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행태 지켜보겠다”는데 미국은 대북 제재압박 강화

▲사진 : 뉴시스

김정은 위원장이 괌 수역 포위사격계획과 관련해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시기조절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북한이 미 정부의 강경한 전쟁불사 태도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난 것 또는 중국의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북한산 석탄, 철, 수산물 등 수입의 전면 금지 발표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김정은이 매우 현명하고 상당히 논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그랬다면 재앙적이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마치 북한이 괌 수역 사격계획을 취소한 양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Guardian)은 “미국에 위험한 교착상태를 풀 방법을 협상할 며칠간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봤다. 또 “이것은 문자 그대로 기존의 위협을 다시 고쳐 말한 것이며, 협상과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 보상 또는 대가로 주는 것)’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후자가 정확하다.

적어도 지금까지 한반도 전쟁위기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표면적으로는 북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듯 하지만 실제론 기존의 대북 적대정책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 정책이나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실제로 북한의 괌 수역 포위사격 시기조절 발표가 자신들의 제재 압박의 결과라고 믿는 것 같다.

북에 대한 정치 외교적 제재 압박은 여전하다. 미 국무부는 16일 북미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밝히고, 북과의 대화 전제로 ‘핵 실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및 동북아의 안정을 저해하는 언행 중단’ 등 3개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훈련은 “계획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셉 던포드 미 합참의장 역시 “북한의 공격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협상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북한의 일방적 양보만을 요구한 것이자, 중러를 비롯한 한미의 평화여론이 오랜 기간 제기하여온 한미연합훈련과 북의 핵‧미사일 시험 동시중단 제안을 일축한 것이다. 또한 펜스 미 부통령은 칠레 등 중남미 4개국에게 북과의 관계 단절을 촉구하였다. 이는 최근 틸러슨 국무장관이 동남아 각국에게 북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북의 외교적 고립을 변함없이 추동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으로도 미국은 중국과 15일 ‘중미 양군 연합참모부 대화 체계 문건’에 공동 서명하고 양국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하여 ‘북한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자리에서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높이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외교적, 경제적, 평화적 옵션이 실패한다면 모든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얼마 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미중간 협력강화에 의한 북의 정권교체와 중국의 우려를 덜기 위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연상케 한다. 또한 미국은 일본과 지난 10일부터 홋카이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주한미군에 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대거 배치해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요격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강경태도는 결국 북한이 압박에 눌려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미국이 원하는 방식의 대화테이블에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하였다. 이는 사실상 북의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위성을 비롯해 어떤 시험발사도 미국 등 주변국의 압력에 눌려 포기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래서 미국의 강경대응은 항상 북의 더한 반발을 불렀고 정세를 가일층 긴장시켰다. 특히 지금처럼 북한이 국가적 운명을 걸고 전면전의 위험을 각오하면서까지 발표한 괌 수역 타격계획을 미국의 압박과 일방적 요구에 밀려 내려놓으리라 기대한다면 미국은 과거의 경험을 잊은 것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지나칠 정도로 오만하고 안일하다. 진정 대화를 하려면 서로가 들었던 칼은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은 칼을 들고 상대에게만 칼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은 대화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발언한 것은 정녕 본인 말대로 한반도에 전쟁을 막을 의지와 방안이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문 대통령은 세계 언론이 지난 9일 북한이 소형화된 핵 탑재 ICBM을 개발 완성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에 관한 보도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문 대통령 말대로라면 북한은 이미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다. 또 핵이 탑재된 ICBM은 미국의 레드라인은 될지언정 한국의 레드라인은 아니다. 미 정부도 이에 대해 아무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데 우리 대통령이 먼저 나서 레드라인 운운하는 것은 위험과 부담을 자초하는 게 아닐 수 없다. 레드라인을 설정한다는 것은 이를 넘었을 때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은 다른 나라(북한)에 비현실적 조건을 제시하고 있고, 다른 나라는 그러한 압박을 중단시키는 길이 무력적 요소로 대항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은 지구 종말론적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전쟁위기가 한층 높아졌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중국과 러시아, 한미의 평화세력이 제안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통한 대화의 재개이다. 미국에게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보다 큰 촛불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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