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 민주노총과 일자리 위원회 첫 정책간담회 열려

▲ 민주노총 최종진 직무대행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 23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첫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출처. 노동과 세계

지난 23일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 일자리위원회와 첫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로 여타 임원진, 산별위원장, 각 실무진들이 배석했다. 

민주노총은 첫 정책협의인 만큼 “소통과 신뢰”, “적폐청산과 개혁”을 주문했으며, 정부는 “긴 호흡”으로 지켜봐 줄 것을 요청했다. 양 측은 매주 1회 실무위원회를 개최해 지속적인 정책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모두 발언을 통해 ‘소통과 신뢰’를 강조하고, 정부가 “노동계 참여가 구색 갖추기, 들러리가 아니라는 확신을 줘야한다”고 요구한 후, 정부 주변에서 실패한 노사정위원와 사회적 대타협이 거론되는 점을 지적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노동계에서 임금인상 억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재원마련하고 청년고용 창출하자”는 제안을 적극 평가하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긴 호흡을 강조하고, “일자리위원회는 사회적대타협을 하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과 질을 높이는 문제 대해 합의는 하지만 노동정책 등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현재 일자리위원회 운영이 공무원들에게 맡겨져 있는데, 일방통행이 되지 않기 위해선 실무준비 단계에서부터 노동계 등과 사전협의가 체계화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일자리위원회가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고, △공공부문 일자리 △민간부문 일자리 △사회경제적 일자리 전문위원회를 제안하고 있는데 대해 확대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민주노총은 민간부문 관련해서 △제조부문 전문위 △서비스부문 전문위 △건설부문 전문위로 세분화하고, 이에 더해 △보건의료 전문위 추가와 구조조정 문제가 대두된 △조선업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정부는 전문위를 세부화하는 것은 “총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전문위 아래 분과위원회를 두는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는 기재부 소관이기 때문에 조선업특별위원회 구성 등은 “일자리위원회에서 다루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전문위, 특별위 구성에 노동계 참여와 전문성 있는 위원의 추천을 요청했다. 이어서 지역위원회가 구성되면 지역 노동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지역노사민정이 일자리위원회 지역조직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민주노총이 최근 화제가 된 인천공항 정규직화의 경우, 대통령 방문 이후 정규직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로드맵 작성 과정에서 사전에 당사자 노동조합과 협의관련 구체적 진행계획 등 방안도 실무위에서 논의하자.”고 답했다.

민주노총이 ‘현장과 호흡하는 일자리위원회’가 되기 위해서는 통계 수치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여 노사 당사자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들어야 한다고 당부한 점과 관련해, 정부는 적극 동의하고, 현장방문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태조사는 위원회의 인력부족으로 어렵다고 밝히고, 고용노동부, 기재부의 통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수 있기에 노동계와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민주노총이 정부가 일자리창출 모델로 상정한 ‘광주형 일자리’가 동종 업계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조건 하향평준화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자, 정부는 ‘대통령 관심사항’이고, 이용섭 부위원장 개인적으론 ‘노사상생형 일자리모델’로 부르고 싶다고 답해 이견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신성장산업 육성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실체가 모호하고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자, 정부는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돼선 안 된다는 민주노총 의견에 동의”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독소조항을 빼고 통과시켜야 하고, 규제프리존법처럼 대기업만 혜택 보는 규제완화는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잘못된 행정해석 폐기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 과제에 대해 정부는 “국회에 6월내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해서도 안 되면 행정해석 폐기하겠다. 더불어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는데 공감을 표시했다.

최저임금 1만원 실시 요구에 대해서 정부는 “노동자의 삶의 조건을 실현하는 길이고 동시에 중소상공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 마련에 민주노총과 의견을 같이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민주노총과 일자리위원회 정책간담회 주요 참석자

1. 민주노총

▶ 총연맹 :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김종인 수석부위원장 직무대행/김욱동 부위원장/김경자 부위원장/정혜경 부위원장/이상진 부위원장/김혁 사무부총장/이창근 정책실장 외

▶ 산별노조 대표 :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보건의료노조 정해선 부위원장/이선인 민주일반연맹 공동위원장/사무금융연맹 김기범 부위원장/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

2. 일자리 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이호승 기획단장/ 장신철 기획부단장/한훈 기획관 외

<모두발언 전문>

  •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

오늘 정책간담회 자리를 준비해 주신 이용섭 부위원장님을 비롯한 위원회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사실, 오늘 정책간담회를 먼저 진행하고 일자리위원회 공식회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또 그게 맞는 순서인데, 상견례가 먼저 진행되어 아쉽고 또 혼선도 있었습니다. 발묘조장(拔苗助長) 이란 말이 있습니다. 성급하게 일을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입니다. 소통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민주노총은 많은 고심과 격론 끝에 일자리위원회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다양한 우려와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는 새 정부의 기본방향이 저임금과 비정규직 해소, 노조 할 권리 보장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민주노총의 방향과 다르지 않기에 말 그대로 고심 끝에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여전히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어색함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양극화와 불평등으로 기울어진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책임 있는 주체로 그 역할을 다하자는 참여결정이었음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노동계 참여가 구색을 갖추기 위한 들러리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위원회는 또다시 실패한 과거를 답습하는 기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상황을 보면 이런 우려가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유감입니다.

일자리위원회는 이제 첫발을 떼고 있고, 노정교섭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대타협, 노사정위원회 같은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신뢰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실패한 노사정위원회를 거론하는 것은 불신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정부가 또다시 과거처럼 노사정위원회를 강행하거나 노동계의 동의 없이 사회적 대타협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일자리위원회를 포함해 전반적인 노정관계가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자리위원회는 구성과 운영구조에서 보듯이 정부 주도의 정책기구입니다. 그래서 소수에 불과한 노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이 될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위원회 운영과 의제 설정, 회의 진행 방식,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설치 등 운영세칙을 정하는데 긴밀한 협의와 노동계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길 바랍니다. 일자리위원회는 그 취지대로 나쁜 일자리의 당사자인 노동자의 요구와 목소리를 더 많이 존중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더 많은 노동자들의 요구가 수렴되고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21일, 일자리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요구할 것이 많겠지만 1년 정도의 시간을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책추진방향이 다르지 않다 하더라도 정부가 할 일이 있고, 노동조합이 할 일이 있습니다. 정부가 할 일을 민주노총이 대신할 수 없듯이,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더 빠른 속도로 노동적폐청산과 개혁과제를 추진하도록 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기다려 달란 말 보다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미루지 말고 추진하길 바랍니다. 대표적으로 불법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노동시간을 주40시간, 최대 52시간으로 바로잡는 문제, ILO 핵심협약 비준과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조치,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접수, 투쟁사업장 문제해결 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1만원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지금당장 가능합니다. 이렇게 일자리위원회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의제들은 민주노총이 제기한 정례적인 노정간 교섭으로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정례적인 노정교섭 틀 가동에 대해 정부가 빠른 시일 내 화답해주길 바랍니다.

이 자리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치권과 재계에도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여야 정치권은 좋은 일자리 정책에 사심 없이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일자리위원회에서 논의할 산적한 과제들 중에는 반드시 입법이 필요한 문제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또 지금당장 개정해야 할 노동관련 악법조항도 산적해 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입법 과제에 대해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대승적 자세로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그동안 반노동의 입장으로, 온갖 불법을 일삼으며, 비정규직 고용을 발판으로, 이익을 독점하고, 몸집만 불려온 재계 역시 스스로 제 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일자리위원회에서 다루고자 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 문제부터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문제해결, 노조 할 권리 보장, 장시간 노동시간 근절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또다시 부정하고 피해간다면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노동기본권은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통계는 수치이지만 최하위 수준을 온 몸으로 겪고 고통 받는 것은 바로 노동자들입니다. 일자리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치적을 위함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고 좋은 일자리라는 결실을 맺어 그것이 치적으로 기록되길 바랍니다.

오늘 정책간담회가 그 첫 번째 단추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