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 동맹 핵심인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핵심 사항 공론화 필요

▲ 지난 3월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로 밀반입된 사드 발사대. [사진 국방부홈페이지]

미국 무기 사드 한국 배치를 놓고 한미 정부가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4기의 사드 발사대가 비공개로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하자, 미 국방부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국 배치 과정은 완전히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30일 “사드 배치 절차는 완전히 투명했다”며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 배치에 관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5월31일). 미 국방부의 이런 입장은 문 대통령이 앞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이 보고되지 않았다며 진상 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나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 정부와 집권당은 사드 배치가 문제가 많고 불법 소지까지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정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특히 성주 주민들의 경우는 더 심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배치 철회 등 시원한 해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사드의 진상은 무엇인가? 사드의 한국배치가 합법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무엇이 정답인지가 모호하다. 사드 문제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혼란스러웠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하더니 급기야 한미 정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밝히는 단계까지 비화됐다.

사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국회 비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당선 이후에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대선 정국에서 침묵하던 국방부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드는 국회 비준 사항이 아니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새 정부와 언론의 관심은 아직 진지하지 않다.

지구촌이 주시하고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는 사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 제4조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 방위에 필요할 경우 자국 무기나 병력을 한국에 배치할 ‘권리’를 수용하고 한국은 양허하게 되어 있다.

사드 사태의 본질은 한국의 군사주권이 미국의 손에 있어 두 나라가 대등한 입장에서 군사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군사적으로 수십 년 묵은 대미 종속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국의 육군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영문: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로 되어 있다.

제4조의 영문 표기를 보면 그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군의 한반도 방위에 필요한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미국의 권리(right)로 규정하면서 미국은 이 권리를 수용(accept)하고 한국은 수락(grant)하도록 되어 있다. accept와 grant 단어는 대가없이 받거나 주는 것을 나타낸다. 이 외교적 단어에 의해 한국의 군사주권에 대해 미국이 사전에 협의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 조항의 한국어 표기를 보면 맨 앞에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라고 돼 있어 한미 두 나라가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협의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는 이 조항의 이행을 규정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가리킨다. SOFA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 내에서의 미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및 동 부속문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SOFA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군사적 권리가 한국에서 잘 집행되도록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의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한미 정부 당국은 항상 한미 동맹 준수를 강조하는데 이는 바로 이 조약의 준수를 의미한다.

사드와 관련해 헌법에 따른 국회 비준, 환경영향 평가 등 여러 법규가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이고 강력한 법규는 이 조약이다. 이 조약은 6.25한국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총성을 멈춘 직후인 1953년 만들어져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과 함께 미국이 한국군에 대해 누리는 특수한 관계다. 이는 한국이 자청한 것이기는 하지만 미군에 한국군사주권이 예속되어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이유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은 1950년대에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했다가 철수하는 등 미군이 한반도 방위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군사력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다. 세계 최강인 미국이 북한을 빌미로 하면서 실제 동북아에서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이 수행되는 과정에서도 이 조약이 이용된다. 최근 군산비행장에 배치한 최첨단 무인 폭격기나 사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중국의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압박을 요구하는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를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사드 문제가 부각되었을 뿐이다. 중국이 무인 폭격기 배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사드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는 것은 미국 무기인 사드배치를 통해 한미군사동맹 관계에 변화를 시도하려는 속셈으로 비춰진다.

사드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에 대해 한국 정부나 여야는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 그것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높아지고 중국과의 관계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때 미국과의 현재와 같은 동맹 관계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등이 핵심적인 것은 제켜두고 주변만 건드리는 식은 적절치 않다. 미국과 중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국치스런 일이다.

남북한 평화 공존이나 교류협력 등과 같은 중장기적 민족적 과제를 상정할 경우 한미 군사동맹 관계를 21세기에 맞게 조정해야 하는 필요성을 외면할 수 없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정면에서 거론치 못하는 속사정을 이해한다 해도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모르쇠 하거나 사드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방치하는 태도는 문제다.

사드배치가 국제적 주시 속에 추진되고 중국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 그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과 같은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드 배치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투명한 논의와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 정부나 여야는 물론 언론, 시민단체는 어떤 것이 정답인지를 제시하고 한미군사동맹의 개폐 필요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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