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와 서비스산업] (5) 디지털 전환과 노동운동의 혁신①

보수언론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도입되면, 음성으로 모든 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하고 자율주행차로 이동하며 우주여행이 가능한 지상낙원이 온다고 떠들고 있다. 이런 기술은 시간이 가면 도입될 수 있겠지만, 이용권이 전체 국민들에게 저절로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첫째, 기술혁신으로 스마트도시, 스마트팩토리, 웨어러블 헬스케어 등이 도입되면 인간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민주주의가 약화되면 노동자의 작업과정 및 이동경로뿐만 아니라 사생활과 개인정보 등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당하고, 데이터를 통제하는 기관의 여론조작이 일상화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실제 박근혜 정권에서는 문화계를 넘어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했고, 국정원 댓글로 여론조작이 일상화되었으며, 국민들의 인터넷, 트위터 글 등이 검열 받았다. 박근혜 정권과 유사한 집단이 집권한다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소수가 장악하고 무서운 통제정치를 실행할 수도 있다. 국내 검색포털 시장의 80%를 독점하는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비판 기사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재배치한 사실이 드러나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정치이슈에 대한 여론조작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의 기술로 높은 부가 창출되어도 한국의 재벌처럼 소수가 이를 독점하면 다수는 여전히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릴 수 있다. 

노르웨이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로 부자나라가 되었지만, 국민의 삶의 질은 완전히 다르다. 이를 유추해 보면 디지털기술로 생산력이 높아져 부자나라가 된다고 해도, 국민들의 삶이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지 천국이라고 부르는 노르웨이는 1970년 북해의 석유와 천연가스 발굴로 부자가 되었는데 정부는 창출된 부를 복지에 투입했다. 법정 근로시간은 37.5시간, 연 25일의 의무휴가, 일반 직장은 70세에 은퇴하지만 은퇴 후 자기 평균급여의 80%를 연금으로 받는다. 가정주부도 가사노동을 하루 4시간 노동으로 계산하여 연금을 받는다. 의회 구성원의 45%는 여성인데, 노동당은 1대1 비율을 준수한다. 공기업과 상장기업은 의무적으로 이사진의 40%를 여성으로 할당해야 한다. 출산시에는 임금의 100%를 받으면서 47주의 휴직이 가능하며, 18세까지 국가가 양육비를 지원한다. 

반면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도 전제군주가 다스린다. 왕과 가까운 근친 왕족만 장관이 될 수 있다. 최근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지만 투표율은 2%에 그쳤다. 석유수출로 1인당 GDP는 2만 달러가 넘지만 왕족들의 부정부패와 극심한 빈부격차로 서민들의 생활은 비참하다. 공식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여성을 억압하는 제도로, 남편이 사망한 여성이나 독신 여성은 생존도 쉽지 않다. 남성보호자 없이는 운전도 안 되고, 여성의 노출을 금지하므로 매장에 여성탈의실이 없어 옷을 입어보고 살 수도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통제하며 인터넷을 검열한다. 국왕은 인근 국가의 민주화운동이 사우디로 확산되는 것이 두려워, 미국에게 국방을 의존하고 무려 GDP의 10%를 국방비에 투입한다. 

결국 석유로 인한 소득이 왕족의 사치와 부정부패 그리고 미국 무기수입(사우디가 세계 1위로 매년 수십조원 투입)으로 유출되니, 국민 복지에 쓰여야 할 재원은 사라진다. 

▲ 지난9일 독일 남부 슈바인푸르트의 금속 노동자들의 집회. 독일 최대 노조인 IG메탈은 390만 금속노동자들의 급여를 6% 인상하고 주35시간인 근무시간을 28시간으로 줄일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디지털경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득분배’와 ‘민주주의’다. 보수언론들이 이에 대해선 침묵하고 ‘기술혁신’만 강조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실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다시 ‘이윤주도 성장정책’으로 되돌리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산업혁명이 일어나 자본가들은 많은 부를 축적했으나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 초기 자본주의에서는 무려 16시간 노동제를 실시했고, 어린이들까지 탄광에서 일하게 했다. 자본가들은 값싼 인력을 조달하기 위해 고아원과 구빈원 등 ‘아동 보호시설’에서 어린이들을 데려갔다. 영국의 면방직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7명의 소녀가 숨진 앳킨슨(Atkinson) 사건으로 비난 여론이 일자, 1802년 최초로 공장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9세 이하 고용 금지’와 ‘16세 미만 12시간 노동’, ‘위반 공장주에 대한 벌금 10~20파운드(1만5천~3만원) 부과’ 등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자본주의가 오늘날과 같이 ‘8시간 노동제’와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게 된 것은 기술혁신 때문이 아니라 200년간 노동자들이 끈질기게 투쟁한 결과다. 이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2018년 1월 독일 금속노조는 주 35시간 노동제를 주 28시간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초기 자본주의 착취에 대항해 세계 노동자들은 공제회, 비밀결사, 노동조합 등을 만들어 저항했고 정부는 ‘단결금지법’을 제정해 탄압했다. 노동자를 억압하고 소득분배에 실패한 자본주의는 결국 대공황을 초래했고,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한 식민지 쟁탈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천만 명이 사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 동유럽, 중국, 아프리카 일부 등 세계의 절반이 자본주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채택했다. 이에 자본주의는 살아남기 위해 수정자본주의로 전환하고, 주요 국가들이 노동3권, 공동결정권(노동자 경영참가), 사회보장제도 등을 도입하고 소득분배를 실시했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도래하기 이전 30년간 지속된 자본주의 황금기는 ‘소득분배’와 ‘민주주의’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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