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건설노동자 이영철·정양욱 고공농성 6일차

바람이 많이 불어대는 밤이 지나고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온다. 

광고탑 아래 동지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며 아침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아침 일정이 공지된 모양이다. 농성에 참여한 동지들이 여의2교에 매단 현수막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 

‘데나오시.’ 건설현장에는 일제 잔재가 아직도 많다. 

우리말로 재시공이다. 처음에 계획을 잘 세우고 공정에 따라 착착 진행하면 이런 일이 생기지않지만 건설자본의 이윤만 앞세우면 꼭 탈이 난다. 

현수막 게시도 ‘데나오시’ 나서 다시 매단다. 

현장에서 쓰는 용어도 출처를 알 수 없는 말들이 많다.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이영철 씨 되시죠?"
"네 맞습니다."
"네 여기는 영등포경찰서 지능곕니다." 
"집회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및 업무방해 등으로 조사할 것이 있으니 소환장 보냅니다."
"네 보내세요." 

빠르다. 국회와 정부가 이렇게 일처리하고 건설노동자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오늘은 전국에서 정당 앞 결의대회가 있는 날이다. 서울에서, 광주에서, 부산 경남 전북 충남 충북 대전 강원 대구에서, ‘건설근로자법’ 개정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투쟁한다. 

정양욱 동지는 지역에서 발언 요청이 와서 발언을 한다.

"동지들! 여기 광고탑 위에서 바라본 여의도는 허벌나게 아름답습니다.
이 건물들 누가 만들었습니까? 타워 동지들과 토목건축 동지들 아닙니까.
도로와 교량 누가 건설했습니까? 건설기계노동자 아닙니까.
휘황찬란한 불빛 누가 만들었습니까? 전기원 노동자들 아닙니까.
그런데 왜 건설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살지 못합니까?"

울분에 찬 격정적 몸짓으로 결의에 찬 발언을 조합원들에게 하고 있다. 

저 멀리 국회 정문 앞이 소란스러워 보인다. 핸폰 불빛을 꺼내든 1천여 건설노동자들이 우리가 서있는 광고탑으로 행진해오고 있다. 감동적인 순간이다. 광고탑 아래 모인 동지들은 우리에게 힘내라고 핸폰 불빛으로 손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동지들에게 소리친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동지들 믿고 투쟁하겠습니다.” 

동지들이 돌아가고 난 광고탑은 다시 또 바람이 거세진다. 동지들이 있을 때도 바람이 불었을텐데…. 

바람이 더 거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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