나고, 결국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못해, 내수산업인 도소매와 숙박·음식업 등이 보다 침체될 수 있다.

노동부에서도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산업·직업구조 변화와 새로운 고용형태 증가 등에 대비해• 기존 근로자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회안정망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 먼저 급속하게 진행되는 산업구조 재편에 대비, 근로자의 평생직업능력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이·전직자에 대한 재취업지원서비스 강화 

• 다음으로 플랫폼 종사자 등과 같은 다양한 고용형태 등장과 일하는 방식 변화 등을 고려해 유연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용노동 관련 법체계 정비 필요

• 또한 국내외 기술변화가 일자리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체계 강화 

그리고 규제완화, 개인정보보호, 일자리대체 등 4차 산업혁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를 논의·해결하기 위한 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합의기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부의 제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산업·노동정책이 친노동자적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노동조합 등 실질적인 이해당사자들의 참여·토론·공동연구조사 등으로 구체적인 대안들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조선산업 구조조정, 한국GM과 금호타이어 해법 등을 볼 때, 정부의 경제 및 산업 정책은 여전히 이윤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즉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과 노동·복지 정책이 상충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진영에서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산업정책에 대한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대화 등 참여·개입 전술을 통해 대안 제시, 공론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압박해야 한다. 전자를 위해서는 한국GM, 금호타이어, STX조선 사례처럼 이데올로기에서 밀려서는 안 되며 독자생존 대안 등과 결합된 투쟁이 필요하다, 후자를 위해서는 노동진영의 정책 역량, 사회적 소통 방법 등이 보완돼야 한다.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추진하되, 무엇보다 우리의 투쟁 동력을 기반으로 상층 협상이 진행된다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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