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노동당 7기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지난 4월 20일 열렸다.[사진 : 뉴시스]

북한(조선)이 지난 20일 로동당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 결정으로 핵·미사일 동결을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반겼다. 청와대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호평했다. 

북의 조건없는 일방적, 선제적인 핵·미사일 동결 선언에 대해 전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식 표현을 빌리면 핵·미사일 동결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조치와 맞바꿔야 하는 쌍중단의 입구인데, 북은 이미 동결은 선언하고 입구에 먼저 들어가 있는 모양새다. 또 당초 예상대로라면 북이 핵시험과 미사일 시험을 나누고 잘게 쪼게 살라미 전술을 쓰며 미국에게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하는데 협상도 하기 전에 엄청난 카드를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이다. 게다가 핵시험 동결의 투명성을 위해 풍계리 핵시험장도 폐기한다고 했다. 이런 정도의 파격이면 아무리 의심 많고 술수로 가득찬 국제 외교무대라 할지라도 북의 입장을 크게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식 대담, 양보, 파격, 결단의 외교술이 대화 상대방의 결단과 양보, 파격, 대담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북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한 3차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지난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후 우리의 주동적인 행동과 노력에 의하여’,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평화에로 향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국제정치 구도에서 극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여도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사변들이 련발하고 있는 경이적인 현실은 우리 당 병진노선이 안아온 빛나는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북의 대담, 파격, 결단의 동력은 핵무력 완성의 자신감에서 비롯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북이 채택한 핵동결 조치를 포함한 3차 전원회의 결정은 다가오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공리에 진행하는데서 중대한 담보이자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은 당 중심 국가로, 당의 노선에 의해 움직인다. 남한 사회나 미국과 같이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거나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뒤집어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당의 노선과 방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때문에 이번에 핵동결을 북이 당의 방침으로 천명한 것은 무엇으로도 뒤집을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담보이며, 최상의 진정성을 보인 것이다. 

3차 전원회의 결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고 결의했다는 점이다. 경핵병진이라는 투 트랙전략에서 핵무력 완성에 기초해 경제강국 건설을 일점돌파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혹자는 이런 노선 전환이, 북이 핵과 경제를 바꾸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고 분석하는데 핵무력 건설을 위해 투자했던 자원과 노력을 이제 본격적으로 경제강국 건설에 집중한다는 취지로 보는 게 맞다. 

북이 경제건설 총집중이라는 새로운 전략노선의 성공 요인을 자력갱생 정신과 과학기술에 두는 것이나, 두 번째 의정으로 과학교육사업에 국가적 투자를 결정한 맥락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는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결정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만 초점을 맞춰 북이 비핵화와 경제를 바꾸는 전략으로 수정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오판과 실수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태도는 3차 전원회의 결정이 일방적 핵동결 조치라는 전향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핵화에는 미흡하다는 둥, 앞으로 대북협상의 기본목표를 북의 비핵화에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제지원으로 보상하면서 잘 접근해야 한다는 식의 어이없는 대책들을 세우게 될 것이다. 

북 로동당 중앙위 3차 전원회의가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하였다’고 자체 평가하면서 ‘핵시험과 대륙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천명한 점,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를 두고 사실상 핵보유 선언에 불과하다거나 미국이 ‘많이 주고 적게 얻게’ 될 우려가 있다는 식의 입장은 비핵화 문제를 전적으로 북의 비핵화로만 국한시키고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입장일 뿐이다.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미국이 북과 협상장에 마주 앉게 된 기본동기가 북의 핵무력 완성에 있고, 북의 핵이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춘 데 있다. 이미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독점은 깨졌다. 미국이 그렇게 여유 있거나 느긋한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북의 파격, 대담, 선제적 일방조치에 비해 미국이 보여주는 것은 거의 없다. 대체로 대북협상에서 내부 강온파의 입장을 일치시키는데도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부 미국 내 북핵전문가라고 하는 자들은 대안, 대책도 없이 대북경계론만 앞세우고, 일부 정객들은 당리당략적 반트럼프 정책선상에서 대북협상을 대한다. 최근 북의 일련의 조치들은 미국 내 이런 복잡한 정황을 타개하는 데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상호신뢰에 기초한 북미정상회담 성공의 조건들을 성숙시켜가고 있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미국은 북에 대해 의심이나 앞세우고 압박을 운운하는 대신 이번 기회에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같은 조치로 응답하는 전향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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