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언론의 ‘~습네다’, ‘~습네까?’ 표기 결례를 보며

“반갑습네다”, “평양에서 왔습네다”, “그렇습네까?”

우리 언론이 북한(조선) 사람들의 말투를 인용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온 북쪽 선수는 물론, 응원단, 예술단에게 질문을 던져 돌아온 대답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특히 제목에 담을 때 이런 표현을 즐겨(?) 쓴다. 친근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북쪽 사람들이 말할 때 이렇게 발음할까? 

북에선 ‘~네다’란 말투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이미 국내 언론이 무려 13년 전에 보도했다. 지난 2005년 5월 연합뉴스가 탈북자를 직접 취재해 요즘 유행하는 ‘팩트 체크(사실 확인)’를 한 것.

당시 기사 내용은 이렇다. 지난 1999년 입국한 탈북자 김영진(가명. 44)씨는 취재기자에게 “남한 사람들이 북한(조선) 말투를 흉내 낸다면서 열이면 아홉은 으레 ‘∼네다’란 말투를 사용한다”며 “왜 북한(조선)에서 쓰지 않는 말투가 남쪽에 일반화돼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한 사람들은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탈북자들은 북한을 비하하고 깔보는 말투로 여기고 있다”며 “제일 듣기 싫은 말투 중 하나”라고 불쾌해하기도 했다.

1998년 입국한 탈북자 김영호(가명. 45)씨는 “언젠가 회사 동료들이 북한(조선) 말투를 흉내 낸다며 ‘~있습네다’라고 하길래 놀리는 줄 알고 심하게 언쟁까지 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이런 사례들을 소개한 뒤 연합뉴스 기자는 “북한(조선) 주민들이나 탈북자들은 분명 ‘∼니다’로 말하는데 남한 사람들에게는 ‘∼네다’로 들리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물론 취재진 입장에선 평소 듣지 못한 말투로 귀에 설고 생소한 북쪽 억양을 들리는 대로 표현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게다가 방송 코미디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북쪽 주민이나 탈북자 역할을 할 때 웃음을 끌어내려고 ‘~네다’ 말투를 더 강하게 표현해 각인된 탓도 없지 않을 터. 

하지만 사투리를 흉내 내는 게 상대를 낮춰보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표준어 글살이에 책임과 역할이 있는 언론이라면 더욱 표현에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남북의 동질감 회복을 위한 언론의 역할이 뭔지를 새삼스럽게 따지기 이전에 말이다. 

위의 연합뉴스 기사에 등장하는 탈북자 김영진씨는 그래서 “남쪽에서도 경상도 사람들이 전라도 말을, 전라도 사람들이 경상도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그래도 언론에서는 ‘∼니다’로 정확하게 표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김씨의 당부가 여전히 유효한 게 씁쓸할 따름이다. 

▲ 평창 겨울올림픽 북한(조선) 선수단 입촌식이 열린 8일 오전 강원 강릉올림픽선수촌에서 북 응원단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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