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0일 민족작가연합창립총회를 마치고 시민청 창립대회장소로 이동하고 있는 김해화 상임대표와 권미강 시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10일 민족작가연합이 창립대회를 갖고 정식 출범했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작가들의 성추문으로 문단이 스스로 얼굴 붉히고 있는 시점에 민족작가연합은 통일문학, 자주적 민족예술을 지향하며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양대 작가단체가 꾸려가고 있는 한국문단에서 민족문학에 방점을 명확하게 찍고 새로 창립된 단체의 수장은 놀랍게도 일용직 철근노동자이자 오랫동안 노동자시인으로 살아온 김해화 시인이다. 

공사장에서 일한 지 35년 됐다는 김 대표는 「인부수첩」, 「우리들의 사랑가」, 「누워서 부르는 사랑노래」 이렇게 3권의 시집을 낸 중견시인이다. 그에게 작가연합 초대 상임대표를 청했을 때 ‘교수도 아니고 학교선생님도 아니고 정규직 노동자도 아니고 공사판 일용직 노동자가 무슨 상임대표냐’며 거절했다고 한다. 더구나 잘 팔리지도 않은 시집조차 절판된 잊힌 시인이라며 거듭 사양했지만 그런 만큼 간곡해서 상임대표를 수락하게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수락인사를 통해 “그동안 부끄럽지 않게 살아온 노동자여서 참 다행”이라며 작가연합 동지들을 믿고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자주적 민족예술이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출범식 전 김해화 초대 상임대표와 간단한 인터뷰를 가졌다. 

- 초대 상임대표가 되셨는데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회원들의 결속력을 강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회원들의 작가연합에 대한 열망이 많은 만큼 의견을 많이 듣겠다. 상임대표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되 공동대표단과 사무국과 잘 협의해서 꾸려가겠다.” 

- 민족작가연합은 작가회의와 대척점에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지향하는 점은 다르지 않나?
“지향점이 다르긴 하지만 작가회의와 대척점에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작가회의는 아직까지 민족문학에 대한 구체적 원칙을 세우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왔던 정신이 길을 잃었다. 그 당시 노동문학이나 여러 대안들이 제시됐지만 그 자체를 작가회의가 주류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늘 변방에서만 하다가 폐기되거나 그런 상태였다. 나는 노동문학의 경험자고 지금도 노동자인데 늘 부르짖는 게 노동해방이었다. 하지만 그 노동해방이라는 게 이룰 수 없고 다다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 노동자계급이 부르짖어왔던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이분법적 대결구도가 아니고 그 뒤에 더 막강한 무엇인가가 있다. 작가연합은 그 막강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자주성을 찾으려고 한다. 그게 민족문학이라고 생각한다.” 

- 그 민족문학의 자주성을 민족작가연합에서 추구하는 거다, 그런 뜻인가? 
“그렇다. 우리 민족작가연합은 자주적 긍정모순을 바로 세우고 그 깃발을 들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 자칫 문학을 이념적으로 앞세우지 않나 하는 우려와 문학을 도구화한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작가연합에서 내세우는 자주적 민족문학은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다. 남한에 살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의 삶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남한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민족의 자주성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예술적 경향도 어떻게 민중들에게 다가가고 민중들을 견인해낼 수 있을 것인지 이게 중요한 것이다.”

- 작가회의에 있는 작가나 문인협회에 있는 작가나 자주적인 민족문학을 지향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나? 
“그렇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우리 강령에도 있다시피 반민족, 반민주, 반민중에 부역했던 문학인들과는 절대 같이할 수 없다. 지금 그 사람이 아무리 자주적 민중문학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친일문학상으로 규정지은 미당문학상 등을 받았거나 미당문학상을 심사했거나 그런 전력이 있다면 회원이 될 수 없다.”

- 친일문학에 부역을 했다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반성을 하고 상을 반납 한다면? 
“우리 작가연합만 아니라 대중들, 독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과를 한다면 그 다음은 같이 할 것인가에 대해 회원들과 논의 후 결정할 것이다.” 

- 통일문학과 노동문학은 약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여직까지 노동자시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내가 쓰고 있는 글도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이분법적 세계관에서 작품활동을 해왔다. 노동현장에서 수많은 싸움을 지켜본 결과 아무리 노동자가 맞서서 얻어도 실상 노동자들은 노동자해방에 다가갈 수 없었다. 결국 우리가 규정짓고 있었던 노동해방 세상 뒤에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큰 적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적의 실체가 우리 남한이 지니고 있는 분단의 현실이었다. 그 부분을 극복하지 않고는 노동자든 어느 누구도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가닿을 수가 없다. 우리가 민족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남한 사회의 어떤 모순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깨달음을 갖게 됐다. 그것이 이번 상임대표를 수락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 이 기사는 지난 12일 ‘문학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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