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의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대응] (5) 재벌위주, 노동배제 기술혁명은 재앙

추격형 성장시스템의 한계

한국은 재벌위주 추격형 성장으로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진입하였다. 기존의 생산방식은 중화학 장치산업으로 대규모 설비투자와 대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이는 수직계열화로 중소기업을 종속(원청 주문대로만 생산, 납품단가 인하, 독자개발 없음)시키고 작업자의 숙련배제 자동화(모듈화, 로봇)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재벌체제의 생산방식은 장기침체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와서는 기존과 같은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 세계적 수준에 오른 한국 대기업은 더 이상 추격할 대상이 없다. 이제는 시장 선도자로서 파괴적 혁신(신제품)이 필요하다. 최근 추세는 소프트웨어(인공지능, 빅데이터)가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또한 소품종 대량생산보다는 고객의 요구를 실시간 반영하는 다품종 맞춤형생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

문제는 몇 개의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신기술, 신공정, 시스템 변화)으로, 대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은 높아지는데 한국의 노동자들은 노동에서 소외되고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생산라인에서 정규직 채용은 20년째 중단된 상태이며, 자연 퇴직자 자리는 로봇 또는 외주화(비정규직)로 대체되고 있다.

미래자동차를 위한 친환경차 부품과 최신설비는 대부분 모듈공장의 종속회사, 만도헬라 등 별도법인 비정규직 공장으로 가고 있다. 회사는 신기술 도입이나 미래 전략을 세울 때 노조와 정보 공유하거나 협의하지 않는다. 다 결정한 이후 작업 공수 등만 협상할 뿐이다.

한국에서의 재벌 위주 4차 산업혁명은 노동을 배제하는 자동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재앙이 될 수 있다. 현재 도입되는 무인시스템은 디지털 혁명 수준인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분위기를 타고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래 사진처럼 패스트푸드점, 마트, 학교식당 등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줄과 아파트 관리가 무인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아르바이트 직원들과 경비원들이 대폭 감원되었다.

물론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간 시스템으로, 고급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카드를 소지하고 주차장 검색대(입구)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인식되어(RFID)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면 엘리베이터가 미리 내려와 대기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 자동검색대도 이후 카드를 소지하면 아마존 고와 같은 형태로 자동결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

▲ 주문을 받거나 계산하는 직원 없이 무인화된 자동기기에서 주문과 결제를 하는 패스트푸드점과 마트가 늘어나고 있다.

진보진영과 노동조합의 대응방향

4차 산업혁명의 목표는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주고, 사회적 공익을 증진시키고,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1) 노동 및 중소기업 친화적 산업혁명으로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 발생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첫째,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으로 일자리를 유지·확대시켜야 한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만큼 인간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를 늘리며 변화된 조건에 맞게 교대제를 조절할 수 있다.

둘째, 완전 무인화가 아닌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면 생산성도 향상되고 고령화를 보완할 수 있다.

셋째, 너무 빠른 신기술 도입은 고용, 작업방식 등에서 충격이 발생하므로 이해당사자 협의를 통해 이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넷째, 기술의 변화로 하드웨어 부분은 감원되고, 소프트웨어 부분은 증원될 가능성이 크므로, 교육훈련과 재취업에 노조가 개입하여야 한다.

다섯째, 중소기업이 혁신주체로 설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전속계약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이 창의성 발휘할 수 있게 정부의 각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2) 경제적 풍요로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소득과 부를 재분배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첫째, 생애 모든 단계에서 교육과 훈련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기본소득을 제공하도록 한다. 빠른 속도로 바뀌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평생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실직하거나 낙오되는 패자를 위한 안전망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하여야 한다.

둘째, 필요한 재원은 공해나 임대료(토지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세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탄소배출 등 환경오염 등에 높은 세금을 물리고,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한 임대소득에 세금을 높이고, 지적재산권은 사회적으로 형성(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이며 사회적 공공재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서 특허 등에 대한 소득이 높아지므로 일정 비율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한다.

3) 이해당사자 간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제안한 이해당사자 거버넌스(독일 벤치마킹)는 금속노조가 제안한 산업과 고용 문제 등을 다루자는 제조산업협의회(제조발전특별법)와 유사한 지점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으로 추진되려면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작업장 공동결정제도,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확대(블록체인으로 온라인 투표 가능)로 국민 발의와 소환, 주요정책 직접투표 등을 모색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 변화에 대해 러다이어트식 방식으로 찬성/반대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개입 전략을 통해 고용을 유지·확대하면서 사회 전반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업장에서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듯이, 산별노조 또는 민주노총 차원의 산업에 대한 개입전략과 전국적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라인협상 차원의 대응이나 단위 사업장 임단협 전술을 넘어서 산업과 지역 차원의 정치적 대응이 필요하며, 이는 진보진영과 산별노조의 근본 임무이기도 하다.

▲ 로봇과 인간이 분리된 한국의 생산시스템과 로봇과 인간이 협업하는 독일의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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