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건설노동자 이영철·정양욱 고공농성 16일차(11.26)

일요일, 농성 올라와서 두 번째다. 건설현장에서 일요일이 의미 없음은 이야기했고….

어젯밤 비가 많이 내렸다. 겨울비치고는 많은 비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면서 비닐을 계속 때리고 비닐을 이중 삼중으로 했지만 빗물을 다 막을 수는 없었다.

아침에 젖은 장갑과 비닐과 침낭을 말리려고 널어 놓는다.

군대 있을 때 일요일은 정비시간이었다. 고참들은 침낭 말린다고 뒷산으로 가서 누워 자고 졸들은 밀린 빨래하며 면회 오기만를 기다렸다. 말년 병장처럼 옆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안주 생각이 난다. 두번째 사랑 안주.... 첫사랑 이후 만났던 안주. 

안주와는 많은 추억이 있다. 어느곳 어디에 가도 안주는 항상 있었고 나는 안주를 잊을 수 없다.

흘러가는 구름 속에도 안주는 웃고 있다. 

안주와 함께 건설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했다. 장시간 노동에 산재사고와 은폐 문제, 체불과 다단계 문제, 더 나아가 정치 문제 등 수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제 들려온 이야기 중 하나다. 그동안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은 5일이라고 한다. 

일주일이 5일이면 나머지 2일은 뭐지? 

한참을 고민한다. 무슨 이유에서? 누구를 위해서? 

머리 나쁜 나는 잠깐 고민하다

"건설은 뭐 일주일 개념도 없는데 뭐." 

"휴일근무 해도 제대로 수당도 안 쳐주는데." 

'엥? 근데 휴일근로수당 2배 주던 것은 왜 1.5배로 하지?" 

"정 동지 휴일수당 2배 주던 것을 1.5배 주는것으로 법을 바꾼다는데." 

"뭐시라? 아따 설마 그라것오." 

"그런다는데." 

"참말이오? 안 되것고믄요. 국회에 모여서 그딴 것만 헝께 이모양 이꼴이제." 

"그리고 그동안 근로시간 개념이 일주일은 5일이라는데." 

"참말로 환장하것구만. 우리 아들도 7일로 알고 있어라." 

국회에서 또다시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서 비정규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배제된 채 단계적 시행과 휴일근무수당의 축소로 3당 간사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바뀌지 않는구나. 바뀔 수 없구나. 

누구를 위해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를 탄핵했는데…,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든다.

건설근로자법 개정이 논의조차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한다.

11월28일 건설노조 총력총파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동지들에게 영상을 남긴다. 

"동지들, 건설노동자의 뚝심과 의리로 힘차게 조직하고 투쟁합시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갑시다. 힘있게 조직하고 투쟁해서 건설노동자의 희망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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