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미FTA 5년 평가 토론회

‘영원한 우방’ 미국의 본격적인 ‘한국 때리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3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통해 ‘안전하고, 강하고, 자랑스러운 미국’ 건설을 위한 청사진 제시와 더불어 “지금부터 우리는 무역관계가 더 공정하고 호혜적이기를 기대한다”, “나쁜 무역협정을 고치고 새로운 협정들을 협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 강화, 즉 보복관세 확대를 천명했다.

그 중 대표적인 본보기가 삼성·LG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3년간 연차·물량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소 15%에서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세이프가드이다. 세이프가드의 발동요건은 3가지가 있는데 급격한 수입 증가, 국내 산업의 심각한 피해, 급격한 수입 증가와 심각한 산업피해 간 인과관계 등이 있다. 그러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차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제품은 심각한 산업피해나 위협 원인이 아니다”라고 판정하면서 세이프가드 발동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자인했는데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국 세탁기 회사 월풀의 세이프가드 요청을 승인했다.

또한 미국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 대상 12개국에 한국이 포함되면서 국내 관련 업계는 초비상에 걸렸다. 보고서에 나온 자료를 보면 캐나다의 대(對)미 수출량은 1위이고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수출량 증가율은 같은 기간 일본(113%)이 한국(42%)보다 약 3배나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재의 칼날을 피했다. 한국만 동네북처럼 세이프가드 ‘훅’에 철강 관세 ‘어퍼컷’까지 맞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반도체와 자동차까지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쏟아지고 있고 최근 트럼프가 “한국GM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군산공장 폐쇄결정과 함께 한국정부에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GM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을 보면 미국의 전방위적 통상압박은 날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한국은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왜 이렇게 한국만 동네북처럼 때리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차기 대통령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임기 2년차 평가를 받게 될 2018년 11월 ‘중간 선거’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한 임기 내 성과의 희생양으로 제일 쉽고 만만한 게 한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올해 5년마다 갱신되어왔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정이 만료된다고 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새로이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는데 이전부터 입버릇처럼 트럼프가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주한미군 철수’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한국정부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음을 트럼프는 잘 알고 있다. 이것을 무기로 통상 분야 관세를 관철시키거나 한미FTA도 불공정하다고 하면서 말은 폐기한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미국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려고 할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방위비분담금만 증액해도 트럼프로서는 이익이자 성과인 셈이다.

나쁜 짓도 해본 사람이 더 잘 한다고 뼛속까지 협상가라 불리는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3가지 모두 취하려고 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알아서 미국의 전략무기 자산을 대량으로 사준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트럼프로서는 한국만큼 봉을 자처하는 나라가 따로 또 없는데 어디 다른 곳에 가서 한 눈 팔겠는가.

그런 트럼프의 안방인 미국에서 한미FTA 제3차 개정협상이 개최될 것이라고 한다. 1·2차 개정협상에서 한국정부 대표로 교섭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교섭종료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크게 진전된 내용은 없으며 우리도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답변하긴 했지만 실제로 협상테이블에서 무슨 말이 오가고 뭘 주고 받는지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트럼프가 처음에 한미FTA가 불공정하니 폐기하자, 재협상하자고 했을 때도 정부 측에서는 섣부른 언급은 자제하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지난 5년에 대한 객관적 평가부터 한 뒤에 유·불리를 따져 협상이 진행될 부분이라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공청회조차 형식적 파행으로 치닫고 국가적 사안인데 3주 만에 두 차례나 개정협상을 하는 등 미국에 끌려가듯이 속도전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에게 가해지는 보복관세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WTO제소’를 이야기하며 당당히 대응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WTO 제소는 별 의미가 없는 얘기에 불과하다. 소송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결론이 나는 것도 아니고 국제분쟁 사안이면 최소 몇 년은 더 걸리는 게 상식인데 그러는 동안 FTA, 보복관세, 방위비분담 논의와 대응은 다 끝나고도 남을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당당한 척 하면서 트럼프의 일방적 요구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2차 협상까지 진행되었는데 아직까지 ‘한미FTA 5년 평가보고서’ 용역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3차례나 보고서 발표가 연기되었는데 정말 연구를 하고는 있던 건지도 의심쩍다. 사실상 한미FTA에 대한 그 어떠한 근거자료도 없이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전쟁터에 총도 없이 가는 군인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나마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약 10년 전 한미FTA 협상과 체결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정태인 현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필두로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 한미FTA 5년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왔으며, 이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된다고 해서 간단히 소개해본다.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한미FTA에 대한 입장과 토론회 취지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세간에서 한미FTA 체결 당시 나라가 망할 것처럼 얘기하더니 결과적으로 나라가 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트럼프가 미국의 손해라고 강조하고 있어, 여론지형 자체가 한국이 한미FTA를 통해 지난 5년간 실질적으로 이득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난 5년간의 한국 경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미FTA가 갖는 함의에 대한 담론을 총론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 제작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여 FTA대응대책위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설훈, 국회 농업과행복한미래 공동대표 김현권, 민중당 공동상임대표 김종훈 의원의 주최로 이번 한미FTA 5년 평가보고서 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꼭 나중에 레임덕과 함께 자신을 향한 비수로 돌아온다는 것을 지난 촛불을 통해 국민들이 가르쳐주었다. 결과적으로 그런 정부의 대처가 국민들에게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부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해서 정부가 제대로 된 무기를 갖고 대응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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