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의 세상읽기] 새 집권자, 촛불이 갈채 보낼 정치 심사숙고해야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0일 서울중앙지법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사진 왼쪽)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31일 새벽 수감자(오른쪽)신분으로 검찰 차량에 올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가고 있다. [사진출처 :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모두 13가지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를 심사한 결과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날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된 3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 탄핵에 이어 헌법재판소로부터 대통령 직을 파면 당하고 구속된 것은 대외적으로 국격이 크게 훼손된 불행한 일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의 재직 기간 동안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 주권을 짓밟은 적폐의 확인과 청산 등이 필요하다. 박의 구속은 민주화 대장정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불법 개입의 최대 수혜자라는 불명예 속에 집권한 뒤 입법권을 경시하면서 국회를 하수인 부리듯 했다. 그리고 국정 역사 교과서, 노동개악, 인터넷신문 등록 강화 등의 중대사안을 국회 입법이 아닌 정부 시행령으로 강행하는 해괴한 통치 행위를 반복했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제왕적 대통령 짓을 행한 것이다.

박은 국정원의 부정선거 획책 범법 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 총장을 찍어내는 식으로 방해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 요구에 귀를 막거나 그 특위의 활동을 제약하는 현실을 방치했다. 또한 대법원에서 혁명조직 RO를 부정했지만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박은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한일 야합, 개성공단 폐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배치 결정 등을 졸속으로 결정하면서 그 후유증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 무기 사드의 경우 중국이 한국에 대해 경제 및 관광, 문화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고 그 해법이 불투명한 상태다.

박은 전시작전지휘권의 환수를 거의 무기한 연기하도록 하면서 군사 주권 확보를 외면했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무기 수출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하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박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그 쓰나미가 거세게 밀려오는데도 창조경제라는 개념조차 애매한 경제 정책에 매달리다가 별 성과 없이 불명예 퇴진했다. 이명박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로 국고가 낭비된 데 이어 박 정권이 미래 먹거리에 대한 대책은 매우 미흡했다. 한국 경제는 2%대의 저성장 기조가 10년 넘게 지속되는 등 경제적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 속에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출산율 세계 최저, 자살율 세계 최고 등 헬조선적 현상은 당분간 시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은 과거 정권에 비해 훨씬 후퇴한 인사정책으로 문제가 심각한 인사들을 중용해 청렴 사회조성의 분위기가 더욱 희박해지게 만들었다. 최고 권력에 아부하는 기회주의자들만이 득세하는 잘못된 사회적 풍조를 방치하면서 부정부패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박은 연이은 국정 실패 등으로 대형사건, 사고가 터지면 공안사건이나 다른 충격적인 조치 등으로 그것을 덮고 가는 식의 공작 정치행태를 반복했다. 또한 야당 등과의 대화에 담을 쌓는 불통정치를 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문답식 기자회견도 외면했다.

박이 최순실과 함께 국정농단, 국기문란을 자행하다가 결국 대통령 직에서 파면 당한 원인이 된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면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박이 구속된 혐의는 대통령 직을 수행하면서 저지른 것인데 영장에 밝혀진 것만으로는 설명력이 약하다. 즉 박이 세계 역사 속에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해괴한 짓을 최순실과 장기간 벌인 핵심적 원인은 여전히 비밀의 베일에 싸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이 집권 후 4년이 다 되도록 최순실 등과 저지른 부적절한 관계가 청와대와 관련 행정부처, 재벌 등에서 일체 새어나오지 않은 미스터리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박의 파면, 구속이 제도적 문제인지, 개인의 문제인지가 가려질 수 있다. ‘박근혜 게이트’를 ‘최순실 게이트’로 부르는 것부터가 권력형 범죄에 대한 물 타기 프레임이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박이 대통령 당선 이후 최태민의 딸이면서 40년 지기라는 최순실과 벌인 범죄 가운데 정유라와 관련된 부분은 매우 특이하다. 역사를 보면 최고 권력관계에서는 부자, 형제간에도 피바람이 부는 일이 흔한데 박과 최의 관계는 종교나 친분 관계로 설명되지 않는다. 최순실과 정윤회가 레이저 눈빛을 뿜으면서 당당한 이유도 밝혀져야 한다. 박이 정유라를 위해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가장 깊은 이유가 밝혀져야 전 세계가 경악한 막장 드라마가 완결될 것으로 보인다.

박이 수감된 상태에서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정치행위가 진행되고 있다. 새 대통령이 될 사람은 박의 비행과 몰락을 교훈 삼아 국정을 펼 계획을 세우면서 이명박근혜 정권 기간 누적된 적폐를 최우선적으로 청산해야 한다. 개헌을 통해 완벽한 국민 주권 원칙이 보장되기 까지는 법에 따른 정치를 해야 한다.

부수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밀실, 음모 정치의 상징으로 전락한 청와대에서 정부종합청사 등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필요하다. 투명한 정치, 국민 머슴의 정치를 위해 필요한 상징성이 있다. 새 집권자는 21세기 민주정치의 한 모델로 떠오른 촛불이 박수갈채를 보낼 정치가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하는 그런 정치를 반드시 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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