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자회견서 당내 성폭력 문제 고백하며 “당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

▲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사진 : 정의당 홈페이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우리사회에 ‘ME TOO(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8일 “정당조직 또한 성폭력 문제의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지금 한국 정치에는, 여의도에는, ‘숨어 있는 안태근’이 없습니까? 성폭력이 권력관계에 기반한 폭력이라면, 우리 사회 권력의 정점에 있는 여의도야말로 성폭력이 가장 빈번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의 반성문을 제출합니다’란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히곤 “여성 정치인, 여성 보좌진, 여성 언론인에 가해지는 성폭력은 일상적이지만 유야무야되기 일쑤”라며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각 정당이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다. 성폭력 문제는 더 이상 상대정당을 비난하기 위한 정쟁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폭력 문제는 철저한 자기반성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이 대표는 “저는 오늘 정의당의 반성문을 제출한다”면서 “조금 전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저는 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해당 당직자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위치에 있으면서,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건해결을 방해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고백을 이어갔다.

“이러한 일만 있던 것이 아닙니다. 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정당인 정의당 안에서 많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광역시도당의 당직자가 술자리에서 동료 당직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거나, 부문조직의 위원장이 해당 부문의 여성당원에게 데이트를 요구하며 스토킹을 하고, 전국위원이 데이트 관계에 있는 상대 여성에게 심각한 언어적 성폭력을 저지르고 제명되는 등 여러 사건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말씀드린 대로 가해자의 상당수가 당직자였습니다.”

이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표인 제가 다 파악하지 못하는 사건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 이 시간 저의 기자회견을 직접 보거나 혹은 글로 접하게 될 피해자 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 정의당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원내정당 대표 가운데 자기 당내 성폭력 문제를 먼저 공개하고 나아가 정치권 전반의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며 공개 사과하기는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또 “대중의 1표가 중요한 정당으로서, 비난을 받고 지지를 잃을까 두려워, 성폭력 사건을 불투명하거나 소극적으로 처리하지는 않았는지 저 역시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실제 성폭력 가해자인 당직자가 신속한 징계절차를 밟게 하는 대신 권고사직을 하게 하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에 대한 당내 징계절차가 있으니 기다리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 해결 중 가해자가 완고한 자기논리를 앞세워 책임지기를 거부하거나, 탈당 등의 방식으로 징계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고 거듭 고백했다.

이어 “2012년 정의당 창당 이후 최고위원과 부대표 그리고 대표까지 맡으며 빠짐없이 지도부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기다리게 해서, 혹은 먼저 용기 내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한 이 대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로 정의당의 반성문을 마치지 않을 것이다. 당내 성폭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기반성과 성찰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혼자만의 힘으로 변화를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오늘부터 정치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갑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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