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특별기획] 국가보안법과 대선(18)

한반도는 북한 핵과 미사일, 한미합동군사훈련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강행 등으로 전쟁 일보 직전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치적 해결 모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자칭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아닌 핵 군축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 등은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인프라시설 등을 기반으로 핵폭탄을 많으면 40개까지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이데일리 2017년 3월21일). 북한은 미국 본토는 물론 괌, 하와이, 남한 미군부대 등에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남한은 북한 도발시 도발 원점과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 사진출처 국방부 홈페이지

수십 년 묵은 정전협정 속에 대치하고 있는 북한과 한미 두 나라의 국력과 군사력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하지만 두 진영의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는 마치 대등한 군사력을 지닌 것 같은 선전, 심리전이 벌어진다.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상 3면이 바다로 산악지대가 많아 한미 군대가 보유한 최첨단 무기의 효용성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열세인 국력과 국방력을 핵과 미사일 개발로 보완하며 맞장 뜨는 식이다. 북한은 한미 군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틈새 노림 작전을 펴면서 지구촌의 주시 하에 무력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이 해결하겠다고 밝힌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선제타격 전략이 포함되느냐를 놓고 다양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은 남북한 전면전을 의미한다. 전면전은 한반도 당사국인 남한에는 파멸적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적극 나서거나 반대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권시절 그렇지 않았다. 박근혜가 파면되고 나서야 통일부 장관이 ‘전면전은 안된다’는 내용을 간접화법식으로 언급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남북회담본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한 정부 입장에 대해 "안보의 핵심은 국민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선제타격의 목표는 북핵 해결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것(선제타격)이 가져올 다른 여러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보고 결정해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017년 4월11일). 이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국민이 알아듣기 쉽게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에 반대한다’는 식의 발언은 피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게 작은 나라의 장관이 소심하기 짝이 없게 한 발언으로 쓴웃음을 자나내게 한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대선 후보들이나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정당들이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주 바람직스런 일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수도권의 인구밀집 상황을 고려할 때 막대한 인명피해가 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쟁전략은 정부가 적극 나서서 안 된다고 해야 한국의 발언권이 확보되면서 자율적 방안모색도 가능해진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꼭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물론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위험한 일로 여겨졌다. 국가안보가 최상의 개념이고 공산당 때려잡는데 일정 부분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국가보안법을 동반한 논리가 지배한 탓이다. 19대 대선에 출마한 이른바 야권후보들은 그래도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태도를 보인 것은 박수갈채를 받을 만하다.

전쟁은 분명히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전쟁을 통해 무언가 확실히 얻거나 보장되어야 전쟁을 선택 대상으로 놓고 고민하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미국의 북한 선제 공격이 가져올 득실에 대한 활발한 논의는 남한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은 눈만 멀뚱멀뚱하는 그런 모습이다. 전면전쟁이 나면 자칫 자신은 물론 가족 친지 모두 죽고 다칠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지만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이런 비극적 코미디가 어디 또 있을까.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국가보안법이 무서워서 그런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때리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은 자칫 북한 체제의 유지를 희망하는 것 아니냐 하는 국가보안법의 공격이 두려운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면 북한의 남한 미군기지 등에 대한 공격이 뒤따르고 이어 전면전으로 비화될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와 함께 남북한은 폐허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만약 중국 등이 개입할 경우 한반도는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면서 자칫 3차 대전의 도화선이 될 우려도 있다.

한국 언론조차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전략과 그에 따른 추정 가능한 상황 전개에 시시비비를 하지 않는다. 철저히 침묵한다. 이른바 진보매체도 민족의 존망이 걸린 이 엄청난 문제에 대해 보수매체와 별 차이가 없다. 한반도 전체가 불바다가 되면서 자칫 핵전쟁으로 비화할지 모를 중차대한 문제에 한국 사회 전체가 무뇌아적 반응을 보이는 것을 지구촌은 어떻게 볼 것인가. 국가보안법이 무서워 민족의 존폐가 걸린 문제에 침묵하는 한국을 미국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답은 뻔하다.

미국이 한반도에 대해 무제한적인 군사전략을 펴고, 그것을 무기로 동북아에서 많은 이익을 챙기는 필수 조건의 하나가 국가보안법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에게 국가보안법의 지속은 지금과 같은 종속적 한미군사관계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군이 해외에 주둔하는 지역이 100여 곳이 넘지만 한국처럼 미군이 활개를 치면서 외출을 즐기는 나라는 별로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또한 국가보안법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고 봐야 한다.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함께 고려할 점은 북한의 열악한 국력과 군사력이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은 아시아 최빈국으로 분류되며 전체 주민의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에 걸렸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북한에 비해 남한의 경제력은 40배가 넘고 군사예산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경제, 군사 대국이다. 세계 2위라는 중국은 미국의 적수가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화폐인 달러화를 제 맘대로 찍어내면서 큰소리고 자국 법으로 외국에 제재를 가할 정도의 제국주의적 경제강국이다. 미국의 국방예산도 세계 1위로 2등인 중국의 4배에 달한다. 중국은 현재 G-2국가라 해도 G-1인 미국의 경제, 군사적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미국이 북한을 21세기 미국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국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군비증강의 구실로 삼고 있다. 참고로 2016년 국방예산을 보면 미국은 약 600조 원, 남한 40조 원, 북한 1조 원이다.

북한의 경제와 군사력은 남한, 미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가 엄청나다. 하지만 그런 천문학적인 우열의 차이는 지구촌에서 잘 부각되지 않는다. 미국이 UN 등 국제기구를 장악하고 있고 지구촌의 논의구조가 미국이 맘먹은 데로 선전, 심리전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숨소리조차 국제사회에서는 도발이 아니냐며 큰 관심을 보일 정도로 북한은 지구촌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북미간 갈등 발생시 지구촌은 미국의 소리만 주로 듣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오래 전에 미국에 의해 불량국가의 하나로 낙인 찍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되어 있다. 북한이 미사일 하나만 시험 발사해도 유엔을 중심으로 지구촌이 들썩인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은 핵과 미사일 등이 포함된 군비경쟁을 벌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북한의 핵실험도 엄청난 비중으로 소개되고 그에 대한 제재 조치가 뒤따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해 미국을 향해 발사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면 한미 두 나라는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한다. 미국은 자국 본토 등을 방어할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보강하면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훈련 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언론도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도한다. 남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추가 대북 제재를 실시하는 등 북한에 대한 돈줄 차단 등에 박차를 가한다. 이른바 북한의 도발을 한미 두 나라는 군비증강의 호기로 역이용하는 것이고 이런 과정에서 언론은 선전과 심리전을 담당하는 전시 언론의 역할을 반복한다.

북한처럼 작은 나라에 대해 미국은 정전협정 이후 360도 전 방위에 걸친 정치, 경제적 제재를 가했고 유엔 안보리 등과 함께 추가로 북한의 목을 조르는 식이다. 대북 제재를 그 동안 할 만큼 다 해서 마른 수건을 짜는 듯 한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게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도록 만든 데 이어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 중단 등 북한을 질식시킨 추가 제재조치를 취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반대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게만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면서도 유엔 대북 제재에 합의하고 이행에 대한 열의가 점차 높아지는 형국이다. 중국은 자국 언론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세계 최강 군사대국 미국에 비해 장난감 수준에 불과하며 북한이 미국에 맞서려 하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한다. 북한이 설령 미국을 선제공격한다 해도 미국의 보복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은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은 그러나 북한이 중미 간의 전략적 완충지대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 급변 사태나 외부의 공격을 절대 방관치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다. 그러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을 북미간 문제이고 그 해법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한미 두 나라는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서 6자회담을 재가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하지 않으면서, 정전협정 체제 속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단기간 내에 정착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한국 언론이 한반도와 그 주변 외세에 대해 객관적으로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보도한다면, 그래서 남한 주민들도 무엇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인가를 명확히 알면서 정치권에 그렇게 하라고 요구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답답한 상황은 개선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 언론은 북한과 관련된 보도는 거의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다. 북한의 모든 것은 도발, 음모, 공작 등으로 매도할 뿐이다.

남한 언론의 이런 모습은 당연히 국가보안법과 정부의 심리전에 놀아나거나 거기에 세뇌된 체질이 원인이다. 수십 년 동안 굳어버린 언론의 친미, 반북 성향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그것이 왜 문제인지조차 의식치 못한다. 국가보안법이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제국주의적, 국가이기주의적 전략을 돕고 있다는 점을 파악해야 하고 언론이 깨어나야 한다. 언론과 시민사회, 정치권이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한반도 평화통일의 그 날이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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