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건설노동자 이영철·정양욱 고공농성 9일차

일요일이다.

건설 노동자에게 일요일은 달력의 빨간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일요일, 하루 일 안하는 것은 평일날 일 안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냥 빨간날이다.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와 일요일 놀이공원에 가자는 약속을 매번 지키지 못한 아빠다.

이번 일요일에는 꼭 가자고 새끼손가락 걸며 약속했지만 평일날 공친 날이 많아 일요일 아침 잠든 딸아이의 얼굴을 보며 나와야만했다. 이런 아빠를 원망하며 자란 딸아이가 이제 성년이 되었다. 

이 딸아이가 지금 아빠의 고공농성을 이해할 수 있으려나? 

오늘 하루 공치면 내일을 걱정하며 건설현장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왔다. 

"아따 뭔 생각을 그리하요?" 정 동지가 나를 보며 물어본다. 

"오늘 일요일인데 뭐 하지?" 

"워메 우리가 일요일이 어딨능가?" 

"그래도 일요일인데?" 

" 그런가? 그럼 언능 내려갑시다. 월요일 다시 올라 옵시다." 농을 건네면서 웃고 있다. 

그래 일요일인데 농성도 쉬자.... 

하지만 아래에서는 다시 또 투쟁가가 울려퍼진다. 

"건설노동자 단결투쟁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오늘은 광주전남 동지들이 올라왔다.

정 동지는 조금 들떠 있다. 

지역의 동지들이 지부장이 고생한다고 전화로 많이 걱정이다. 

"괘안아요. 비닐 있어라 핫팩있고 하니 따서라~." 지역의 동지들이 걱정하면 씩씩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동지들과의 전화통화 후 약간의 적막이 흐른다. 

'일요일은 쉬고싶다.' 

'8시간 노동하자.'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지금도 건설현장 집회에서 나오는 구호의 대부분이다. 

언제쯤 건설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오늘은 일요일이다.... 농성도 하루 쉬자. 

내일부터 또 하면 되지....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