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외교부장관 후보자 흠결 미리 밝힌 것, 촛불의 적폐청산 요구에 배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5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광화문 외교부 인근의 한 빌딩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인사원칙이 집권 초반부터 크게 흔들려 주목된다. 고위 공직자 3명이 인사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문제가 된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 취임 준비기간을 갖지 못하고 바로 집무를 시작해서 미처 사전에 파악치 못했다고 변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자녀의 국적 문제와 위장전입 사실을 선제적으로 밝힌 것을 보면 인사원칙을 지킬 의지가 있었던가를 의심케 한다.

문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 원천 배제 기준으로 삼은 ‘5대 비리’는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이다. 이 총리 후보는 이 가운데 3가지에 해당한다. 이 후보자는 부인의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지만 아들의 병역면제, 증여세 탈루 등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이 후보자는 특히 광주 학살자 전두환을 기사로 찬양한 것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광주항쟁 기념사에서 광주 진상규명은 물론 광주항쟁 관련 언론인 해직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2차례 위장 전입했던 사실이 드러났는데 그에 대한 해명이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검증 과정에서 1984년 강 후보자의 미국 유학 중에 태어난 장녀가 이중국적자이며, 2006년 2월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임용 발표와 함께 밝혔는데 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런 발표가 국민의 눈에 긍정적으로 비쳐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인사원칙을 스스로 깬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커질 우려가 있다.

고위공직자 임용을 둘러싼 논란은 김영삼 정권 이후 청문회나 언론 검증이 일반화되면서 20여 년간 지속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 정부가 능력을 앞세워 공직자 후보가 실정법이나 윤리규범을 위반한 것이 분명한데도 임용을 고집하면서 국민의 법 감정이나 윤리 의식에 큰 혼선을 야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고위공직자 임용 기준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강화되었다가 이명박근혜 정부 들어 약화되면서 논란이 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점이 강조되는 상황인데도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미리 문제를 밝힌 것은 자칫 새 정부가 대통령의 공약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그 여파가 심각할 전망이다. 정부의 성패는 인사에 달려 있어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특히 새 정부의 인사가 촛불이 박수갈채를 보낼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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