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노동자대투쟁 30년 사진전시회를 가다

▲ 8월 22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메트로 전시관 1관에서 <노동자 인간선언> '87노동자대투쟁 30주년 기념 노동전시회' 가 진행되고 있다.

촛불광장에서 청와대로 돌아가는 길목에 지하철 경복궁역이 있다. 이명박근혜 정부시절 청와대 한 번 가보려면 언제나 경복궁역 앞에서 막혔다. 촛불광장이 열리고 촛불이 끝나면 늘 꺽어서 행진했던 그 자리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이다.
이제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은 행복한 마음으로 걷게 된 그 경복궁역 지하역사 1층에 경복궁역 메트로 전시관이 두 개 있다. 1관과 2관은 마주 보고 있는데, 1관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 기념 노동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8월 22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데, 민주노총과 ‘노동자역사 한내’에서 주관하고 있었다.

전시회 공간은 넓었다. 왼쪽에 87년 대형사진들 쭉 걸려있는데 옆에 설명이 자세하게 붙어있었다. 눈에 익은 사진들도 있었지만 ‘저런 사진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처음보는 귀한 사진들도 있었다.
마침 전시관 맨 끝에서는 <1987 노동자 대투쟁>(양규현 저) 북토크쇼가 진행중이었다.
알바노조 출신 패널은 87년 투쟁 당시, 자신은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도 참 많이 흘렀다. 전시관에도 우리 노동계급의 땀과 투쟁, 희생과 고단한 노동의 역사, 시간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

▲ 대형사진
▲ '1987 노동자 대투쟁' 북토크쇼

오른쪽에는 120년간 우리나라 노동자 투쟁의 역사가 화보를 곁들여 길게 펼쳐있었다. 노조마다 노동운동의 역사에 대해서 교육을 많이 했을 텐데, 한 눈에 쭉 볼 수 있게 잘 만들었다.
오른쪽 끝에는 작은 사진들을 불규칙한 모자이크식으로 2,3백여장을 붙여 놓았는데 그 자체가 민주노총의 세포요, 근육처럼 살아 움직이는 30년 노동자들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 모듬 사진

곳곳에는 다양한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전교조, 철도노조, 서비스연맹, 건설연맹, 보건의료 등 주요 산별노조가 마련한 부스도 있고, 그 동안 사용했던 다양한 선전물, 노보, 회의자료, 책자, 각종 홍보물, 조각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걸 만들고 뿌리고 했던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재미있는 코너였다.

▲ 각종 선전물


기자에게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옛날 타자기하고, 이른 바 “가리방”이라고 불렀던 등사기였다.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던 시절, 지하 골방에서 철필로 유인물을 만들고 밤새 등사를 해서, 새벽에 공장 화장실과 작업대에 몰래 몰래 올려놓았던 그 선전물들, 그리고 그것을 뿌리다가 산화해 갔던 노동투사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 등사기(일명 '가리방(일본말)'

기자가 이걸 준비하느라고 너무 고생했다고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말을 건네자 1년 이상 준비한 것이라고 답했다. 노동자역사 한내 정경원 실장은 “많은 노동자, 조합원들이 찾아와서 전시회를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했다. 정경원 실장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지난 달 27일 세상을 떠난 이승원 한내 사무처장이 생각났다. 기록의 힘을 믿고 기록을 소중히 하며 품을 들인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 이렇게 30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서울 한복판에서 전시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기록은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는 현재의 노동자민중이 전진하는 만큼 재해석되고, 현재의 우리가 도달한 만큼 재해석된 힘으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30년이면 한 세대가 바뀐다. 6월항쟁과 7,8,9 노동자 대투쟁을 묶어 이제는 87항쟁이라 부른다. 그리고 30년이 지나 이제 촛불항쟁의 시대가 되었다. 촛불항쟁세대에게 이 기록을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산별노조나 지역본부마다 전시회를 유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물을 다 옮기지 못하면, 일부는 현수막 실사를 뜨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 수도권에 있는 조합원들은 휴식겸 해서 아이들과 손잡고 전시회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경복궁 노동전시회를 나오면서 기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도 노동자 투쟁 박물관이 있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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