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평창올림픽 응원단, 개회식과 민족화해한마당 참석

▲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응원단 105명이 황영조기념체육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한마당에 참석했다.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총련), 대한민국 국가보안법 상 대표적인 반국가단체 구성원 105명이 평창에 왔다. 북한(조선)은 ‘재일본공민단체’라 부르고 우리는 흔히 ‘조총련’이라 줄여 부른다.

총련 회원들의 국적은 조선적籍이 많다. 일제강점기에 건너왔고 당시 일본에 ‘조선’ 국적으로 신고 한 것을 해방 후에도 변경하지 않은 것. 2세, 3세로 내려오면서 일본정부의 차별과 탄압에도 “조국이 통일되면 그 때 통일국가의 국적을 갖겠노라” 다짐하며 모진 세월 조선민족의 존엄을 지켜왔다.

▲ 평창올림픽 응원단으로 입국한 윤춘남 장춘자 모녀는 "북과남 선수들이 함께 입장할 때 너무 감동했어요. 그때까지 추웠는데 추운것도 잊어버리고, 눈물까지 나왔어요"라고 개회식 소감을 밝혔다.

평창올림픽 응원단으로 입국한 이들을 처음 만난 곳은 속초 한화리조트 로비였다. 말을 건네기도, 질문을 받는 일도 어색한 짧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버렸고, 이들은 10일 열린 민족화해한마당 참석 차 강릉 황영조기념체육관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들을 취재하리라 마음 먹은 이유는 일본이라는 최고 수준의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70년 세월 북한(조선)을 동경하고 북의 입장을 지지하는 까닭이 궁금해서다. 실제 이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자가 아니며, 그렇다고 수십차례 북한(조선)을 다녀온 이들이 북의 실상을 몰라 속고 있는 것도 아니다.

▲ 리동제 조국평화통일협회 회장은 "우리민족이 힘을 함쳐야 겠다는 것, 우리는 해외에 있지만 북남해외 힘을 합쳐서 평화운동 통일운동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큰 돌파구를 열자"고 호소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3천여 응원단을 비집고 총련 동포들과 인터뷰를 이어갔다. 첫 질문은 9일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남북 공동입장과 성화봉송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 프리랜서MC 일을 하는 구현아(37세) 씨

“아나운서가 코리아라고 했을 때 남북 선수들이 하나되어 통일기(이들은 한반도기를 이렇게 불렀다)를 앞세워 등장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이유도 없이 가슴이 찡한게…, 내 유전자 DNA가 우리민족이고 코리아구나….” 프리랜서MC 일을 하는 구현아 씨는 그날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북 아이스하키 선수가 성화대 계단을 올라가는 걸 진짜 보니까 통일이 된 마음이랄까. 이것은 단순히 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성화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통일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그런 불길이라는 생각이…” 현대식 씨는 실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 고국땅을 처음 밟으셨다는 임좌빈(82세) 선생과 부인 김효숙(77세) 선생.

이외에도 개회식장에서 북측 대표단 김영남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손을 맞잡은 걸 보며 “이제 통일이 온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임좌빈(82세) 선생과 부인 김효숙(77세) 선생.

평창에 들어 갔을 때 단일기가 많이 달려 있었고, 지나가는 남측 시민들이 “반갑습니다”라고 말해줘서 큰 감동을 받았다는 강승주 씨와 리수연 씨.

“남북 선수들이 손을 잡은 것도 그렇지만 개회식 자리에서 남·북·해외측 동포들이 하나가 돼 응원하는 모습 또한 감동적이었다”는 리영애 씨.

짧게는 10년 길게는 70여년 만에 고국땅을 다시 밟게된 총련 응원단의 첫 공식일정인 올림픽 개회식은 분명 이들에게 한(조선)민족의 자긍심과 꺼져가던 통일의 열망을 다시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2시간여 진행된 민족화해한마당의 여운을 간직한 채 저녁 식사 자리로 옮겼다.

▲ 저녁 식사자리에서 촬영한 리수현 씨. 볼 살을 살짝 포토샵으로 깍아 달라는 주문을 이뤄 드리지 못했다.

자칫 예민한 주제일 수 있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앞으로 남북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미국의 간섭과 대북 압박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복잡한 질문에 비해 대답은 간명했다. “북·남·해외 우리민족이 얼마나 힘을 합치느냐에 달려있다. 평창올림픽은 우리민족에게 안겨 준 선물이다. 평창을 계기로 전민족의 통일역량을 하나로 모아 미국과 일본 그 추종세력의 분단책동을 짓부수고 우리민족끼리 보란듯이 행복하게 살아보자.” 제주도가 고향인 소철진 씨 말에서 격동이 일었다.

아울러 “미국과 관계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이해된다”면서 “평창 올림픽을 개최한 저력으로 수뇌부회담(남북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켜 촛불 대통령의 위엄을 보여 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 다소 복잡한 질문을 간명하게 답해준 소철진 씨.

진작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총련은 왜 핵 미사일을 비롯한 국제 문제에서 북한(조선)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지지하는가?

머뭇거리지 않고 답변이 나왔다. “우리가 북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일제강점기 누가 항일투쟁을 했는가하는 정권의 정통성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북조선은 미제국주의의 압살책동에 맞서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민족의 존엄을 지켜온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핵문제만 하더라도 수십년간 계속된 미국의 핵위협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핵이라는 판단에 기초하여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핵무력을 확보함으로써 이땅의 평화를 보장하고 우리민족의 생존권과 존엄을 지켰다. 물론 재일 동포사회에 북조선이 큰 도움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도 북을 지지하는 이유다.” 경북 의령이 고향인 김세진 씨의 확신에 찬 발언이다.

▲ 대학 선후배 사이인 소철진(왼쪽) 씨와 김세진(오른쪽) 씨.

인터뷰를 마칠 때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스위스와의 예선전을 시작했다. 결과는 8대0 패배. 아쉬움을 달래야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이 경기장에 동석하고 남·북·해외 응원단의 “우리는(짝짝짝) 하나다(짝짝짝)” 응원이 더해져 우리민족의 통일열망으로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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