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났어도 종업원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확인할 방법은 국정원 설명뿐

바로 1년 전 오늘, 총선을 닷새 앞둔 날 통일부는 긴급브리핑을 통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사실을 발표했다.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남성 지배인 1명과 여성 종업원 12명이 4월 5일 밤 중국식당을 빠져 나와 6일 말레이시아를 거쳐 7일 서울에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다.

▲ 지난해 4월8일 북 해외식당 여종업원의 기획탈북 사실을 발표하며 제출한 사진. [사진 통일부]

통일부의 ‘긴급브리핑’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었다. 통상 북한이탈주민이 입국한 경우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센터’)에서의 조사를 거친 후 중간결과를 발표하거나 조사 후 정착지원시설(하나원)에 입소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해왔기 때문이다.

이후 북측 가족들은 딸들을 돌려달라며 국제사회에 호소했고 CNN은 당시 함께 일했던 종업원들의 인터뷰를 방영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브리핑, 가족들의 반응, 동료 종업원들의 인터뷰 등 종업원들이 자발적인 의사로 탈북한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5월 중순경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종업원들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어떤 근거도 대지 않고 지금은 만날 수 없고, 이후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접견 신청을 했지만 단 한번도 종업원들을 만날 수 없었다. 종교인들의 면담 신청도 모두 거부됐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의 수용생활, 과연 진정한 자유가 존재할까?

북한이탈주민은 입국하자마자 센터에 수용되고, 그 곳에서 생활하며 조사를 받고, ‘보호결정’을 받으면 이후 하나원으로 옮겨 정착 지원 및 교육을 받게 된다. 문제는 센터에 수용되면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다는 점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등에 의하면 최장 180일간 조사를 할 수 있는데, 이때 형법상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는지, 간첩인지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된다. 즉, 수사기관에서 진행하는 수사와 같은 내용의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북한과 완전히 다른 사회체계에 처음 발을 딛는 순간부터 수용상태에서 실질적인 ‘수사’를 받게 되는 것임에도, 외부의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센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난 2015년 UN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외부와의 접견을 허용하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가족은 물론이고 변호인이 되려는 변호사들, 종교인들과의 어떤 접촉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북한이탈주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만다. 민변 변호사들은 북한을 왕래하는 교수를 통해 북측 가족들의 위임을 받아 ‘인신보호구제심사청구’(시설에 수용된 사람이 자발적인 의사로 수용된 것인지를 법원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제기했고, 종업원들이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탈북한 것인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가 확인되면, 그에 맞춰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국정원의 접견 거부에 대해 준항고(수사기관의 처분에 대해 다투는 절차),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법원은 국정원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가 데리고 있으니, 우리말을 믿어라? 1년째 되풀이되는 국정원의 강변

수용하고 관리하고 있는 주체가 국정원이고, 센터에 수용돼 국정원의 관리를 받고 있는 이들이 종업원들이다. 인신구제청구를 비롯해 진행된 법적 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개입을 배제한 상태에서 종업원들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정원은 ‘자신들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종업원들은 자발적으로 온 것이고 변호사들을 만나기 원치 않는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보호결정을 했다고 밝혔고, 8월에 센터에서 모두 나가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보호결정 후에는 하나원에서 정착 지원과 교육을 받지만 국정원은 종업원들을 계속 센터에서 자신들이 관리한다고 했다. 8월에 출소했다고 했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국정원장 명의의 ‘확인서’와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전한 통일부 대변인의 브리핑이 전부였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업원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국정원의 설명뿐이다. 이를 두고, 진정 자유로운 상태로 생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법원은 비공개 상태로 종업원들을 불러서 의사를 확인할 수도 있었고, 센터에 직접 나가 당사자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인신구제청구 재판에서 직접 당사자가 있는 곳에 나가 판사가 직접 확인한 전례도 있었고, 변호인단도 이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정원이 제출한 확인서와 브리핑에 대한 언론보도만을 근거로 종업원들이 센터에서 나갔다는 것과 자발적으로 입국했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총선을 닷새 앞둔 날 집단탈북 사실이 발표된 후 어떤 외부와의 접촉도 불가능했고, 보호결정 이후에도 국정원이 관리하며 현재까지 국정원의 설명 이외에는 달리 종업원들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현실은, 1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다. 국정원의 설명과 법원의 판단만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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