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3일 청와대 앞, 사드 철회 마중물이 되고자 한 평화주의자 고 조영삼 님 시민사회장 영결식

▲ 23일 오전10시 청와대 앞에서 고 조영삼 님 시민사회장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함형재 담쟁이기자]

계절은 가을이지만 하늘은 가을을 허락하지 않아 미세먼지 가득한 날,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고 조영삼 님의 영결식이 열린 청와대 앞을 찾았다.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 남북협력정책특보를 지낸 바 있는 고인은 “사드 철회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의 죽음이) 한 방울이나마 좋은 결과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문재인 정부에 전했다.

▲ 고인의 부인 엄계희 씨가 유족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함형재 담쟁이기자]

‘대통령이 박근혜가 아닌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렇게 까지 해야 했나?’는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그는 이상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경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미래를 사랑했습니다”는 추도사가 이어졌다.

고인의 아내 엄계희 씨는 문 대통령님을 너무 사랑했던 남편이 사드 문제가 터지자 먼 산을 바라보며 “아니야, 아니야 이러면 안 되는데, 첫판부터 밀리면 안 되는데…”라고 되뇌던 모습을 회상했다.

▲ 고인의 아들 조한얼 군이 헌화하고 있다.

그리고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구호를 외치며 분신한 지난 19일, 유서를 먼저 발견한 아들 조한얼 군이 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경찰서와 CCTV를 확인하러 동분서주했던 일을 소상하게 전했다.

고인은 유서 말미에 “외람되지만 제 처와 어린 아들내미 부탁합니다”고 덧붙였다.

▲ 영구행렬이 광화문 미 대사관으로 노제를 지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함형재 담쟁이기자]
▲ 영구행렬이 광화문 미 대사관에 이르렀다.

영결식에 이어 노제 행렬이 미 대사관에 이르렀을 때, 고인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더 분명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더 큰 그림이 있을 거라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며 사드를 배치한 문재인 정부에게 고인은 “초강대국 미국과의 ‘밀당’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밀리면 뒷감당을 어찌하시렵니까?”라며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운 심경을 유서에 남겼다.

“우리 국민이 미국에 (촛불은) 살아있고 (사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전달 해, 문 대통령님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 고인의 평소 소신이었다고 유족은 증언했다.

“미국, 너희들이 문재인 정부를 굴복 시켰을 진 몰라도 촛불 시민의 힘은 꺾지 못할 것”이라는 조헌정 목사의 단호한 외침은 산 자와 죽은 자를 하나로 이었다.

고 조영삼 님의 노제는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에서 사드 기지가 있는 성주 소성리로 이동했다.

소성리 이석주 이장은 영전에 추도사를 바쳤다.

“이곳은 미국에 의해 강제 이전된 미군기지 앞입니다. 한반도 유사시 1차 공격 대상인 무서운 곳입니다. 사드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통일을 멀게 하기에 고인은 몸에 불을 붙이셨죠. 소성리 밤 하늘에 별이 되어 당신은 하늘에서 우리는 땅에서 평화 위해 싸웁니다.

▲ 오후 6시 사드 기지 입구에 도착해 추모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태복 담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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